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황금의 제국’ 팽팽한 긴장구도가 시작됐다

SBS '황금의 제국'

SBS ‘황금의 제국’

SBS ‘황금의 제국’ 2013년 7월 22,2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서윤(이요원)은 아버지 최동성(박근형)을 움직여 성진 건설을 지주회사로 내세우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성진 건설 지분 확보에 모든 것을 걸었던 민재(손현주)는 자신의 뜻대로 그룹을 재정비하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최동성은 성진 시멘트를 지주회사로 삼겠다고 선언한다. 모든 것을 잃게 된 민재와 태주(고수)는 성진 건설을 간신히 유지하고, 시간이 흐른 뒤 차명 계좌에 확보해 둔 돈으로 서윤과 제철 회사 인수전을 벌인다. 한편 한정희(김미숙)은 병세가 악화된 최동성이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임종을 맞이하도록 가족들에게 병세를 숨긴다.

리뷰
본 궤도에 올라선 이야기가 뒤늦게나마 탄력을 받고 있다. 어지러이 장황한 배경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몰입도를 떨어뜨렸던 초반을 지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점을 분명하게 설정하자 ‘황금의 제국’은 비로소 자신이 갖고 있던 무기를 하나 둘 내보이며 힘을 받기 시작했다. 세 주인공 모두 소외되는 점 없이 고루 자신만의 당위성을 쌓아갔고, 태주(고수)와 민재(손현주)의 대결 속에서 묻히는 듯 보였던 서윤(이요원) 역시 모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팽팽한 삼각 긴장 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계속되는 치열한 머니 게임 속에서 ‘황금의 제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자 방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다. 쉽게 현실감이 들지 않는 2천억 원이라는 돈이 ‘적은 액수’로 가늠되고, 1조원이라는 금액이 쉽게 내뱉어지는 세계에서 사실 가족이란 그저 부를 대물림하고 유지하는 수단일 뿐, 때로 후계 대결 구도 속에서 누구보다 냉정하게 내쳐야만 하는 존재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 속의 가족은 가장 냉혹하게 선을 긋고 내치며 ‘조련’해야 하는 대상인 동시에, 인물들이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황금의 제국’을 차지하려 수 싸움을 벌이고, 올인 게임을 마다치 않는 이들의 명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가족이 개입되어 있다. 그것이 기성 세대로부터의 독립이건, 혹은 기성 세대의 유산을 물려 받는 일이건, 이들에게 ‘황금의 제국’은 가족들에 대한 욕망 그 자체다.

태주에게 ‘황금의 제국’은 언제나 반듯하게 살았지만 결국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아버지와 가족들에 대한 보상이다. 민재에게 ‘황금의 제국’은 큰아버지 최동성(박근형)의 그늘에 가려져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도 처절하게 버려질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그렇게 버려지고도 그 그늘을 스스로 걷어내지 못한 아버지 최동진(정한용)에 대한 2인자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수단이다. 서윤에게 ‘황금의 제국’은 언제나 절대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아버지가 일궈온 일생 그 자체이며, 그렇기에 선택 받은 자신이 이어나가야만 하는 의무이자 아버지의 사랑이다. 정희(김미숙)에게는 27년간 칼을 품고 복수를 꿈꾸며 두고 보아왔던, 아들과 전 남편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자 원수와 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죄책감을 보상할 수 있는 면죄부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황금의 제국’에 집착하여 그것을 가지고자 하는 것은 결국 안온하고 평온한 가정에 대한 열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는 ‘황금의 제국’을 일궈온 최동성-최동진 형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박경수 작가는 전작인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을 통해 가족에게서 시작되는 욕망과 트라우마가 인물들을 통해 어떻게 사회로 확장되고 녹아드는가를 밀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추적자’가 가족들의 안온했던 세계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다면, ‘황금의 제국’은 가족이 준 인생의 가장 큰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각 인물들이 극복해 나가는 싸움처럼 보인다.

사실 알고 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욕망은 결국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뜯어보면 ‘황금의 제국’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그 돈으로 표상되는 가족으로부터의 정서적 결핍(의무)이며, 그 결핍을 채우려는 인물들의 몸부림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 ‘황금의 제국’이 보여주는 전혀 달라 보이는 세계에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수다 포인트
– 우리 태주, 언제부터 그렇게 밀당을 잘했을까?
– 최고의 카리스마 박근형 vs. 로맨티스트 박근형, 그래도 고자질 근형이 위너!

글. 민경진(TV리뷰어)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