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나우(28)] ‘뽕’을 찾아 나선 전방위 DJ, 250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새 정규 앨범 ‘뽕’을 준비 중인 DJ 250. 사진제공=BANA

최근 한 DJ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뽕’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DJ는 250(이오공)이다. 여기서 뽕이란 ‘뽕짝’의 뽕을 포함해 한국인의 정서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뽕의 기운, 즉 ‘뽕끼’다. 250은 뽕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이박사는 물론 동묘 시장·단체 에어로빅이 펼쳐지고 있는 공원 등 곳곳으로 뽕을 찾으러 다닌다.

영상에서 등장한 곡인 ‘이창’은 음원으로도 발매됐다. ‘이창’은 250이 내년에 공개할 새 정규 앨범 ‘뽕’의 수록곡이다. ‘이창’의 뮤직비디오는 뽕을 거칠고 기묘하게 그려내 여러 갈래의 해석을 낳았다.

250은 래퍼 팔로알토의 앨범 ‘Behind The Scenes’의 여러 곡, 이센스의 ‘비행’, 오케이션의 ‘막지못해’, XXX 김심야의 ‘Interior’, NCT 127의 ‘Chain’과 ‘내 Van(My Van)’ 등 전자 음악·힙합부터 K팝까지 전방위로 활약해 온 DJ 겸 프로듀서다. 250의 첫 정규 앨범 ‘One Night Stand’는 발매 첫 주에 멜론 장르별 차트, 전자음악 부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찾아내고 음악으로 표현해낼 뽕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250은 왜 지금 뽕을 찾아 나섰는지, 앨범 ‘뽕’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들어봤다.

10. 뽕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
250: 어렸을 때부터다. 평소에는 산울림을 즐겨 듣던 아버지가 운전하다 고속도로로 들어설 때면 무조건 이박사의 음악을 트셨다. 음악은 기분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환상을 갖게 됐던 것 같다. 그 이후 내 앨범을 준비하던 중 뽕에 관한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소속사 BANA의 제안을 듣자마자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10.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정말 뽕이 찾아지던가?
250: 뽕은 의성어인 데다 여러 뜻이 담겨있어 헷갈리는 단어다. 그래서 처음엔 뽕을 찾아 헤매는 모습만 영상에 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뽕에 대해 감이 잡히고 있다.

10. 다큐멘터리 1회에는 이박사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250: 나한테는 정말 멋있는 뮤지션이라 정말 만나고 싶었다. 이박사는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장르를 만들어낸다. 직접 만나 어떻게 뽕짝이 만들어졌는지 얘기를 듣고 어떤 식으로 나만의 뽕짝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이박사의 목소리 녹음본을 가만히 둘 수 없어 영상에 새로운 비트로 만들어 넣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뽕을 찾아서’의 일부. 사진=BANA TV 캡처

10. 새 앨범에 담길 뽕은 어떤 느낌이 될까?
250: 흔히 말하는 ‘고속도로 뽕짝’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상상을 더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정도로 트랙들을 엮을 것 같다.

10.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프로듀싱을 보여줬다.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김심야나 이센스가 자신들도 앨범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 적은 없나?
250: (김)심야는 앨범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은 이 앨범을 통해 내가 누군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협업이나 피처링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다.(웃음) 래퍼들은 가사를 직접 쓰기 때문에 여러 사람 각자의 해석이 섞일 여지가 크다. 지금은 앨범에서 ‘250’이란 사람이 다 드러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10. ‘뽕’은 전작 ‘One Night Stand’가 보여준 음악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나?
250: ‘One Night Stand’와 ‘뽕’은 지향점이 정반대다. ‘One Night Stand’를 만들 때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뽕을 통해서는 느껴지는 정서가 슬픔에서부터 시작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뽕은 기본적으로 슬픔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뽕’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10. ‘뽕’을 만들면서 또 어떤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나?
250: 평소에 가능하면 소리를 직접 만들려고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다뤄보지 않았던 악기를 써 보는 등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할 것 같다. 때로는 노골적이고 불편할 정도로 감성적인 느낌도 가져가려고 한다. 전작과 접근 방식은 비슷하지만 만들 때의 감성이 다르다. ‘이창’에서 나오는 두 종류의 신디사이저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10. ‘뽕’의 첫 번째 선공개곡이었던 ‘이창’은 어떻게 만들었나?
250: 처음엔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이창’은 창 밖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창 안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다른 히치콕 영화들은 서스펜스가 무섭에 와 닿는 반면 ‘이창’은 마음이 조금 편했다. ‘이창’은 그처럼 슬픔에 빠져들지 않게끔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래서 ‘이창’은 곡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웃기는 감정과 슬픈 감정이 충돌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면 노골적인 뽕짝 멜로디도 있지만 코드 진행은 뽕짝스럽지 않다.

10. ‘이창’의 이색적인 비트 전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받았는지 궁금하다.
250: 작업실이 광명시장 입구 쪽에 있는데 창 밖에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 가위질처럼 촐싹맞은 리듬에 세련된 기타 코드가 올라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뽕’의 선공개곡 ‘이창’ 커버. 사진제공=BANA

10. ‘이창’의 뮤직비디오도 비주얼 센세이션에 가까웠다. 1970~80년대 한국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250: 나는 영화 ‘진짜 진짜 좋아해’(1977)를 몰입해서 봤고, 뮤직비디오 감독님은 1980년대 ‘방화’라고도 불리던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상했다고 했다. ‘이창’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은 아주 어렸을 때 부잣집으로 시집을 온, 약간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성을 떠올리고 촬영했다고 한다. 앨범 ‘뽕’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도 여성으로 구상하고 있다.

10. ‘뽕’은 어떤 앨범이 됐으면 하는지?
250: 쓸모가 있는 앨범이었으면 한다. ‘심심하다’는 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듣는 용도로 쓰였으면 한다.

10. 어떠한 제약도 없다면, 누구와 협업해보고 싶은가?
250: 김수철과 고(故) 신해철이다. 김수철의 ‘날아라 슈퍼보드’도 멋있는 록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도 무대에서 여전히 점프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신해철의 1집은 태어나서 처음 산 앨범이기도 하고, LP 판이 튈 때까지 들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신해철은 음악에 자신의 ‘찌질한’ 면, 어쩌면 소년같은 유치함을 노골적으로 담은 가수다. 나는 신해철의 음악에 담긴 정서가 한국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다고 느꼈고, 그것을 ‘뽕’에서도 표현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