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배우 어성욱 “단편 영화만 80여편 출연…그래도 배우는 나의 길”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어성욱. /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어성욱은 중학생 때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차태현의 연기를 따라하며 막연하게 배우를 꿈꿨다. 2010년 연극 ‘엄마를 부탁해’로 데뷔해 ‘댄싱퀸’ ‘전설의 주먹’ ‘지슬’ ‘화장’ ‘채비’에 이어 최근작 ‘여중생A’ ‘협상’까지 여러 영화에서 단역, 조연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았다. 특히 80여편의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송강호 선배처럼 진실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를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배우가 된 계기는?
어성욱: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술을 마시다 말고 느닷없이 ‘배우를 해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나도 관심이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버지는 술을 깬 뒤로 기억을 못 하셨다. 연기하고 싶다고 계속 말씀드렸는데 반대하셨다. 결국 중앙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고, 21살에 군대에 갔다. 말년(병장) 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말씀드렸더니 그제야 허락하셨다. 24살에 기계공학과에서 연극영화과로 전과했다.

10. 데뷔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였다. 어떻게 무대에 서게 됐나?
어성욱: 학교 공연을 8편 정도 했다. 4학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엄마를 부탁해’ 오디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포함해 3명이 학교 대표로 오디션을 봤다. ‘균’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작지만 중요한 역할이었다. 정혜선 길용우 선생님 등과 함께 총 64회 공연을 했다. 두 달 동안 엄청난 경험을 했다. 대학에서 꾸준하게 공연을 하고, 내로라하는 선생님들과 큰 무대에 서니 뭔가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10. 최종학력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 전문사라고 되어 있는데?
어성욱: 대학 졸업 후 교육극단에 들어가 고등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했다. 졸업을 해도 연기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 전문사에 도전했다. 첫판엔 떨어졌다.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재도전했다. 두 번째 도전 만에 붙었다.

10. 2013년 오멸 감독 장편 영화 ‘지슬’로 영화에 데뷔했다.
어성욱: 전문사가 된 시점에 오디션을 봤다. 4.3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 극 중 유약한 성격의 군인 상덕 역할을 맡게 됐는데 비중 있는 조연이었다. 2012년에 찍고, 다음 해에 개봉했다. 첫 영화였다. 큰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니 마냥 신기했다. 더 좋은 영화를 많이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10. ‘지슬’ 이후로는 대부분 단편영화에 출연했는데 이유가 있나?
어성욱: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회가 되는 대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 단역이지만 ‘댄싱퀸’ ‘전설의 주먹’ ‘ 화장’ ‘판도라’ ‘채비’ 등 장편 상업영화에도 출연했다. 단편은 70~80편 정도 출연했다. 2016년 미장센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 ‘그건 알아주셔야 됩니다’에선 주연 ‘똥꾸멍’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2017년 대구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은 ‘명태’라는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단편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아 2년 전부터 장편 영화 오디션에 도전했다.

10. 개봉 예정인 장편 영화 ‘어멍'(감독 고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배우 문희경의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성욱: 원래 다른 배우가 하기로 돼 있었다. 문희경 선생님이 제 연기를 좋게 봐주셔서 고훈 감독님께 소개해 주셨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주도에서 찍었다. 무명의 시나리오 감독인 아들이 해녀인 엄마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후 겪는 삶의 변화를 담은 작품이다.

10.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배우가 있나?
어성욱: 송강호 선배다. 내가 생각하는 연기관에 제일 가까운 분이다. 송강호 선배의 연기에는 ‘진실함’이 있다. 연기를 기술적으로만 하면 진실 돼 보이지 않는다. 선배처럼 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진실을 찾는 게 우선이다. 선배의 연기를 보면 말투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작품마다 인물은 다 달라 보인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연구하고 있다.

배우 어성욱이 “송강호 선배는 제가 생각하는 연기관에 가장 가까운 분”이라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 lsh87@

10.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성욱: 송강호 선배를 너무 좋아해서이기도 한데, ‘변호인’ ‘택시운전사’처럼 소탈하고 인간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10. 출연하고 싶은 장르는?
어성욱: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SF 장르에 관심이 많다. 우주를 다룬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어성욱: ‘엽기적인 그녀’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꿨다. 중학교 때 차태현 선배의 연기를 따라 해보면서 ‘내가 더 잘 할 것 같은데’라고 감히 생각했다.(웃음)

10. 연예계에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들이 많다. 동기는 누가 있나?
어성욱: 이연희, 강한나 등이 있다. 강하늘은 한 학년 후배다. 결혼식 때 돈도 안 받고 축가를 불러줬다. 다시 한번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10. 동기나 후배들이 스타가 된 모습을 보면서 조급함이 들진 않았나?
어성욱: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그저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10.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어성욱: 최근 2년 동안 출연한 작품에서 모든 감독님을 연기로 만족하게 했다. 작은 역할에서도 방향을 잘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10.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는 예능 출연도 방법이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나?
어성욱: ‘라디오스타’에 나가고 싶다.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나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배우의 길을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은 없나?
어성욱: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이렇게 단역만 하다가 상업영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의 길을 걷고 싶은 마음엔 변화가 없다.

10.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어성욱: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또 송강호 선배 얘기지만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은 다시 광주로 향한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못 갈 것 같았다.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 끊임없이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 마냥 좋은 생각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화를 냈으며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하면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한다. 그래야 진실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