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힘들 때마다 운 좋은 배우란 걸 되새겨요”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정제윤 역을 연기한 배우 김선호. / 사진제공=솔트 엔터테인먼트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라 했다. 김선호가 그런 것 같다.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으로 연기를 시작한 김선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실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드라마 출연이 다 행운이라고 하지만 연기력, 캐릭터 소화력, 변화무쌍한 매력까지 다 갖춘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행운 아닐까.

10. ‘백일의 낭군님’이 끝난 소감은?

김선호 : 사전제작 드라마라 촬영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같이 즐기다가 ‘잘 가’ 하고 인사하는데 아쉽고 섭섭했다. 드라마가 잘 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쉬웠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드라마가 잘 될줄 몰랐다.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지 아쉬웠다.

10. 시청률이 왜 높았을까?

김선호 : 훌륭한 선배들이 계셨다. 물론 (도)경수와 (남)지현이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시청률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방 역의 준혁 선배님을 비롯해 송주현 사람들의 연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송주현 이야기가 확실하게 환기시켜준 덕분에 관심을 얻은 것 같다.

10. ‘백일의 낭군님’ 출연을 두고 고민했다고 들었다.

김선호 : 내가 늦게 합류했는데 첫 사극인 점도 그렇고 젊은 친구들에게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꺼려졌다. 정제윤이 중심에 선 인물인 것 같은데 불편해 하거나 색깔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사극은 정해진 게 없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엄청 했다. 작품도 좋았지만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조합들이 재밌지 않나. 기운이 좋고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즐겁고 지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 고민하던 당시에 ‘최강 배달꾼’에 같이 출연해 인연이 있는 (김)기두 형이 전화가 와서 하라고 했다.  드라마 시작 후 형이 ‘잘 된다고 했지’라고 하기에 ‘이번에도 배워 갑니다’라고 하면서 웃은 기억이 있다.

김선호는 ‘백일의 낭군님’ 출연 배우들과 함께 간 엑소 콘서트가 생애 첫 콘서트 관람이었다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 사진제공=솔트 엔터테인먼트

10. 함께 한 배우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김선호 : 그렇다. 젊은 배우들이 통통 튀었다. 대본을 보면 나는 ‘정제윤 대사, 왜 이렇게 닭살 돋아’라고 했는데 젊은 친구들은 신선하고 재밌어했다. 젊은 친구들도 그렇고 조한철, 조성하, 정해균 선배가 잘 이끌어주셨다. 배우들의 에너지와 색이 다양하니까 덥고 힘든 가운데서도 지치지 않고 재밌었다.

10. 특히 도경수와 케미가 좋았다.

김선호 : 성격이 정말 친구다. 사람 좋다는 말은 말이 들었는데 첫 만남에서 말도 먼저 걸더라. 서로 작품 잘 봤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친해졌다. 허물없이 서로의 고민도 얘기하면서 더 친해졌다.

10. 정제윤은 능글맞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김선호 : 정제윤의 대사 대부분이 달달한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한다. ‘홍심(님지현 분)과 두 번째 만남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사가 다 닭살이었다. 내 기준에서 너무 아저씨 같기도 해 담백하게 바꾸면 어떨까 했는데 안 됐다. 결국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정제윤이라는 역할 하나였다. 누가 나한테 ‘최대한 진심으로 얘기해 봐. 말투 고민하지 말고’라는 조언을 했다. 그때부터 정제윤으로 하려고 했다.

10. 첫 사극 드라마라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김선호 : 연기자 눈에는 스스로 부족한 게 보이는데 이 작품이 특히 그랬다. 한복이 불편하고 말투가 불편하니까 처음에는 잘하고 있는지 확인이 안 됐다. 내가 연기를 할 때 대사를 정확하게 했는지, 정제윤이 아니라 김선호로 장난을 친 건지 판단이 안됐다. 사전제작이라 실시간으로 볼 수가 없으니까 체크가 안 됐다. 작품이 끝났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스스로 반성하고 채찍질을 하고 있다. 욕하는 사람 없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제 눈에 아쉬운 점이 많다.

자신의 연기를 보며 늘 반성하고 채찍질한다는 김선호. / 사진제공=솔트 엔터테인먼트

10. 연극은 오래했지만 드라마 데뷔가 늦었다. 왜 그런가?

김선호 : 배우에게는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슬픈 현실이지만 무명 배우에겐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까 애초에 TV 데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했다. 좋은 공연, 하고 싶은 공연을 하는 게 나의 목표였고 목표점을 향해 달리다 보니 (드라마 출연)생각을 안 했다.

10.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김선호 : 사실 내가 잘 버는 연극배우에 속했다. 죽어라 공연하던 시절을 지나서 입지를 굳힌 거다. 근데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는 연극배우가 배고픈 직업이다 보니 방송에 한 번 나가야 부모님이 걱정을 덜 하실 것 같았다. ‘김과장’ 오디션을 보고 합격이 된 후 공연을 잠시 쉬었다. 집에서 TV를 보고 웃고 있는데 어머니 눈에 내가 한심해 보였나 보다. 갑자기 나한테 ‘선호야, 되겠냐’라고 하셔서 ‘몰라. 됐다고 했어’라고 한 기억이 난다. (웃음)

10. ‘김과장’이 첫 드라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선호 :  ‘김과장’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됐다. 이은진 PD님이 친구분께 연극배우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추천한 다섯 명 중 한 명이 나였다. 네 번 넘게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이 ‘고집이 셀 것 같고 연극 톤이 심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없어 신선하게 봤다’고 하셨다. 되게 행복했다.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촬영을 한 후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TV에 나오니까 ‘쟤는 누구야? 금수저야?’라는 말도 들어서 웃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웃음)

10. 드라마를 해보니 어땠나.

김선호 : 솔직히 말해서 ‘김과장’을 찍고 매체 연기와 나는 안 맞다고 생각했다. 내 연기를 화면으로 보는 게 부담스러웠다. 연기가 불편하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은진 PD님이 한 번만 더 해보라고 하셨다.

김선호는 자신이 평범한 얼굴이라면서 그 평범한 매력이 좋다고 했다. / 사진제공=솔트 엔터테인먼트

10. ‘백일의 낭군님’도 그렇지만 ‘김과장’ ‘최강배달꾼’ ‘투깝스’ 등 출연 작품 모두 시청률이 괜찮았다.

김선호 : 진짜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면 힘이 난다. 신경을 쓰면 안 좋으니까 떨치려고 하는데 안 된다. 선배들이 언제까지 그럴 것 같아?라고 장난으로 그러시는데 다 좋을 수만은 없다는 걸 안다. 시청률은 배우가 잘하는 게 아니라 하늘의 뜻인 것 같다. 사실 오디션을 안 보려고 했다가 본 작품이 ‘최강 배달꾼’이다. 원래는 배달부 중 한 명이었는데 감독님이 오진규 역을 잘하겠다는 말을 하셔서 역이 바뀌었다. 다음 작품인 ‘투깝스’도 오디션을 봐서 출연했고 이 드라마로 연말 시상식에서 우수 연기상과 신인 연기상도 받았다. 운이 좋았다. (웃음)

10. 운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김선호 : 연극을 2009년에 시작해 꽤 오래했지만 내 입장에서 나는 지금도 신인배우다. 배우에 앞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드라마도 잘하고 있는 걸 보면 운이 진짜 좋다는 걸 느낀다. 가끔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나태해진 거라 생각한다.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를 되새긴다. 그러면 에너지에 훨씬 도움이 된다.

10. 본받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김선호 : ‘백일의 낭군님’에서 함께 한 정해균 선배님. 내가 선배님의 연기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갑자기 잡힌 촬영이 있었는데 ‘준비할 시간이 없으면 떨려’라고 하셨다. 늘 긴장하고 많은 준비와 연습을 한다고 하셨다. 근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떨리는 감정을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호흡마저 평온했다. 그리고 순수하고 겸손하신 분이다. 내가 이 분처럼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문득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촬영이 진행되면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라고 돌려서 말씀하신다. 그 부분이 감동 그 자체였다.

10.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김선호 : 배우라면 누구나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한다. 특히 나는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는 꼭 하고 싶다. 내가 한 캐릭터들이 ‘투깝스’는 영혼, ‘최강 배달꾼’은 재벌, ‘백일의 낭군님’은 배경이 사극이라 일상을 사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단막극을 한 번 해 보니 일상을 살아가면서 평범한 선택을 하는 드라마를 하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밝은 작품을 했으니 어둡거나 살인자 같은 무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슬플 때 울고 힘들 때 힘들어하는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바라고 있다.

10. 앞으로 어떤 배우로 불리고 싶은지. 

김선호 : 겸손한 배우. 늘 겸손하게 연기하겠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