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서영희·손나은의 ‘여곡성’, 귀신은 있고 공포는 없다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여곡성’ 포스터./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영화 ‘여곡성’에는 무엇보다 독하고 무섭다는 원한 품은 귀신이 등장한다.

한 저택에서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졌다. 이 집안의 주인인 이 대감은 자취를 감췄고, 두 아들은 혼례를 치르자마자 비명횡사했다. 천한 신분의 옥분(손나은)은 우연한 계기로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

옥분과 혼례를 치른 막내아들도 결국 목숨을 잃는다. 집안의 안주인이자 옥분의 시어머니인 신씨 부인(서영희)은 “집안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한다. 신씨 부인에겐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한 점이 많다.

옥분은 죽은 막내아들의 아이를 갖게 된다. 때 묻지 않고 조신하던 그는 아이를 가진 이후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여곡성’에서 옥분 역을 연기한 에이핑크 손나은./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여곡성’은 한국 공포영화의 고전인 1986년작 ‘여곡성’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컴퓨터 그래픽(CG)과 카메라 기법 등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유영선 감독은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원작을 모르는 10대, 20대도 흥미 있게 볼 수 있도록 다이나믹한 앵글 등 촬영 기법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감독의 연출 의도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부엌칼이 휙휙 날아다니고, 여기저기 꽂힌다.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 겁을 먹은 남자는 동공이 흔들리는 등 정신을 못 차린다. 카메라는 빠르고 역동적이다. 긴장감이 높아진다. 그간 잘 만든 스릴러물, 장르물 등을 숱하게 접한 요즘 세대에겐 그리 대단한 장면이 아니다. 익숙하기도 하지만 뭔지 모를 부족함마저 느껴진다.

‘여곡성’에서 신씨 부인 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서영희./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그동안 공포 스릴러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던 배우 서영희는 분투했다.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 캐릭터를 몰입도 높게 연기했다. 몇 차례 임펙트 있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서영희가 있다.

‘여곡성’을 통해 영화에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손나은은 선전했다. 배우로서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데 비해 처음과 끝이 다르게 변모하는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담아냈다. 나름대로 힘을 빼고 계산적인 연기를 했겠지만 공포물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은 비교적 약하다.

좀비, 악령, 빙의 등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고전 귀신이 주는 공포는 새로울 수 있다.  연출에선 또 한 번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점에 어김없이 귀신이 나타난다. 조금만 더 극적이라면 어땠을까 싶다.

요즘 날씨처럼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차갑고 스산하다. 여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 사이의 문턱에 개봉한 ‘여곡성’이 극장 안에서도 관객들을 오싹하게 할지는 미지수다.

오늘(8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