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LINE, 윤종신

윤종신 : 저는 천재가 아니에요. 원래 둔재들은 어렸을 때부터 눈치를 많이 보지만, 천재들은 눈치를 안 보거든요. 저는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서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어디서나 분위기를 파악하게 되고, 사람을 관찰했어요. 사실 가사도 처음에는 잘 못 썼어요. 그런데 이 천재들 틈에서 음악을 하려면 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평범함 속에 있는 깨알 같은 발견이더라구요. 발명은 천재가 하는 거고, 발견은 성실한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가사를 읽고 ‘아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지’ 하는 공감이죠. – SBS ‘힐링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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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 1990년대 싱어송라이터 전성시대를 연 주역. 형 장호일과 함께 그룹 015B(공일오비)를 결성해 ‘텅빈 거리에서’ ‘아주 오래된 연인들’ ‘이젠 안녕’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기며 1990년대 가요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정석원은 윤종신이 만난 첫 번째 천재. 윤종신은 무려 다섯 다리를 건너 소개를 받아 오디션을 보게 된다. “외모가 너무 떨어진다”는 장호일의 반대가 있었지만, 윤종신 영입을 위해 가출까지 불사한 정석원의 고집 덕분에 윤종신은 초대 015B 보컬이 된다. 그렇게 나온 곡이 윤종신의 데뷔곡이자 015B의 데뷔곡인 ‘텅빈 거리에서’다. 미래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윤종신에게 015B는 탈출구였다. 그 때의 인연으로 정석원은 이후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등 윤종신의 주요 히트곡을 만들었다.

유희열 : 프로젝트 그룹 토이(Toy)의 리더이자 토이 그 자체. 1992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선배 뮤지션들로부터 ‘광기어린 천재’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그는 작곡가, DJ, MC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015B 시절, 짧은 시간에 기막힌 멜로디를 뽑아내는 정석원을 보며 열등감을 갖기도 했던 윤종신. 그러나 유희열과 작업하면서는 ‘천재와의 시너지’를 맛보게 됐다. 모차르트 대신 모차르트의 매니저가 되는 길을 택한 것. 천재를 관리하는 일 또한 천재적인 능력 아닌가. 윤종신 5집 ‘우’의 프로듀서를 맡은 유희열은 타이틀곡 ‘환생’을 만든 것은 물론, 앨범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해 ‘명반’을 만들어냈다. 이제 유희열은 윤종신의 몸이 시사모같다고 놀리거나, 윤종신이 자신을 라이벌로 여긴다는 말에 “감히요?”라고 받아칠 만큼 ‘많이 컸’지만, 그가 윤종신의 1대 노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박정현 : 가창력이야 벌써부터 인정받았지만, 최근 새삼스럽게 외모로 주목받고 있는 ‘국민 요정’. 1998년 데뷔한 뒤, 꾸준히 여덟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환상적인 노래뿐 아니라 귀여운 모습까지 보여주며 남성 팬이 급증했다. 박정현을 처음 발탁한 사람이 바로 윤종신이고, ‘나의 하루’ ‘까만 일기장’ 등 박정현의 곡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종신은 “박정현은 내가 빚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정현이가 나를 신이라고 부른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윤종신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박정현은 “가요계에 친한 선후배가 많지 않은데, 그나마 그 중에서는 종신 오빠랑 친해요”라고 말해 ‘신’을 민망하게 했다. 하긴 그럴 법도 하다. 박정현의 말을 빌면, 윤종신은 자신이 쓴 가사의 테마나 내용을 설명하는 대신 특정 가사에 밑줄을 치면서 “여기 돈, 여기 돈, 이런 게 돈 되는 가사”라고 말했다고 하니. 지금은 신도 돈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다.

하림 : 신선하고 맛있는 치킨 브랜드, 가 아니라 2집 앨범까지 발표한 미스틱89 소속 가수 겸 뮤지션. 1996년 3인조 그룹 벤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앨범이 잘 안되고, 공군으로 입대했던 그는 일병 시절, 윤종신 병장을 만난다. 그가 홍보관리소에서 조율이 다 나간 군대 피아노를 멋들어지게 치며 노래하는 모습은 윤종신 병장의 ‘촉’을 자극했다. 계약서가 없어 군 입대와 함께 유희열을 해방시킬 수밖에 없었던 윤종신은 당장 계약서를 들이민다. 그가 한 말은 ‘한 번 읽어봐’, ‘찍어’. 2대 노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하림은 윤종신 7집 ‘후반’부터 곡 작업에 참여해 ‘배웅’ ‘모처럼’ ‘머물러요’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다. 토크쇼에 나와 “우리 하림이 좀 띄워 주세요”라고 말할 만큼 윤종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하림. 13년 전 앨범 세 장을 내기로 계약했으니, 남은 앨범은 이제 하나다. 말은 저렇게 해도 윤 사장은 유럽 전통 악기를 척척 연주할 정도로 습득력이 빠른 하림의 세 번째 앨범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윤 교수 : MBC 시트콤 ‘논스톱4’에서 윤종신이 맡았던 역할. 승승장구하던 윤종신은 군 제대 후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직접 제작에 손을 댔지만,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과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결국 벌었던 돈은 다 잃고, 집까지 팔아야 했다. 그런 시기에 우연찮게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카메오 출연을 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던 것.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만 부각되던 그전과 달리 깐족거리는 약골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요즘 예능에서의 캐릭터와 흡사하다. 그 때 남 웃기는 재미를 알아버린 윤종신은 마침 들어온 ‘논스톱4’ 제의를 수락한다. 뮤지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꺼리던 당시 분위기에, 윤종신의 시트콤 출연은 파격이었고 그만큼 욕도 먹었다. 기자들이 ‘경제적 이유’를 언급하면 화를 냈을 정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논스톱4’ 출연은 가수 윤종신이 예능으로 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구라 : 현재 MBC ‘라디오스타’ MC를 맡고 있는 대표적인 독설가. 2007년, 김구라-윤종신-신정환이라는 다소 불안한 MC 라인업으로 시작한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최고의 토크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김구라는 ‘멘트 주워먹기’에 능한 윤종신에게 끊임없이 먹이를 던져줬고, 윤종신은 김구라의 독한 멘트 뒤에 꾸준히 살을 붙이며 독성을 중화했다. 김구라가 본인이 윤종신의 ‘예능 엄마’라고 말하긴 했지만 서로 상부상조한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능 MC로서 윤종신의 진가는 김구라가 자리를 비웠을 때 드러났다. ‘라스’의 핵이라고 평가받던 김구라가 개인적인 일로 하차했을 때 윤종신은 규현, 유세윤 등 새롭게 합류한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며 위기를 극복했다. 윤종신은 역대 라디오스타 MC 중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동시에 예능인으로서 윤종신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전미라 : 전직 테니스 선수 출신이자 윤종신의 아내. 라익이, 라임이, 라오의 엄마이기도 하다. 윤종신을 처음 만난 건 2000년 테니스장에서 잠깐. 그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가 테니스 선수 은퇴 후 테니스 잡지 기자로 일할 때 인터뷰이로서 윤종신을 6년 만에 만났다. 평생 선수생활을 해오다 기자 생활을 하려니 모든 게 서툴렀고 인터뷰도 쉽지 않던 그 때, 다정하게 인터뷰에 임해 준 윤종신에게 호감을 느꼈다. 인터뷰를 하면서 윤종신이 소장 수술을 받았다는 걸 알고 나니, 술자리에서 술, 담배를 입에 대는 게 더 신경 쓰였다. 평균신장이 186cm가 넘던 예전 남자친구들 대신 배우자로 윤종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 선수 출신 전미라는 도전의식을 이야기한다. 본인 입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연예인의 표본’이라고 말하는 남자를 내가 챙겨야겠다는 생각.

조정치 : 기타리스트, 신치림 멤버, 가수 정인의 남자친구, 예능계 블루칩, 그리고 윤종신의 3대 노예. 어릴 때부터 꾸준히 기타를 쳐왔던 조정치는 최근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갑자기 ‘대세’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윤종신과 조정치를 연결해 준 사람은 김C. 통기타 잘 치는 친구 한 명 소개해 달라는 윤종신의 말에, 김C는 곧바로 조정치 이름 석 자를 말한다. 5년 정도 밴드 ‘뜨거운 감자’에서 객원 기타리스트로 김C와 함께 활동했던 것. 김C의 눈은 정확했다. 조정치의 편곡은 윤종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 조정치도 윤종신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어쩌다 한 번씩 편곡비를 못 받아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예전부터 윤종신이라는 뮤지션을 좋아했기 때문. 처음 편곡을 맡았을 때, 자신이 추가한 두 마디를 곡의 포인트가 되게끔 바꿔주는 윤종신을 보며 ‘음악왕 윤종신’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김예림 : 미스틱89 소속 가수 투개월의 보컬. 도대윤과 함께 ‘슈퍼스타K’ 시즌3에 ‘투개월’로 참가해 많은 소속사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미스틱89를 선택했다. 순전히 윤종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슈퍼스타K’ 생방송 무대에서 ‘월간 윤종신’의 ‘니 생각’을 불렀을 정도로, 김예림은 예전부터 윤종신의 노래들을 좋아했다. 특히 ‘월간 윤종신’을 들으며 “정말 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한다. 윤종신에게도 김예림은 중요했을 것이다. 조정치가 예능에서 ‘대박’을 터뜨렸지만 아직 음반 기획사로서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한 상태. 다행히 김예림의 솔로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가 평소 늘 강조하는 ‘희소가치 있는 목소리’가 빛을 발한 것. 늘 천재를 찾아 노예로 부리던 그는 이제 미스틱89에서 천재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재능이 뛰어난 후배들을 보며 ‘언젠가 저 친구가 내 회사를 인수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는, 미스틱89를 인수할 만한 천재를 발굴할 수 있을까.

Who is next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를 부른 강승윤과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 함께 출연한 이종석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함께 출연한 이보영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