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순수를 가장한 미성숙의 퍼레이드

<보고 싶다>, 순수를 가장한 미성숙의 퍼레이드<보고 싶다> 5회 MBC 밤 9시 55분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가, 혹은 캐릭터가 스토리에 이용되는가. 14년의 세월이 흘러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보고 싶다>5회는 단지 표현만 살짝 바꾼 것처럼 보이는 두 명제가 사실은 상당히 큰 차이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어둡고 내성적이던 성격의 수연(김소현)이 당차고 자신만만한 패션 디자이너 조이(윤은혜)로 성장하고 딸 수연을 잃게 만든 정우(여진구)를 원망하던 명희(송옥숙)가 시간이 흐른 뒤 정우(박유천)와 유사 모자 관계를 이루게 된 것과 같은, 비교적 납득할 만한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형준(안도규)이 김 형사(전광렬)의 자동차 브레이크를 고장 내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것을 비롯해 정 간호사(김선경)의 의문사 등 남발되는 죽음은 주인공들을 복잡한 악연으로 옭아매는 장치로 사용된다. 그러나 납치, 성폭행, 살인 등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 혹은 방조자로 처절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십대 시절의 감수성을 방부처리 해둔 것 같은 대사들을 읊조리는 모습은 사랑의 순수성을 어필하기보다는 인물의 미성숙을 들키는 쪽에 가깝다. 코믹과 열혈과 센티멘털 사이를 종잡을 수 없이 오가는 정우의 캐릭터만큼이나 흐름이 뚝뚝 끊기는 편집은 그나마의 몰입마저 방해한다. 누워 잠든 포즈조차 멋지지만 작위적이고, 정신없이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의상만은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차려 입는 인물들이 일으키는 미묘한 균열 또한 훈훈한 비주얼로도 메우기 쉽지 않다. 애초에 모두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우고 시작한 가시밭길 멜로라면, 적어도 이 사랑을 해 나가는 인간의 존재 자체는 보다 설득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글. 최지은 f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