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29)] 쿠기, 놓치면 반성할 랩 스타의 탄생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실력, 매력, 스타성을 두루 갖춰 앞으로가 기대되는 래퍼 쿠기. 사진제공=밀리언마켓

많은 래퍼 지망생들이 데뷔 전부터 자신의 작업물을 공개하지만, 모두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쿠기는 달랐다. 꾸준한 연습량이 짐작되는 가사 전달력과 트렌디하면서 듣기 좋은 톤은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빌스택스가 이를 먼저 알아봤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힙합 레이블 ATM Seoul과의 계약을 제안했다. 로꼬, 수퍼비 등 이미 힙합계에서 입지가 있는 래퍼들 또한 신예 래퍼의 피처링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이하 ‘쇼미7’)에 출연해서는 스타성까지 겸비했음을 입증했다. 누구와 팀을 이루든, 누구와 붙든 쟁쟁한 실력에다 무대 밖에서 보여주는 순수한 미소는 자꾸만 시선을 끌어당겼다. ‘쇼미7’ 출연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곡 ‘Wifey’는 쿠기가 보여줄 또 하나의 반전이다. 대부분 노래로 이뤄져 쿠기의 넓은 음악 역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재다능함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랩 스타가 탄생했다.

10. ‘쇼미7’에서 원래는 취업 준비생이었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랩을 계속했나?
쿠기: 정확히 말하면 취준생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대학교를 3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2학기를 앞두고 있던 ‘취업준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웃음) 학교의 흑인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터라 랩은 계속 했다. 음악 듣는 것도 취미였다.

10. 흑인 음악은 언제부터 좋아했나?
쿠기: 처음에는 외국 힙합으로 흑인 음악을 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에미넴의 ‘Without Me’를 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굉장히 좋아했다. YG패밀리의 ‘멋쟁이 신사’도 즐겨 들었다. 그때부터 국내 힙합도 찾아 듣게 됐다. 당시 K팝 그룹 중에선 원더걸스와 빅뱅을 굉장히 좋아했다.

10. 스스로 가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나?
쿠기: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엄청 따라 부르면서도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도 많이 방문했다. 사람들이 작업물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나도 가사를 따라 써 볼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부모님께는 쑥스럽기도 하고, 집안도 랩 메이킹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라 마이크를 사달라고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10. 마이크 없이 작사만 하는 기간이 꽤 길었을 것 같다.
쿠기: ATM Seoul과 전속 계약을 맺고 친구인 블라세키드의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녹음을 해봤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취업해서 평범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한테는 로망인 일이었다. 그때 녹음한 믹스테잎 ‘PRodo’가 첫 작업물이다.

10. 빌스택스가 무엇에서 가능성을 봤는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
쿠기: 블라세키드가 먼저 자신의 데모테이프를 래퍼들에게 보냈다. 블라세키드의 데모테이프를 들은 래퍼들 중에서 빌스택스가 몇몇 수록곡에 참여한 래퍼를 궁금해했고, 그게 모두 나였다. 그 후에 다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는데 봉사활동을 해야 해서 못 만났다.(웃음) 봉사활동을 다녀 온 다음날에 빌스택스가 만나자마자 너무 좋으니 일단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10. 그 이후로 음악 작업이 일사천리도 펼쳐졌다. 신인이었는데도 피처링 진이 화려했다.
쿠기: 빌스택스의 도움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빌스택스는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해보라고 힘을 주는 쪽이었다. 피처링을 받고 싶은 래퍼들에게 내가 직접 연락을 취했고, 식케이처럼 먼저 연락 온 경우도 있었다. 친구로 지내기로 한 씨잼부터 자메즈, 닥스후드, 기리보이까지 순식간에 연결됐다. 자메즈를 포함해 로꼬, 나플라, 키드밀리, 수퍼비 모두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연락했다.(웃음) 지난 1월 1일 열린 우주비행(기리보이, 오르내림 등이 소속된 크루) 파티에도 참석했는데 마치 데뷔하는 느낌이었다.

10. 현재 크루 옐로즈맙과 하이브에 소속돼 있다. 새 앨범에서는 크루 소속 래퍼들의 참여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쿠기: 이번 신보에서는 나랑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래퍼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모두 잘 알려진 래퍼들이고, 이번 섭외도 내 힘으로 해냈다.(웃음) 하이브 크루 소속 래퍼들은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았으니 내가 이끌고 갈 거다.

믹스테이프를 올리자마자 유수 래퍼들에게 먼저 주목 받은 쿠기. 사진제공=밀리언마켓

10. ‘쇼미7’ 출연 전에도 ‘HBK’ ‘Coding Black’ ‘Coogie’ ‘Coosebumps’ ‘Preview’ 등 다양한 싱글과 EP를 발매했다. 지금까지 쓴 곡이나 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쿠기: 쿠기의 ‘Coogie’라는 곡을 되게 좋아한다. ‘국힙은 날 놓치면 반성해’라는 가사를 썼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웃음), 저는 굉장히 트렌디하다고 생각했고 더콰이엇 형도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사임사임(Feat. 창모)’에서도 이 라인을 살린 가사를 수록했는데 재밌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

10. 쿠기라는 랩 네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쿠기: 중학생 때 한 친구가 미국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많이 쓰던 브랜드인 ‘쿠지’(Coogie)의 모자를 쓰고 왔다. 그때 브랜드명을 잘 모르고 “그 모자 어디 꺼야? 쿠기네”라고 말해서 쿠기라는 별명이 생겼다.(웃음) 놀림은 좀 받았지만 속으로는 랩 네임으로 괜찮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빌스택스가 데뷔 전 이름을 바꿔보는 것도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딱히 끌리지 않았다.(웃음)

10. ‘쇼미7’에서 부모님이 경연을 보러 왔을 때 “랩을 1년 해보고 별로 성과가 없었다면 그만둘 거라고 약속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1년이 지났어도 눈에 띄는 결과가 없었다면 정말 음악을 그만했을까?
쿠기: 부모님도 솔직히 사람이신지라 계속하게는 해주셨을 것 같다.(웃음) 음악을 계속 하기로 해주신 지는 꽤 됐다. ‘쇼미7’에 나가기 전부터 두 분 다 굉장히 나를 믿어 주셨다.

10. 나플라 팀과 수퍼비 팀으로 나눠 팀 대항전을 했을 때는 어땠나?
쿠기: 수퍼비 팀에 우주비행 멤버인 오르내림을 포함해 더 친한 멤버들이 많았다. 수퍼비도 원래 “형 뽑을게”라고 귀띔했는데 (나)플라 형이 초반에 바로 나를 뽑았다.(웃음) 하지만 플라 형을 포함해 윤비 형, EK 형, 수린이, 제네 더 질라와 새롭게 인연을 맺을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친했는데 더 친해진 느낌이다. 내년 2~3월에 새 앨범을 발매할 계획인데 플라 팀 멤버들과 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윤비 형이랑도 협업을 얘기 중이다. 기대해도 좋다.

힙합부터 알앤비, 팝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이 기대되는 쿠기. 사진제공=밀리언마켓

10. 내년 신보에 앞서 발매하는 앨범은 랩보다 노래에 가까운 트랙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유는?
쿠기: 타이 달라 사인과 포스트 말론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랩과 노래를 앞으로도 같이 하고 싶다. 올해 발매할 앨범에 수록될 곡들도 연초에 미리 만들어 놓은 트랙들이다. 랩 외의 요소들을 주로 보여줄 예정이라 평소에 안 썼던 단어들도 많이 들어갈 예정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쓴 곡들이 많아서 가사의 수위도 높고 감정들도 복합적이다.

10.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쿠기: 음악을 하기 위해서 혼자 서울에 올라왔을 때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되게 외로웠다. 그때 우주비행과 옐로즈맙 친구들, 자메즈 형, 토미 스트레이트, 닥스후드 등이 힘이 많이 돼 줬다. 너무 고마웠다.

10. 목소리 톤은 다듬은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도 궁금하다.
쿠기: 톤은 대학교 흑인 음악 동아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과 똑같았다. ‘로린 힐 같다’‘여성 래퍼 같다’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웃음)

10. ‘한국의 릴펌이다’란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쿠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칭찬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릴펌보다는 더 내 입지를 키울 것이다. 사실 릴펌의 존재를 잘 몰랐다. 특히 ‘Movin&Movin’(Feat.블라세키드)는 릴 우지 버트, 페이머스 덱스, 리치 더 키드의 영향을 받아서 만든 노래다. 그 이후에 나온 릴펌의 곡을 들어보니 플로우가 똑같은 부분이 있어서 재밌었다.

 

10. 얼마 전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할로윈 파티에도 다녀왔는데 어땠나? 배틀그라운드 분장에 프라이팬을 들고 간 사진이 공개됐다.
쿠기: ‘Wifey’를 믹싱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급하게 분장했다. 배도 고프고 해서 한 시간 정도만 있다 갔다. 연예인도 많이 보고 좋은 기회였다.(웃음)

10.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가?
쿠기: 처음엔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흡수한 것으로 주목 받았다. 이제는 역량을 넓혀서 나만의 것, ‘쿠기 아니면 못하는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다. 힙합 뿐만 아니라 팝 트랙도 준비 중이다. 나에게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쿠기: ‘Wifey’가 수록된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면서 연말을 보낼 생각이다. 영광스럽게도 많은 공연에 초대받았다.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 지금처럼 꾸준히 새로운 음악이나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한 결과물을 들려줄 예정이다. 내년 2~3월에는 새 EP와 더불어 정규 앨범 작업을 구상 중이다.

10. 굉장한 작업량이다. 각 앨범은 무엇이 다른가?
쿠기: 올해 공개할 앨범에는 그간 시도해보고 싶었던 음악이 들어있다. 내년 2~3월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계획이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미리 노래를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좋다.(웃음)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음악은 늘 다시 찾게 된다. 앞으로도 음악을 하면서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 음악과 함께 하는 사람들도 같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