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내 뒤에 테리우스’] 정인선X소지섭,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화면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던 MBC ‘내 뒤에 테리우스’가 정인선이 연기하는 ‘앨리스’ 요원의 해외 데뷔 무대를 알리며 막을 내렸다. 국정원에 정식 고용된 고애린(정인선)은 김본(소지섭)과 위장부부가 돼 뉴욕에 가는 미션을 받았다. 이밖에도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혹은 새로운 위치에서 새 시작을 알렸다.

지난 15일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31~32회(마지막 회)에서는 비리의 핵심 인물인 코너스톤 한국 지부장 윤춘상(김병옥)과 국정원 국장 심우철(엄효섭) 등 거대한 악이 제거된 이후가 펼쳐졌다.

라도우(성주)의 도움으로 윤춘상과 심우철을 잡아넣은 김본. 한 달 후, 김본은 다시 베이비시터가 됐다. 면접을 보러 가는 고애린을 대신해 준준 남매의 하원을 도와줬다. 정장을 빼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킹캐슬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렀다.

또다시 경력이 단절된 고애린. 그가 면접을 간 곳에는 뜻밖에 권영실 차장(서이숙)이 있었다. 정식으로 고용되며 ‘뉴 킹스백’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희대의 사기꾼 진용태(손호준)는 ‘왕미남’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미남 카페’를 열었다. 김본은 자신의 위장 신분이었던 ‘왕정남’의 동생이라고 설명했다.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화면

유지연(임세미)은 라도우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점차 회복해 나갔다. 1년 후, 건강을 되찾은 그는 라도우와 함께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다녀온 뒤 국정원에 복귀했다. 두 사람의 달달한 관계가 예고됐다.

주민들도 새로운 삶을 준비했다. 이제는 유치원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아니라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다는 것. 이들은 함께 모여 각오를 다졌다. 해외 업무를 하게된 김본에게는 기념 사진과 선물을 전달했다.

해외로 떠난 김본의 목적은 저격수 K(조태관)였다. 이때까지 KIS 주민들을 위협하던 K를 최종적으로 제거해 1차적인 악을 소탕했다. 권영실에게 긴급 미션을 받은 고애린은 남산타워에서 김본과 재회했다. 모히또를 앞에두고  ‘위장 부부가 돼 뉴욕에 가라’는 다음 미션을 제시받았다. “너무 떨린다”며 웃는 애린에게 김본이 “걱정 마요. 당신 뒤에 테리우스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방송은 끝이 났다.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화면

지난 9월 27일 방송을 시작한 ‘내 뒤에 테리우스’는 같은 공간, 다른 세계에 사는 이들을 담았다. 첩보로 대표되는 김본의 세계와 여성들의 역할로 한정됐던 육아 세계 속 고애린의 모습이 중첩되며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티커로 사랑을 표현한다. ‘내 뒤에 테리우스’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해 서스펜스를 빚어냈다. 국정원과 코너스톤이 도청 장치와 위치 추적기를 심어둔 스티커가 아이들의 손에 들어간다. 일파만파로 퍼지는 스티커가 새로운 의미의 긴장과 함께 재미를 줬다.

이밖에도 각각 남성∙첩보∙거대담론의 세계와 육아∙여성∙아이의 세계가 합쳐지면서 다양한 얘기를 만들었다. 전직 국정원 요원으로 외로운 첩보를 이어가던 김본이 고애린과 KIS 주민들을 만나며 소통하고 변화했다. 기존의 남성 서사에서 무능하게 그려지거나 오직 모성만을 가진 존재로 표현되던 ‘아줌마’ 고애린은 오히려 이 세계에서 남다른 추리력과 기지로 활약한다.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KIS의 정보력은 NIS(국정원)보다 빛났다. 첩보 혹은 현실의 관점에서 이 드라마는 아쉬울 수 있지만 드라마의 미덕은 바로 이 점에 있었다. 두 세계가 섞이면서 만드는 새로운 감각의 상상력 말이다.

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화면

“’코코’해주고 가야지”. 드라마에서 종종 준준남매는 시터 김본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처음에 당황하던 김본은 이제 자연스럽게 코코를 할 줄 아는 능숙한 시터가 됐다. 지난 21회에서는 생화학 테러를 막고 한 걸음에 준준남매와 애린에게 달려간 김본이 옆에 있던 애린에게도 망설임 없이 코코를 했다. 아이를 향한 코코가 어른인 애린에게로 옮겨가면서 발생하는 의미 차이가 키스신 만큼의 설렘을 자아냈다.

비약하자면 ‘코코’는 ‘내 뒤에 테리우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 이들이 코코를 하듯 마음의 문을 열고 섞이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제까지 ‘맘충’ ‘뽀글머리 아줌마’로 소비됐던 이들이 활약하고 자기 목소리를 낸다.

‘내 뒤에 테리우스’는 마지막 회에서도 섣부른 로맨스 혹은 가족의 봉합 없이 오히려 ‘미션’을 제시받으며 끝이 났다. 두 주인공의 남다른 케미로 로맨스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울 수 있지만, 두 사람을 포함해 모두의 모험이 끝이 나지 않았음을 예고한 결말은 과연 ‘내 뒤에 테리우스’다웠다.

방송 시작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소지섭은 “시청률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스태프들과 함께 오랫동안 간직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가슴에 남는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시청률도 잡았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31, 32회는 각각 8.64%·11.33%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다음 작품과 함께 오지영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