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장기하와 얼굴들, 마침표도 그들답게…”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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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동 위워크에서 다섯 번째 정규 음반 ‘모노(mono)’의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 이승현 기자 lsh87@

“새 음반을 많이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네요.(웃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위워크에서 다섯 번째 정규 음반 ‘모노(mono)’의 음악감상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보통의 음악감상회는 발매를 앞둔 신곡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지만, 이날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는 달랐다. 음반 발매 전 “팀을 해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신곡에 대한 설명보다 ‘해산하는 이유와 심경’ ‘앞으로의 계획’ 등에 초점이 맞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싸구려 커피’로 가요계에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독특한 멜로디와 창법, 사회 문제를 다룬 묵직한 노랫말로 주목받았다. 음반마다 자신들의 색깔을 녹이며 사랑받았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밴드로 성장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OST에 참여하고,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친근한 팀이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좋은 평가도 얻었다. 10년 동안 굴곡 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해산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장기하가 밝힌 해체 배경은 명료했다. ‘음악’으로 뭉친 그들이 마침표를 찍는 이유도 ‘음악’이었다.

“지금까지 10년을 해오면서 추구한 건 ‘어떻게 하면 군더더기 없이 편곡할 수 있을까?’였어요. 그런 기준에서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이번 음반이 최고라고 생각했죠. 6집이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음악적인 기준에서 정점일 때 해산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 멤버들에게도 제안했어요. 한참 서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뜻을 모았습니다.”(장기하)

많은 팀들이 ‘가장 빛날 때 헤어지고 싶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정점을 찍을 때 더 욕심나기 마련이고, 주위의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장기하와 얼굴들은 “다음이 더 좋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장기하는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에 달했을 때 헤어지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훈훈한 것 같다. 내리막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헤어진다면 웃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아쉽고 팬들도 아쉬울 때 마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해산을 확정한 건 불과 두 달 전이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고, 가장 행복할 때 10년의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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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이종민(왼쪽부터), 정중엽, 장기하,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 / 이승현 기자 lsh87@

베이스를 맡은 정중엽은 “한국에서 10년 동안 활동한 밴드가 이렇게 잘 끝낼 수 있다는 건 희박한 확률이다. 이루고 싶은 거의 다 이뤘기 때문에 기분 좋다”고 털어놨다. 기타를 치는 이민기는 “아쉬운 감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밴드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타를 담당하는 하세가와 요헤이는 “해체 혹은 이별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 같이 살다가 독립을 하는 것일 뿐이다. 독립해도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라며 “언제든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감상회 내내 덤덤한 말투로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하면서 ‘양평이 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쑥스러웠지만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알아보는 건 괜찮은 일 아니냐”며 “내가 살면서 가장 오래 한 밴드가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훗날 할아버지가 됐을 때 ‘젊었을 때 뭐 했어요?’라고 물어보면 ‘장기하와 얼굴들을 했다’고 할 것이다. 어디에서도 이루지 못한 꿈을 한국에서 이뤘다.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멤버들은 모두 ‘해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10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팀에 대한 자부심을 말할 때는 뜨거웠다. 장기하는 “멋있게 한 것 같다”고 했고, 이민기는 “우리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을 꽤 봤는데 우리와 비슷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게 자부심이다”고 힘줘 말했다.

장기하는 이번 음반 주제를 ‘혼자’로 정했다. 타이틀곡은 ‘그건 니 생각이고’로 정했고, 총 9곡을 채웠다. 무엇보다 모든 곡을 스테레오가 아니라 모노 방식으로 녹음했다. 모노는 1960년 이후 대중음악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과거 비틀즈 1집의 오리지널 모노 엘피(LP)를 구해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소리가 좌우로 펼쳐지지 않고 가운데 다 몰려 있는데도 모든 악기가 선명하게 들리고 더 집중하게 되는 음향이었죠. 그때부터 모노 믹스를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음반의 곡들을 다 쓴 뒤 늘어놓으니 공통 소재가 ‘혼자’더군요. 녹음을 모노로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장기하)

팀 해산은 곡 작업을 마친 뒤 한 생각이지만 묘하게 이번 음반에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장기하도 “작곡 단계에서 의도한 게 아닌데 아름답게 마무리 하자고 결정한 뒤 노래를 들어보니 의미심장하게 들려서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그건 니 생각이고’는 다른 이에게 훈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가자’는 의미를 담은 곡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재치 넘치고 솔직한 감성이 특징이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일부를 샘플링했다.

“‘환상 속의 그대’에서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라는 부분을 샘플링 했습니다. 서태지 선배님과 친분은 전혀 없었는데 연락처를 수소문해 연락드려서 샘플링을 하고 싶다고 허락을 구했죠. 곡을 듣고 ‘노래가 아주 좋다’며 ‘내가 존경하는 뮤지션이 샘플링을 한다니, 멋지게 해보시길 바란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장기하)

장기하는 새 음반을 낼 때마다 직접 뮤직비디오 연출도 맡는다. ‘그건 니 생각이고’ 역시 그가 기획했다.

“어떤 사람이든 뾰족한 수가 없고, 각자 나름의 길을 가면 된다는 내용이에요. 그랬더니 ‘걸음걸이’라는 게 떠올랐어요. 걸음걸이는 모두 다르잖아요. 100명이 넘는 사람의 걸음걸이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았죠.”(장기하)

뮤직비디오에는 여러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이 계속 흐른다.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뛰어간다. 가장 마지막으로 장기하가 지나가며 끝이 난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남은 두 달 동안 새 음반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소극장 장기 공연을 이어가며, 오는 12월 29일에는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단독 콘서트 ‘마무리: 별일 없이 산다’를 연다.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할 두 달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놓은 것이 없어요. 내년 1월 1일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無)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2년 만에 정규 5집을 냈어요. 음악은 설명 보다 각자 감상하는 거니까요, 잘 들어주세요.”(장기하)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