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소녀의 세계’, 나의 첫사랑은 로미오였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소녀의 세계’ 포스터

10대의 소녀들은 누군가를 동경한다. 선화(노정의)의 언니 선주(조수하)는 아이돌 아스트로를, 단짝친구 지은(김예나)은 연극부의 하남 선배(나라)를. 그러나 선화에게는 여학교의 아이돌 격인 젊은 남자 선생님마저 덤덤할 따름이다. 열일곱 소녀 선화는 지금 이곳보다 미지의 우주에 더 관심이 많다.

학교의 톱스타인 하남이 로미오 역으로 정해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오디션은 후배들의 도전으로 뜨겁다. 그러나 정작 연출자인 수연(조수향)의 선택을 받는 이는 연극에는 관심이 1도 없던 선화다. 사진부원인 선화는 연극부원으로, 그것도 주인공인 줄리엣 역으로 분망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시크한 선배로만 여겼던 하남과 둘만의 추억들을 쌓으면서 가슴이 콩콩콩 뛰기 시작한다. 그들을 쫓는 수연의 눈빛이 어쩐지 불안하게 흔들린다.

영화 ‘소녀의 세계’ 스틸컷

‘소녀의 세계’(감독 안정민)에서 “우주로!”를 외치고, 틈만 나면 까무룩 잠이 들고, 방글방글 웃는 봉선화 역을 노정의는 맑게 담아냈다. 또한 선화의 단짝친구 지은으로 나온 김예나는 은근한 존재감을 뿜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뚫고 나온 듯한 나라는 하남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우러졌다. 특히 조수향의 연기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한 이 영화에서 들뜨기도 하는 흐름을 잡아주었다. 수연은 감정을 꾹꾹 누르는, 즉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인데, 조수향은 심연의 깊이가 아릿하게 느껴질 만큼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아슬아슬한 찰나를 살리지 못하고 비껴갔다는 점이다. 시종여일 뽀샤시한 화면과 넘치는 음악도 몰입을 방해했다. 파스텔 톤의 무드는 인물의 감정을 돋우기도 했지만, 때로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을 마르게도 했다. 아울러 풋풋하고 유쾌한 활력이 넘치는 연극부나 사진부를 더 활용했으면 어떨까 싶다. 인물 간의 팽팽한 감정선을 담아내기에도 좋은 장치인데 배경으로만 기능한 부분이 없지 않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선화의 “나의 첫사랑은 로미오였다”이다. ‘하남 선배’가 아닌 ‘로미오’였다. ‘로미오’라는 단어는 특정한 대상에 열일곱 선화의 첫사랑이 포개지면서 애틋한 울림을 남겼다.

11월 29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