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 “故 신성일은 대문 밖 남자…저승에선 구름타고 놀러 다니길”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엄앵란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성일 씨의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배우 엄앵란이 남편이자 동료인 고(故) 신성일(81)을 떠나 보낸 심경을 밝혔다.

신성일은 폐암 투병 끝에 4일 새벽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오후 3시 쯤 고인의 곁을 지키던 아내 엄앵란이 기자들 앞에 섰다. 수척한 모습이었다.

엄앵란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만 해도 건강하셨다. 그 전까지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나서 ‘보여줘야 한다’며영화제에 갔다 왔다”며 “이후에 상태가 더 안좋아졌다. 그래서 큰 병원으로 다시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인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를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자고 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이런 사람이 버텨서 오늘날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엄앵란은 “신성일은 가정의 남자가 아니었다. 사회의 남자, 대문 밖의 남자였다. 일에 미쳐서 모든 집안일은 나에게 맡기고 영화만 하고 다녔다”며 “일 말고는 신경을 안썼다. 늦게 들어와서 자고 아침 일찍 나갔다. 스케줄이 바빴다. 이제야 재밌게 사려나 했더니 돌아가셨다. 내 팔자가 이렇다”고 한탄했다.

배우 엄앵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또한 엄앵란은 고인과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난 3일 전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면서 “딸이 ‘아버지 하고 싶은 말 해봐’라고 하니 ‘재산이 없어’라고 했단다. 엄마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라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남편은 역시 사회적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경했고 55년을 살았다”고 밝혔다.

엄앵란은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기침을 했다. 기자들에게 “다리가 아파서 오래 서 있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인을 향해 “저승에 가서는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순두부 같은 여자를 만나라. 거기서는 돈도 필요없다.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하늘 타고 전 세계로 놀러 다녀라”라고 전했다.

특히 엄앵란은 “우리는 동지다. 서로에게 남자도 여자도 아닌 영화하는 동지다”라고 강조했다.

장례는 영화인장(3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6일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다. 화장 후 유해는 고인이 직접 건축해 살던 집이 있는 경북 경천 성일각으로 옮겨진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