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창궐’ 이선빈 “구국 나선 조선여성의 강단 보여줬어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이선빈,인터뷰

영화 ‘창궐’에서 야귀를 소탕하는 덕희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선빈. /이승현 기자 lsh87@

이선빈은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와 ‘스케치’로 ‘빈크러시’라는 애칭을 얻었다. 언변이 뛰어난 정보요원과 단숨에 범인을 제압하는 형사로 걸크러시 매력을 내뿜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 그런 그가 영화 포스터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창궐’에서다.

‘창궐’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살을 뜯어먹는 좀비인 ‘야귀(夜鬼)’가 날뛰는 조선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사람들과 혼란을 틈타 권력을 장악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선빈은 박 종사관(조우진 분)의 동생이자 야귀떼에 맞서 싸우는 민초 덕희 역을 맡았다. 영화 ‘굿바이 싱글’ ‘궁합’ 등으로 영화 단역을 맡긴 했지만 비중 있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감이 안나요. 제게 기회가 주어진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큰 스크린에 제가 제대로 나오는 건 처음이라 떨리기도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됐어요. 당연히 제 연기에 100% 만족할 순 없죠. 영화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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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은 ‘창궐’에서 출중한 활쏘기를 선보인다. /이승현 기자 lsh87@

이선빈은 조우진, 정만식과 함께 야귀떼를 소탕하는 ‘야귀 버스터즈’에서 홍일점으로 활약한다. 그의 걸크러시가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시위를 당기고 망설임 없이 화살을 날리는 그녀의 궁술이 통쾌하다.

“덕희의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어지러운 정국에서 역도로 몰린 오빠(박 종사관)로 인해 덕희의 환경도 변했겠죠. 그러면서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서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덕희의 ‘강단’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강단은 몸짓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고요. 마음먹은 일을 해나가는 진취적 자세, 왕자 이청에게도 밀리지 않는 깡, 몸에 밴 활쏘기 등으로 보여줬죠.”

‘창궐’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주문한 액션도 ‘습관처럼 나오는 자연스러운 활쏘기’였다. 영화에서 말을 타는 장면은 없지만 이선빈은 승마도 함께 배웠다. 그는 “액션은 사전에 동작을 맞춰도 상황이나 구조물에 따라 현장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철저히 준비하게 시킨 것 같다”며 “이미 연습했으니 다음에 사극을 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창궐’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리양필름, 영화사 이창

영화에서 이선빈은 ‘하얀 얼굴’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검정 때칠로 가득하다. 이선빈은 예상 외로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다”면서도 “내려놓으니 편해졌다”며 작게 웃었다.

“제가 망가질수록 캐릭터 간 시너지가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 예쁘게 보일 만한 행동도, 생각도 안 했죠.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편해져서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땅에 뒹굴고 얼굴 솜털 사이사이 모래가 끼어있고 피도 묻어있는 모습이 캐릭터에 ‘찰떡’인 거예요. 나중에는 분장사님한테 때칠을 더 해달라고 했더니 말리더라고요. 호호”

세련되고 도도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이선빈이지만 웃음이 많은 그에게선 밝은 기운이 넘쳤다. 귀엽고 친근한 수다쟁이였다. ‘반전 매력’을 가졌다고 하자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도, 그와 반대되는 모습도 모두 내 안에 있다”며 “한 방향으로 이미지가 흘러가는 걸 깨고 싶기도 하지만 억지로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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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은 연기의 매력이 “여러 인물의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덕희 캐릭터도 제가 그렇게 표현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거예요. 갓 캐서 흙이 잔뜩 묻은 못생긴 감자처럼 말이에요. 이런 것도 변화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바꾸려 하면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테죠. 많은 분들이 저를 더 알아갈수록 저의 명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를 더 찾아주지 않을까요?”

이선빈에게 ‘창궐’은 영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앞으로의 도전을 위해 용기를 갖게 해준 작품이다. “연기를 통해 여러 인물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이선빈. 팔색조의 매력 가운데 하나 정도만 보여준 것 같은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