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손 the guest’ 김재욱 “구마사제 연기, 김동욱·정은채에게서 힘 얻었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재욱./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배우 김재욱이 OCN 첫 수목극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며 또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가족을 잃은 처절함부터 빙의 된 자들을 구마하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몰입도 높게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기가 빨릴 정도로 구마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그는 “김동욱, 정은채와 감독님이 곁에 있었기에 괜찮았다. 부마자(付魔者)들이 열연해서 더 큰 에너지를 얻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해 안방과 스크린, 무대를 넘나들며 연기 열정을 불태운 김재욱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손 the guest’를 마친 소감은? 에너지를 많이 쏟았을 것 같은데 체력은 괜찮나?
김재욱: 체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다쳤고, 작품을 하는 동안 예민했기 때문에 건강이 안 좋아졌다. 심각한 건 아니다.(웃음)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10. 이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나?
김재욱: 했다. 극과 캐릭터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배우들, 스태프들과 최대한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다. 나나 동욱이나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많이 까불면 현장에서 집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스태프들 모두가 배려해줬다. 그렇게라도 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아줬다. 시간에 쫓기고 치열한 촬영이었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10. 살이 빠진 것 같다. 최윤 역할을 위해 일부러 뺀 건가?
김재욱: 크게 거슬리지 않는 한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우거나 빼지는 않는다. 작품이 끝날 때쯤엔 야위어 있다.(웃음) 기가 빠진 건지, 살이 빠진 건지 작품마다 그랬다.

10. 기가 빠진 것 같다.
김재욱: 온 힘을 다해 빙의 된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긴 했다. 구마를 할 때 그만큼 에너지를 올려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엄청나게 집중했다가도 ‘컷’ 하면 옆에 동욱이나 은채, 감독님이 있어 줘서 괜찮았다.

10. ‘손 the guest’를 선택한 이유는?
김재욱: 대본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만든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영상으로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다. 의욕이 생기더라. ‘보이스1’을 함께 했던 김홍선 감독님에 대해 믿음도 있었다. 감독님께서 함께 하자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셨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10. OCN 첫 수목극이라 부담스럽지 않았나?
김재욱: 결과에 대해 걱정하진 않는다. 물론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고민하고 부담을 갖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그때그때 장면에 집중할 뿐이다. 보는 사람들이 내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데 힘을 쏟는다. 결과가 좋으면 당연히 힘이 나지만 처음부터 부담을 안고 가진 않는다.

10. 시청률을 의식하진 않았나?
김재욱: 첫 수목극이고 밤 11시에 방송을 했다. 그런데도 예상보다 좋았다. 처음에는, 모두가 노력해서 창피하지 않을 만큼 잘 만들면 분명히 화제는 되겠다고 생각했다.

10. 구마사제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많았을 텐데?
김재욱: 나는 종교가 없다. 천주교라는 종교 자체를 이해해야 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구마 의식에 대해 알아갔다. 사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성당에 가봤고, 신부님 인터뷰도 했다.

10. 기도문을 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겠다.
김재욱: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몸이 기억하도록 해서 플레이하는 운동선수들처럼 숙달시켜야 했다. 달달달 끊임없이 외웠다. 가끔 현장에서 계산 밖의 상황이 발생했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쉽진 않았다. 김륜희(김시은)를 구마할 때부터 더욱 집중력이 높아졌다. 최윤, 윤화평(김동욱), 강길영(정은채) 등 세 명이 첫 공조를 펼쳤다. 두 사람이 옆에 있어서 더 큰 에너지가 생겼다. 그들에게 힘을 받아서 잘 해낼 수 있었다.

‘손 the guest’의 김재욱이 “김동욱, 정은채와 함께 해서 더 큰 에너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10. 빙의라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김재욱: 작품을 하기 전에 흥미를 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봤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감독님과 필리핀에 가서 구마사제를 직접 만나 강의도 들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있긴 있더라.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진짜 빙의 된 것인지 과학적으로는 풀지 못한다.

10. 사제로 살라면 살 수 있겠나?
김재욱: 신앙이 생긴다면 할 수도 있겠다. 구마를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10. 극 중 큰 귀신 박일도에 의해 부모님과 형을 잃었다. 감정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땠나?
김재욱: 처음에는 ‘손 the guest’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만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오히려 편한 장르다. 깊은 감정은 필요했지만 만화 속 주인공처럼 단면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다.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면서 현실감 있게 연기하기 위해 고민했다. 점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

10. 시청자들에겐 호평을 받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김재욱: 중반부까지 ‘손 the guest’는 부마자들에게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사실감 있고 몰입감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작품의 힘은 부마자들의 연기에 있었다. 윤화평, 최윤, 강길영이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됐지만 세 사람 각각 감정선을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드라마에 속도감이라는 게 있는데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다 보면 템포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만화처럼 단면적으로 보여야 했다. 이 점에서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느냐에 고민이 많았다. 중반부 이후 박일도가 누구냐에 힘이 실리면서 인물을 풀어내는 시간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저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인물을 적당히 단순하게 표현해야 하고,  복잡하지 않게 해야 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10. 부마자들의 연기는 매번 화제에 오를 만큼 대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마자는 누구인가?
김재욱: 누구 하나라고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허율 얘기는 하고 싶다. 그 어린 친구가 하기에는 정말 힘든 역할인데 걱정했던 것보다 잘 해줬다. 연기자로서 재능이 굉장히 뛰어난 친구다.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10. 자신이 빙의 된 연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김재욱: 나름대로 준비를 했을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분들과 같이 있으면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가 전달된다. 선의의 경쟁이기도 하다. 노력한 만큼 또 다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10. 마지막 회, 어두운 밤바다 한가운데서의 구마 장면이 압권이었다. 배우들 모두 힘들었을 것 같은데?
김재욱: 쉽지 않았다. 체력이나 정신이 바닥 났을 때 찍게 됐다. 하지만 감독님과 제작진의 배려로 단시간에 무사히 마쳤다. 배우들의 연기를 계산하고 빈틈없이 콘티를 짜 왔다. 속전속결로 촬영할 수 있었다.

10. ‘보이스’ ‘사랑의 온도’ ‘손 the guest’ 등을 통해 김재욱이라는 배우에게 입덕하는 팬들이 많다. 비결이 뭔가?
김재욱: 비결은 잘 모르겠다.(웃음) 많이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 사실 최윤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3인방 중 한 명으로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세 사람 모두를 열렬하게 지지해 주셨다. 누구 하나가 아니라 그룹 자체를 사랑해 주신 게 놀랍고 행복한 일이다.

10. 특히 장르물에서 존재감이 뚜렷하다.
김재욱: 장르물 전문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웃음) 멜로, 코미디 등 어떤 장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10. 코미디에도 욕심이 있나?
김재욱: 당연하다. 하고 싶다.

배우 김동욱은 “장르물 뿐만 아니라 멜로, 코미디 등 어떤 장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10. 김동욱과는 2007년 방송된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김재욱: 예전과 똑같았다. 새삼 ‘동욱이와 작업하는 게 이런 느낌이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 다 나이도 먹고 성숙해졌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사람이다. 동욱이는 변하지 않는 친구다. 함께 있을 때 20대 중반에 했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즐거웠다. 은채도 옆에서 잘 받아줬다. 셋이 죽이 잘 맞았다.

10. 시즌2가 나온다면?
김재욱: 시즌2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기쁘다. 기분 좋은 일이다.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OCN도 ‘신의 퀴즈’ 정도가 계속해서 사랑받았다. 성공하기 위해선 일부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 말처럼 쉽진 않다. 지켜볼 예정이다. 하지만 기대된다.

10. ‘손 the guest’ 후속으로 ‘신의 퀴즈: 리부트’가 방송된다. 주인공인 류덕환과 절친인 걸로 안다. 전할 말이 있다면?
김재욱: 잘 받길 바란다. ‘신의 퀴즈’ 시청률이 떨어지면 오롯이 류덕환 잘못이다. 하하.

10. ‘종이인형’ ‘섬섬옥수’ 같은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재욱: 내가 친근한 이미지는 아니다. 그런데도 ‘종이인형’ 같은 별명은 편하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10. 차기작은 어떤 장르를 하고 싶나?
김재욱: 그런 건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웃음) 작품은 만나질 때가 되면 만나진다. 사랑에 빠지듯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10. 결혼 생각은 없나?
김재욱: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할 생각이다. ‘내 나이가 몇이니까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10.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김재욱: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가능하면 인간 김재욱을 드러내는 건 피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품 속) 인물로 만나는 게 제일 행복하다.

10. 올해 드라마,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가장 뿌듯한 성과는?
김재욱: 전반적으로 좋았다. 배우로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아마데우스’를 통해 연극 무대도 처음 경험했다. 연습실이나 공연장에 갈 때 신인 시절처럼 설렘이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았을 때의 그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서 행복했다. ‘손 the guest’는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장르다. 잘 해냈다는 자긍심이 있다. 좋은 경험을 했다.

10. 당분간 휴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뭘 하고 싶나?
김재욱: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 잘 먹고, 잘 자면서 ‘손 the guest’를 털어낼 생각이다. 좋은 작품 만나는 날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 생각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