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뮤직] 산이의 일갈, “래퍼가 되고 싶어?”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산이의 신곡 ‘Wannabe Rapper’ 커버.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지난 5월 5일,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뮤직비디오가 있다. 국내에는 5월 8일 발매된 배우·작가 겸 뮤지션 차일디쉬 감비노의 ‘This Is America’다. 1960년대 중반까지도 공공 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했던 짐 크로우 법부터 오바마 정부 때 벌어진 흑인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 저항정신은 외면한 채 ‘속물적’으로 표류하기 시작한 일부 흑인 래퍼들의 문제까지 날카롭고 예술적으로 다뤘던 이 작품은 빌보드 1위는 물론 유튜브 조회수도 1억을 단숨에 돌파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산이가 이를 오마주한 신곡 ‘Wannabe Rapper’를 발매해 눈길을 끈다. 차일디쉬 감비노가 ‘This Is America’를 통해 미국 내 사회적, 인종적, 문화적 이슈들을 짚었다면, 산이는 한국의 사회와 정계, 힙합계에 대해 일갈한다.

산이는 흥미롭게도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 트레이너 배윤정이 ‘우당탕탕 아이돌 꿈나무’였던 김소혜에게 건네 유행어가 된 “소혜야, 가수가 되고 싶어?”를 본뜬 듯한 “Wanna be Rapper?(래퍼가 되고 싶어?)”로 훅(Hook) 파트를 시작한다. 이어 여유와 조롱을 섞은 플로우로 “돈도 벌고, 여자 많고, 재밌어 보이지?”라고 덧붙인다.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은 내실 없는 힙합 꾸러기들에게 가하는 일침과도 같다.

산이의 ‘Wannabe Rapper’ 뮤직비디오 캡처.

자신과 스스로 쌓아 올린 부에 대한 자신감은 힙합의 한 요소지만, 때로는 주객이 전도된 듯한 래퍼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찌(Gucci) 스웨그’로 대변되는 이 허세는 힙합 문화의 진실성을 왜곡하고 대중으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일면이기도 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차일디쉬 감비노는 이를 “I’m on gucci, I’m so pretty(난 구찌 입었지, 난 너무 예쁘지)”라고 꼬집었고, 산이는 “명품 자랑하고(gucci gucci)”라고 비유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갑질 논란을 연상시키는 가사 “대왕항공 갑”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왕항공 갑 God”으로 맞춘 라임은 국내에서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곧 ‘신’과 같다고 비판하는 듯하다. “더러우면 벌어(을)”라고 이어지는 라임은 갑을 관계가 명확한 국내 사회의 슬픈 현실을 비춘다.

산이의 ‘Wannabe Rapper’ 뮤직비디오가 ‘This Is America’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곡을 감상하는 포인트다. 산이 또한 차일디쉬 감비노처럼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다양한 인물들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특히 두 번째 벌스(Verse)에서는 어떤 의미에선 통합을 의미하는 ‘붉은 악마’의 붉은 두건을 쓴 사람들이 편을 나눠 싸운다. 그러나 두 뮤직비디오는 마지막에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좌익 우익’과 여성 혐오까지 짚은 산이는 영상에서 “MB ‘SLUSH FUNDS ON DAS’”라는 자막과 “새 나라의 어른이는 정이 넘쳐납니다”라는 가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사회 비판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다스는 누구겁니까?”란 질문으로 대표되는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른 ’Wannabe Rapper’는 래퍼란 무엇인지, 힙합이란 무엇인지, 구찌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다. 더불어 국내 래퍼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This Is America’의 ‘밈(Meme,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다.

10일 오후 6시부터 국내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