[TEN 인터뷰] 차태현 “‘인생 드라마’라는 평가는 처음…늘 본전이 목표예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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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 /이승현 기자 lsh87@

“지금까지 제가 한 작품 중에서 ‘인생 드라마’라는 댓글은 처음 봤어요. 하하”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차태현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극본 문정민, 연출 유현기)에 대해 “본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하는 작품이었다”고 자평했다.

2013년 방송된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최고의 이혼’은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다뤘다. 차태현은 극중 까다롭고 예민한 조석무 역을 맡아 배두나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 출연은 지난해 KBS2 ‘최고의 한방'(극본 이영철, 연출 유호진) 이후 1년 만이다.

차태현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중간은 없을 것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다른 나라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공감하면서 보든지, 아니면 아예 안 보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최고의 이혼’은 시청률 4.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평균 시청률 3%대로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시청자 의견을 살펴보면 “인생 드라마”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인생 드라마’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댓글에서 그런 글을 처음 본 거죠.(웃음) 적어도 시청한 분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봤나보다, 생각했죠. 시청률 걱정은 늘 해요.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 예능 프로그램도 ‘본전’이 목표예요. 돈으로 망하지 않는 거죠. ‘최고의 이혼’은 시청률 보면서 의기소침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주시청층 덕분에 광고가 많이 들어왔다고 해요. 미리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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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은 “‘인생 드라마’라는 댓글을 처음 봤다”며 웃었다. / 이승현 기자 lsh87@

이런 책임감은 2005년 즈음 출연한 작품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더 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후 몇 작품 더 잘 됐는데,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다. 예상보다 작품이 잘 안됐을 때 주위 사람들이 피폐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책임감이 강해졌다”고 떠올렸다.

그 때문인지 차태현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는 배우로 꼽힌다.

“대중의 취향을 알 수 있다면 망할 일은 없겠죠. 하지만 그건 알 수가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대부분 상업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항상 목표가 정확했어요. 마치 징크스처럼 홍보 활동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웃음) 계약서에 쓰여있는 것도 아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요. ‘이번엔 여길 나가겠다’고 고르면서 했죠.”

차태현에게 ‘최고의 이혼’은 도전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고, 이렇게 공감이 안되는 캐릭터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연기를 더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극중 석무는 아내와 비슷한 이유로 매일 싸우며,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아내에게 살가운 소리 한 번 못하는 남편이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적인 남편이자 친근한 아빠로 알려진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내 이미지와 극중 캐릭터가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보다 공감을 못하는 게 더 크게 다가왔어요. 그럼에도 출연하기로 한 건, 비록 석무에게는 공감을 잘 못해도 극 전체 내용에 끌렸어요. (배)두나의 출연도 한몫했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에게는 큰 도전입니다.”

차태현은 가장 공감이 안된 장면으로 “석무가 아내인 강휘루(배두나)에게 아주 심한 말을 내뱉고,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물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공감한 점도 많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최고의 이혼’ 마지막 장면에서 석무는 휘루에게 귓속말을 하고,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 직후 석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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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태현. / 이승현 기자 lsh87@

“‘결혼하자’라는 식의 대사를 마지막에 하는 거였는데, 리허설할 때 속삭였더니 감독님이 그걸 보고 아예 말을 하지 말자고 하더군요. 그게 더 좋을 것 같다면서요.”

무엇보다 그는 “촬영 현장이 정말 좋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어기지 않고 밤샘 촬영 없이 완성해서다.

“한 시간 길어져서 두 번 정도 고발 당한 걸로 아는데, 그런 점도 우리 드라마가 좋은 선례가 된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어기지 않고 끝났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도 20년을 안 했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더라고요.(웃음) 무용담처럼 며칠을 밤 새고 찍었다면서(말하는데), 얼마나 무식한 짓이에요. 이렇게 바뀌어서 정말 좋아요.”

차태현은 본업인 배우뿐만 아니라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과 MBC ‘라디오스타’에 고정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도 활약 중이다. “예능을 하면 연기를 할 때도 순발력이 좋아진다”고 밝혔다.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그만둘 때는 대단한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 망하지 않고서는 못 나가는 거죠. 다들 고생을 어마어마하게 하는데 끝은 결국 안 좋아요. 드라마 ‘프로듀사’를 찍을 때 와 닿았던 대사가 ‘예능의 끝은 항상 그렇다’라는 말이었죠.”

그는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는 정말 자격이 없지만 최우수상 정도의 자격은 된다고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차기작을 검토 중인 차태현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일의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하는 게 약하다. 무모한 걸 알면서도 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