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창궐’ 현빈 “愛民을 알아가는 캐릭터의 성장에 집중했어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창궐’에서 대군 이청 역으로 열연한 배우 현빈. /사진제공=NEW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 가든’ ‘만추’로 이어온 그의 멜로는 더욱 짙어졌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 ‘공조’ ‘협상’으로 보여준 액션은 더욱 강렬해졌다. 현빈이 영화 ‘창궐’로 사극 크리쳐물에 도전했다. 청나라에서 성장한 조선의 강림대군 이청(현빈 분)이 사람의 피와 살을 먹고 사는 괴수 ‘야귀’로 인해 위험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현빈은 날렵한 검술로 액션을 선보이며 애민 정신을 갖게 되는 대군의 감정을 점층적으로 그려냈다. 현빈은 “계속 새로울 순 없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여전히 연기가 어렵지만 흥미롭다”고 말하는 현빈은 차분하고 점잖았다. 부드럽지만 흔들림 없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현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0. ‘공조’에 이어 ‘창궐’로 김성훈 감독과 두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 작업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은데.
현빈: 확실히 편했다. 나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고, 그래서 어떤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지, 관객들이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서로 더 잘 파악했다. 둘 다 ‘공조’ 때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액션도 보여주고 싶었다.

10. 영화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현빈: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야귀라는 새로운 크리쳐가 만났다는 점이 신선했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대사나 상황들이 만화 같았다. 야귀라는 존재도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걱정도 했다.

10. 조선의 왕자인데 사극 톤이 아니라 현대극 말투에 가깝다. 왜 그런가?
현빈: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조선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이청은 어릴 때 청나라로 갔다. 또 타의에 의해 조선에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조선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이질감이 느껴지길 바랐다. 복장과 머리 모양도 청나라 사람 같지 않나. 이청이 점점 조선에 스며드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말투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이청이 점점 바뀌어간다. 액션 중간중간에는 본래 이청의 모습이 표출되는 것까지 계산했다.

현빈은 ‘창궐’에서 검술 액션을 선보인다. /사진제공=NEW

10. 액션은 어떻게 달라지나?
현빈: 저잣거리에서 시작해 인정전 마당, 인정전 안, 지붕 위까지 액션이 점점 많아지고 화려해진다. 촬영 방식도 달라진다.

10. 원래 ‘언월도’라는 초승달 모양의 검을 사용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캐릭터와 어울리는 장검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감독은 어떤 액션을 요구했나?
현빈: 야귀들과 싸우는 인물들의 콘셉트는 ‘살기 위한 액션’이었다. 감독님은 “사람이 아닌 존재들과 싸웠을 때 힘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검의 매력을 살리려면 (휘두르는) 칼의 선이 중요하다. 감독님은 “힘이 느껴지면서도 그 매력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10. 이번 액션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현빈: 야귀 역 배우들은 무기 없이 얼굴을 들이밀며 공격하는 연기를 하기 때문에 거리 계산이 조금만 잘못돼도 다친다. 계속 긴장됐다. 그래도 촬영할수록 액션 연기가 익숙해지고 빨라졌다.

10. 이청 캐릭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빈: 이청이 변해가는 모습을 어떻게 설득하고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 그 부분에 특히 신경도 썼고. 이청이라는 캐릭터가 조선의 왕자라는 숙명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씩 알아가는 데 매력을 느꼈다. 이청은 아마 ‘지금보다 더 밝은 조선의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현빈은 평소 절친한 장동건과 ‘창궐’로 영화에서는 처음 만났다./사진제공=NEW

10. 장동건과 영화로 만난 건 처음이다.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함께 촬영한 소감은?
현빈: 내가 10대였을 때부터 연기하는 모습을 봐온 대선배이기도 해서 함께 작업하는 데 기대가 많았다. 배우 대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면서도 설렜다. 사극이라 분장을 하지 않나. 그래서 ‘친한 형’이라는 사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기 좀 더 쉬웠다. (장동건 선배가) 김자준의 모습을 하면 눈빛도 달라지더라.

10. 절친한 사이면 오히려 연기하기 어색하지 않나?
현빈: 장동건 선배도 걱정했다고 하더라. 나도 그랬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 연기를 더 잘 받아줬다. 이것저것 시도하기도 편했다.

10. 최근 ‘협상’에 이어 ‘창궐’이 곧바로 개봉했다.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데, 예전에 했던 작품 중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현빈: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웃음) 예전 작품들을 지금 한다면 표현 방법이 달라질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만추’. 20대 때 표현하지 못했던 걸 지금은 나이에 맞게 할 거 같다. (더 원숙해졌다는 의미냐고 묻자)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눈빛이나 분위기 등을 다르게 표현할 것 같다.

10. 출연한 영화도 연이어 개봉하고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바쁜 일정에 따른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현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땀 흘리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최근 몇 달을 보면, 어떤 촬영을 하다가 지칠만하면 다른 곳에 와서 다른 작품 홍보 활동을 하고, 또 이게 지칠 만하면 다시 돌아가서 촬영한다. 잘 넘나드는 것, 이것이 요즘의 작은 행복이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순간순간 다른 작품에 대해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과부하 걸릴 때도 있지만, 촬영을 하는 즐거움과 완성한 작품을 보여드리는 기대감, 두 가지가 다르지만 모두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현빈./사진제공=NEW

10. 데뷔 16년 차다. 이제는 연기가 능숙해졌을 텐데도 어려운 점이 있나?
현빈: 머릿속에 있는데 표현이 안 될 때가 있고, 표현을 했는데 내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연기에 정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푸는 방식이 달라도 정답이 있다면 그 과정만 쫓아가면 될 테니까… 누가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연기가 참 어렵다.

10. 연기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나?
현빈: 연기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이 하나씩 해결됐을 때 성취감이 있다. ‘창궐’을 예로 들면, 검술이나 승마를 배우며 하나씩 (주어진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워하면서도 도전한다. 연기가 어렵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10. 최근 검토 중인 시나리오가 있나?
현빈: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다른 시나리오를 잘 검토하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면 생각이 그 쪽으로 기운다. 어떤 걸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자꾸 하게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한 작품을 하는 동안은 다른 대본을 보지 않는다.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

10. ‘창궐’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현빈: 이청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표정, 행동, 액션 등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계속 다를 수만은 또 없겠지만.(웃음)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못 봤던 표정이다’ 정도의 평가만 들어도 좋다.

10. 배우라는 직업인로서 자신과 자연인 김태평(본명)으로서 자신은 어떤 점이 다른가?
현빈: 배우로서는 행복을 드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냥 나 자신으로서는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