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흉부외과’ 서지혜 “작품마다 ‘인생캐릭터’ 만나고 싶어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에서 태산대학교병원 전문의이자 조교수 윤수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서지혜. /사진제공=문화창고

“배우는 연기하는 게 일이고, 연기를 안 하면 배우가 아니잖아요.”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연기를 시작해 15년간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해 온 배우 서지혜는 이렇게 말했다. 서지혜는 검사, 아나운서에 이어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의 의사까지 연기하며 ‘전문직 달인’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그는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며 “다음엔 백수 역을 하고 싶다”고 우스개를 부렸다. 또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두려움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팬들에게 ‘필모그래피 앨범’을 선물받았다는 그는 “해이해질 때마다 들춰볼 것”이라고 했다.

10. 드라마 초반에 문구용 본드로 심장의 출혈 부위를 막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있을 것에 대해 우려하진 않았나?
서지혜: 논란을 예상했지만 실제 의료사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제작진이 미리 자료도 준비해뒀다. 배우들끼리도 ‘방송에 나가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얘기를 했다. 자문 의사 선생님들이 드물게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해서 ‘선생님들만 믿겠다’고 했다.(웃음) 관심이라고 생각하니 행복한 논란이었다.

10. 아쉽게 지상파 수목극 1위를 놓쳤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서지혜: 완성도 높은 의학드라마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시청률에 크게 개의치 않고 즐겁게 촬영했다. 막상 촬영 땐 너무 바빠서 시청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웃음)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10. 데뷔 초 의사 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치료하고 수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사를 본격적으로 한 건 처음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서지혜: 초반에는 많이 헤맸다. 수술하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7~8시간을 서 있었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나중엔 마치 진짜 수술을 집도한 듯 힘들어서 온몸이 아팠다. 치료를 하거나 도구를 다루는 모습이 능숙해 보이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꿰매고 묶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실제 수술 동영상도 보면서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징그럽기도 했다. 의학 용어도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외우고 또 외웠다.

‘흉부외과’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10. 극 중 수연은 미국의 유명 클리닉에서 수련할 정도로 명석한데 초반에는 과한 자부심 때문에 밉상일 때도 있었다. 점차 머리만큼 가슴도 따뜻해지는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서지혜: 유능한 의사에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녹여내기 위한 설정은 드라마의 큰 흐름에 꼭 필요했다. ‘의사의 성장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만심이 가득한 의사에서 환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의사로 바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연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다.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캐릭터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10.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은 순간은?
서지혜: 에크모라는 기기가 나온다. 심장에 연결해 피를 돌게 하는 기기인데, 촬영 때 피는 가짜였지만 의료기기는 진짜였다. 예쁘다고 하면 이상하겠지만, 피가 나와 기계를 돌아나가는 모습이 그랬다. 그 기기가 생명을 유지해주는 점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극 중 수연이 그 기기를 사용하는 장면도 더러 나온다. 처음엔 자문해주는 선생님께 하나하나 물어봤는데, 나중에는 복잡한 단계를 혼자서 할 수 있게 됐다.

10. 아쉬웠던 부분은?
서지혜: 수연의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았다. 극 중 제겐 집이 없었다. 맨날 병원에만 있고 집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웃음) 병원에선 냉정하면서 수수한 차림의 수연이 평소에는 엄청 화려하게 입을 지도 모른다.

10. 의사라는 직업을 체험해본 소감은?
서지혜: 의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담스러울 텐데 그걸 헤쳐나가는 건 보통 정신력으로는 못할 것 같다.

서지혜는 “멜로가 없어 처음에는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좋아해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문화창고

10. 멜로가 없다는 점이 ‘흉부외과’의 장점이기도 했지만, 짝사랑하는 역을 많이 했던 자신에게는 아쉬울 것 같기도 한데.
서지혜: 처음엔 너무 아쉬워서 감독님께 멜로가 없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런데 의학드라마 마니아들은 ‘꽁냥꽁냥’ 애정 행각보다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고 하더라. 완성도 높은 의학드라마를 위해서 멜로는 포기했다.(웃음)

10. 고수, 엄기준과 함께한 현장은 어땠나?
서지혜: 고수 오빠는 조용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이 있다. 기준 오빠는 넘치는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같은 수술방에 있는 배우들과는 한 번 촬영에 들어가면 수술방을 나올 수 없어서, 그 안에서 촬영하고 수다 떨고 과자도 먹고 놀았다. 드라마가 끝나니 수술방 식구들을 못 본다는 게 아쉽다.

10. 올해 초 방영한 드라마 ‘흑기사’에서는 화려한 액세서리와 고급스러운 의상들로 많이 치장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내내 수술복만 입어서 의상 걱정은 없었을 것 같은데.
서지혜: ‘흑기사’ 때는 시대도 오가야 해서 의상이 100벌 정도 됐던 것 같다. 이번에는 촬영 3개월 내내 수술복에 의사 가운을 입고 고무신만 신고 다니는 ‘단벌 숙녀’였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중엔 이 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까먹을 정도로 편했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종일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엔 머리를 안 감고 간 적도 있다. 부수적인 부분에 신경을 덜 써도 돼서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10. 검사, 아나운서에 의사 역할까지, 전문직 달인이라는 얘기가 있다.
서지혜: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제안이 많이 들어왔던 것 같다. 다음에는 무직이나 백수를 좀 하고 싶다.(웃음)

10. 멋진 역할로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면서 여성 팬들도 많아진 것 같은데 체감하나?
서지혜: 처음 알았는데 20~30대 여성팬만 있는 팬클럽이 있더라. 왜 날 좋아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캐릭터들의 당당함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제가 큰 언니가 된 느낌이다.(웃음)

서지혜는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며 “내년에 더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제공=문화창고

10. ‘흑기사’에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샤론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며 ‘흉부외과’를 통해서 한 번 더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서지혜: 주위에서 그렇게들 말씀하시니 감사하지만 인생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연기하진 않는다. ‘이번 캐릭터가 나의 인생 캐릭터’라고 단정하면 다음 작품이 부담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 연기할 날이 많으니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10.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때 주저하진 않나?
서지혜: 20대 때는 도전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재미있다. 예전엔 부담감과 두려움을 젊음과 패기로 떨쳐내면서 연기했다면 지금은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 나를 더 발전시키게 된 것 같다. 많이 고민한 작품들이 반응이 좋았던 걸 보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작품과 캐릭터를 더 열심히 연구한다.

10. 휴식기 없이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이유는?
서지혜: 일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언제 좋은 작품이 들어올지도 모르고 매번 작품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니까. 배우는 연기하는 게 일이고, 연기를 안 하면 배우가 아니다. 꾸준함이 답인 것 같다.

10. 2003년 드라마 ‘올인’의 단역으로 연기자에 데뷔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어떤가?
서지혜: 최근 팬클럽에서 데뷔 때부터 ‘흑기사’까지의 모습을 앨범으로 만들어줬다. ‘내가 이랬구나’하면서 잊었던 모습을 다시 발견하고 ‘이 작품도 했었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걸 보면서 이제부터 또 다른 필모그래피를 만들어야겠다는 열정이 살아났다. 해이해질 때마다 앨범을 들춰보려 한다.

10. ‘흉부외과’ ‘흑기사’에 이어 영화 ‘창궐’로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올해를 되돌아본 소감은?
서지혜: 1년에 세 작품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한 해다. 내년엔 더 달려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