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일본 극우도 못말린 방탄소년단의 날갯짓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방탄소년단,지니뮤직

그룹 방탄소년단. / 이승현 기자 lsh87@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어마어마한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소식은 나비효과를 연상하게 만든다.

일본 TV아사히는 지난 8일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의 방탄소년단 출연을 갑자기 취소했다. TV아사히는 출연을 단 하루 앞두고 “방탄소년단의 출연이 연기됐다”고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통보했다. 소속사도 “‘뮤직 스테이션’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출연 취소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이 때문에 일본 콘서트를 앞둔 방탄소년단은 출국 일정을 급히 변경해 지난 10일 출국했다.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방송 출연을 취소당한 것은 금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 뉴스로 부상했다. 한 방송사의 단순한 출연 번복이 아니라 이면에 한일 양국의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어서다. TV아사히는 출연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 “이전에 방탄소년단 멤버(지민)가 착용한 티셔츠 디자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부에서 보도했다. 당사는 티셔츠 착용 의도를 묻는 등 소속사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이번에는 출연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민이 지난해 입은 티셔츠에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직후의 사진과 광복을 맞아 만세를 외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의 사진이 프린트돼 있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원폭 피해를 야유하는 듯한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매체들은 2013년 멤버 RM이 광복절을 맞아 SNS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순국하신 독립투사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대한독립만세’라고 적은 글까지 문제 삼았다.

출연 취소 이유가 알려지자 국내 네티즌들은 불편한 심기를 쏟아냈다. 일본의 뻔뻔한 태도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방탄소년단이 일본의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내 여야 정치권까지 일본의 경솔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글로벌 아이돌답게 방탄소년단 관련 뉴스는 해외에도 즉각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매체들도 이 소식을 전하면서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는 세계적인 관심으로 번졌고, 전범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그야말로 역풍을 맞은 셈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이번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 배경에는 양국의 오랜 정치·문화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민의 티셔츠가 방송 취소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도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을 꼬집으며 이번 사태를 조명했다.

온라인에서는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중심으로 ‘원폭 티셔츠가 아니라 광복 티셔츠’라는 뜻의 ‘LiberationTshirtNotBombTshirt’라는 글이 확산되는 등 일본이 식민통치 기간에 저지른 한국의 뼈아픈 역사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 같은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최악의 자충수’라며 ‘오히려 전 세계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사태가 커지면서 나날이 올라가고 있는 K팝의 세계적인 위상을 일본이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조롱 섞인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만큼 분위기도 지난 8일 TV아사히의 첫 공식 발표 직후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후지TV 아침 정보 프로그램 ‘메자마시TV’에 출연한 하루카와 보도국 사설위원장은 “(방탄소년단도) 자신들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하고, 일본 측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연자는 “엔터테인먼트 부분은 다르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일부 극우 매체와 TV아사히의 이번 결정이 불러온 파급은 어마어마하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일본 돔 투어를 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는 13일과 14일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쿄세라돔,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