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황금의 제국’ 본격적으로 시작된 새로운 세대의 전쟁

SBS '황금의 제국'

SBS ‘황금의 제국’

SBS ‘황금의 제국’ 9,10회 2013년 7월 29,30일 오후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성재(이현진)는 서윤(이요원)에게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회장이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서윤은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끝내 아버지의 유언을 듣지 못한다. 정희(김미숙)는 차명 계좌로 남겨진 주식을 자신 앞으로 돌려 놓는다. 한편 한성제철의 인수전을 두고 총력을 펼치던 민재(손현주)와 태주(고수)는 위험한 자금과 민재의 아버지 최동진(정한용)으로 인해 인수에 실패한다. 하지만 한성제철을 인수하기 위해 외환을 무리하게 투입했던 서윤은 IMF 외환 위기를 맞아 태주와 협상에 나선다.

리뷰
가족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로 시작됐던 인물들의 끝없는 대립이 비로소 변화를 맞이 했다. 최동성(박근형)은 후계자로 지목한 서윤(이요원)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주식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채 결국 예견된 죽음을 맞았다. 또한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최동진(정한용)은 성진 그룹이 아닌 인생을 함께 해 왔던 형 최동진을 떠올리며 성진 그룹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사실상 두 형제의 대리전 양상으로 시작됐던 성진 그룹을 둘러싼 후계자 게임에서 기성 세대가 사라진 자리, 이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대의 시대이자 전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렸다.

기성 세대로 대표되는 최동성-최동진 형제에게 성진 그룹은 인생을 살아온 하나의 ‘과정’이었다. 어린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맹목적으로 사업에 인생을 바쳤고, 결국은 자수성가한 이들 형제에게 성진 그룹은 삶을 일궈온 과정이자 당위 그 자체다. 때문에 자신이 고생하며 일궈 온 회사가 찢어져 그 흔적 조차 사라지는 것을 바라기 보다는 누군가가 안정되게 온전한 모습으로 그를 지켜주기를 바라고, 그 세계를 가장 공고하게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다. 학교에 남고 싶었던 서윤의 삶도, 어떻게든 그룹을 갖고 싶은 민재의 삶도 사실상 이들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다음 세대가 원하는 길을 조건 없이 열어주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는 때로 부정한 일들도 마다치 않으며 오로지 ‘먹고 사는 것’에 최선을 다한 스스로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들은 무대에서 퇴장했다. 물론 이들이 남긴 결과물인 성진 그룹을 둔 다음 세대들의 게임은 계속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이상 성진 그룹은 ‘갯벌을 메우고, 용광로를 세운’ 치열했던 삶의 역사가 아니라 매출과 순이익으로 재단되는 숫자, 즉 황금 그 자체다. 지키거나 뺏어야 하는 이유는 이미 무대에서 퇴장한 이들에게서 온 것이지만, 이들이 게임을 해 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른 셈이다. 그동안 서윤은 아버지 최동성 회장의 ‘아바타’였고, 민재와 태주는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깊숙히 끌어 안은 채 이를 극복하고 보상받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모든 계기를 마련해 준 인물들은 없다. 이처럼 9회와 10회에 걸쳐 ‘황금의 제국’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들의 세대 교체를 이루고 새로운 게임의 준비를 마쳤다.

성진 그룹이 세대 교체를 이루며 던진 메시지에는 실제로 이 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뤘던 주체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이 만든 자본주의를 살아가야만 하는 세대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치열했던 경제 발전의 시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야만 했던 기성세대들은 그 시대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일궈온 현재를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자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바친 이 삶이 부정당하지 않도록 자식 세대에게 이를 안정되게 이끌기를 요구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세대는 이들과 반목한다. 최동진과 민재의 갈등은 결국 세대가 바뀌면서 많은 이들이 겪었던 보편적 갈등에 기인하는 것이고, 아버지의 뜻을 이으려는 서윤과 민재의 갈등 또한 여기에서 시작됐다. 다만 오롯이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움직이는 태주만이 이들의 갈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모든 게임에서 ‘올인’을 한다.

경제개발의 시대에서 부동산 버블로, 그리고 IMF 외환 위기로. 꾸준히 성장만을 해 왔던 이 나라 경제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전환점을 다루고 있는 ‘황금의 제국’은 성진 그룹의 세대 교체를 이야기 하며 경제의 흐름 변화와 그리고 그로 인해 시작된 사회, 문화, 정치의 전환까지도 묵직하게 담아냈다. 물론 끊임없는 수 싸움으로 생겨나는 피로감과 굳이 원하는 메시지를 대사를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다소 불필요할 만큼 부각되며 오히려 겉도는 듯한 정희의 복수심이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꾸준한 방식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이 시절의 이야기를 해 나간 드라마도 없었다.

이제 태주와 서윤, 민재의 게임 판에서 이들을 이 게임으로 끌어들인 ‘계기’는 모두 퇴장했다. 그리고 이들이 해 나가는 게임에 지독한 굶주림이나, 용광로, 시멘트는 없다. 오로지 숫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대를 맞이한 이들. 드라마가 반복해서 말하는 진짜 ‘황금의 제국’은 지금부터 인지도 모른다.

수다 포인트
– 우리 희주랑 춘호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나?
–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결국 열쇠는 정희 손으로.

글. 민경진(TV리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