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곽경택 사단이 구현한 ‘부산’이라는 장르 영화 ‘암수살인’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암수살인’ 포스터/사진제공=쇼박스

곽경택 사단의 김태균 감독과 김윤석, 주지훈 주연의 ‘암수살인’이 조용히 흥행하고 있다. ‘암수살인’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범죄와 수사에 대한 곽경택 식의 영화다. 수려한 장치 없이 이야기로 승부한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가 더해진다. 영화는 몇 가지 측면에서 흥행 장르의 공식을 갖추고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범죄 수사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될 만큼의 매력과 요소를 가지고 있다. 연쇄살인마를 대적하는 김윤석과 그에게 심리게임을 걸어온 살인마 주지훈, 이 두 배우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흥미가 생기지만 영화는 ‘극비수사’ ‘추격자’ 등 몇 개의 영화를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이 기시감은 기대감과 비례하는 방향이다.

주지훈의 맥시멈 연기, 김윤석의 미니멀 연기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요소들

영화는 피해자는 있지만 이 범죄를 기관이 알지 못하는 암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배우 주지훈이 연쇄살인의 범인 역으로, 김윤석이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을 증명해 내려는 형사 역으로 나온다. 이야기는 일단 주지훈이 끌고간다. 살인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풀면서 수사를 혼선에 빠트리고 형사를 가지고 노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강태오에게 형사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여기서 김윤석은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으로 흥분하거나 윽박지르거나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욕을 주면 모욕을 당하고, 돈을 요구하면 돈을 뜯기고, 함정에 빠지면 진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다.

예상을 깨는 전개를 통해 이야기의 힘으로 영화를 꾸려 나가는 것이 이 사단이 가고자 하는 영화의 길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는 연기 대결을 보여줄 두 명의 남자 배우가 등장하고, 인간적으로 동요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진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사진제공=쇼박스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영화로 볼 것인가는 관객의 몫이다. 영화의 연관검색어는 단연 ‘주지훈-사투리’다. 이건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구성요소로 지역 언어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이 부산 영화에는 가벼운 허들이 있다. 바로 경상도 사투리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동시에 경남권의 다양한 친인척 관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영화의 대사가 풍부한 지역어와 다양한 계층의 군상을 묘사하고 있다고 말해 봐야 ‘교양 있는 서울 사람’의 층위에서 보자면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허들은 동시에 영화의 주요한 매력 요소다.

영화에서는 경찰 관료, 말단 관료, 범죄자, 피해자 주변 인물, 범죄 주변 인물, 시민 등 ‘암수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인물 군상들이 펼쳐진다. 이들은 다 그에 맞는 부산 사투리를 보여준다. 배우 주지훈의 말처럼 부산 사투리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지역의 언어가 섞여있고 복잡하다. 서울이 경기권을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부산도 지역성 강한 주변부를 흡수하고 있으니 서부경남, 경북 말들이 섞이고 여기에 계층, 계급, 지위 별로 말투가 달라진다. 외부에서 보자면 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지만 부산사람 입장에서는 한눈에 딱 그려지는 그런 언어 군상이 있으니 이 디테일들이 맞지 않으면 불편해 몸이 배배 꼬이게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언어를 잘 구사하면 생생한 그 인물, 공간, 시대로 관객을 즉시 소환한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사진제공=쇼박스

부산 사투리는 연기 좀 하는 주연급의 배우라면 언젠가 한 번쯤 넘어야하는 산과 같은 것이다. 학구적인 성격의 배우들은 이른바 ‘부산 말’을 분석하여 명확한 공식과 답이 없고, 현지인들의 불편함에 대한 판단만 있는 이 불합리한 언어의 구조에 대해 항변하기도 한다. 이 ‘갱상도 사투리’는 절대 정보만을 전달하지 않고 관객에게 감정, 뉘앙스, 태도, 복선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 전달은 화려한 영상미, 미학적 수사 없이 영화를 풍부하게 채워나가면서 이야기에 부스트를 단다. 표면적으로 이 맛깔나고 감정이 숨겨지지 않는 지역의 언어는 전사 없이도 인물을 구성한다. 여기서 비축한 플롯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고향 언어를 사용하는 ‘부산 영화’들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데이터가 쌓여 다양성에 대한 가치평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 이제 고향, 지방분권, 제작자 곽경택 말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김태균 감독님 그래서 누가 이깁니까?”
“영화를 보세요.”

‘제가 영화 봤는데요, 진심이 이깁니다. 아, 그리고 이 영화는 범죄 드라마 장르….’(속닥 속닥)

정지혜(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