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파’ 종영] 장혁X손여은도 캐리 못할 ‘몰락한 가장史’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배드파파’ 방송 화면

MBC ‘배드파파’가 극 중 유지철(장혁)이 딸 유영선(신은수)에게 간 이식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 신약을 통해 반칙으로 종합 격투기 승리를 하던 유지철은 ‘죽음’을 통해 구원받았고, 방송은 “이 시대의 ‘아빠’들을 응원하며”라는 멘트로 마무리됐다.

지난 27일 종영한 ‘배드파파’ 31~32회(마지막 회)에서 아빠 유지철은 딸 유영선을 위해 간을 이식하고 자신은 죽었다. 수술이 끝난 후 모든 것을 알게 된 영선은 애타게 아빠를 찾았다.

지철의 프로모터이자 과거 승부조작 사건의 주동자였던 주국성(정만식)은 비서의 배신으로 김필두(이준혁)에게 보복 살해됐다. 앞서 유지철은 차지우(김재경) 형사에게 그의 도박 관련 증언 녹취본을 쥐어줬다. 이미 법적인 처단이 준비된 상태이기도 했다. 

신구제약 대표 정찬중(박지빈)은 불법 임상 실험에 대한 대가를 모두 차승호 박사(정인기)에게 떠넘겼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정찬중은 “우리 새 연구소 부지로 쓸 곳 좀 알아봐 달라. 더 깊고 으슥한 곳으로”라고 비서에게 지시했다.

MBC ‘배드파파’ 방송 화면

실력이 아니라 지철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이민우(하준)는 지철이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민우는 “시합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지철은 “하겠다”고 했다. 파이널 매치에서는 혈투  끝에 이민우가 유지철을 꺾었다.

1년 뒤, 영선은 인기스타가 됐다. 아빠의 코치였던 김용대(이다윗)가 그의 매니저다. 바다로 놀러 간 영선과 최선주(손여은). 두 사람은 각각 아빠와 남편을 추억했다. 

MBC ‘배드파파’ 방송 화면

지난달 1일 방송을 시작한 ‘배드파파’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쁜 인간이 되는 가장의 이야기’를 내세웠다. 드라마의 소개처럼 철저한 가장 중심 이야기였다. 방송 초반 최선주는 작가 지망생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분투했지만, 모든 것은 결국 지철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됐다. 지철의 후배이자 라이벌인 이민우의 자서전을 대필하고, 대중적인 감각이 없는 선주의 책을 그가 뒤에서 봐줬던 설정은 민폐 캐릭터 논란을 낳았다. 결정적으로 선주는 자신이 글을 쓰는 동안 딸 영선이 오디션에 늦게 되자 꿈을 접었다. 지철이 격투를 통해 돈을 벌자 그는 TV를 통해 남편을 응원하고 기다리는 헌신적인 아내가 됐다. 

시종일관 꿈을 위해 분투하던 딸 영선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린 것도 유지철을 위한 전개로 보였다. 딸에게 간 이식을 하면서 지철은 속죄 받을 수 있게 됐고, 헌신적인 가장으로 남았다. 당연히 그의 죗값에 대한 해명은 드라마에서 제거됐다.

MBC ‘배드파파’ 방송 화면

이 가운데 드라마는 불법으로 연승을 이어가는 지철을 향한 변호를 32부 동안 이어갔다. 드라마가 꼭 선(善)을 담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잘못을 ‘가장이라서’ ‘남편이기 때문에’ ‘딸과 가족을 위해서’라는 설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캐릭터의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다. 차라리 거국적인 도박 자금을 끌어모으며 선수들을 ‘개’로 보게 된 악역 주국성(정만식)이 비약은 됐을지언정 더욱 설득력있는 캐릭터처럼 보였다.

주연들의 캐릭터가 위태로워진 사이 극을 책임진 것은 고등학생 신은수와 그 주변의 조연들이었다. 이은샘, 임선우, 조이현, 권은빈 등이 만드는 각기 다른 성격의 고교생 캐릭터들의 우정과 생경한 연기가 극의 재미를 줬다. 여기에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양아치이자 지철의 3류 코치인 김용대 역의 이다윗은 장혁과 신은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과 케미를 책임졌다.

MBC ‘배드파파’ 방송 화면

악랄한 재벌 회장을 만화적으로 표현한 정찬중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박지빈, 신우겸, 윤봉길, 최윤라 등 다채로운 조연들의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차지우 형사는 후반으로 갈수록 진실을 찾으며 주연 캐릭터보다 능동적으로 변화했다. 캐릭터와는 별개로 장혁과 손여은의 열연도 빛났다.

몰락한 가장의 이야기를 SF적 소재와 함께 담겠다던 ‘배드파파’. 공들인 CG와 액션 또한 몰입도를 더했지만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렀다. 지금 한국 드라마에 필요한 캐릭터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배드파파’의 후속으로는 형사와 사이코패스의 공조를 담은 ‘나쁜형사’가 내달 3일부터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