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문명의 발원이 그려지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포스터

이 영화의 줄거리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123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 92개 분점의 12주 간의 세밀한 기록이다.

다큐멘터리의 거장인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88세의 고령에도 40여 년을 함께 한 존 데비 촬영감독을 포함한 와이즈먼 사단과 함께 또 한 번 풍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을 완성했다. ‘하이스쿨’ ‘라 당스’ ‘내셔널 갤러리’를 통해 이미 그의 다큐멘터리가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역시’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할 작품이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다.

책을 보관하고, 그 책을 읽거나 대여하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도서관에 대한 통념을 깨는 작품이다.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말처럼 도서관은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며, 민주주의의 기둥이기도 하다. 명사들의 강연, 예술 공연, 저소득층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취업 박람회까지 활기로 넘실거린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회의에 회의를 거쳐 예산과 씨름한다.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스틸컷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말한다. “제 카메라는 한 명의 인물만 따라가지 않죠.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모자이크 같은 영화에요. 도서관 속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모여 한 공간을 그리죠.”그의 전작들처럼 일체의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를 배제하고, 카메라는 잠잠히 인물과 공간을 담아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도 하나의 모자이크 조각이 되어서 체감하고, 사유의 공간을 그리게 된다.

학창시절 배운 문명이라는 단어는 늘 거리감이 있었다. 고대어처럼 현실감이 없는 단어였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문명의 발원점이 뜨겁게 느껴진다. 고대의 문명이 강을 중심으로 발생했듯, 현대에서 그 강의 역할을 하는 것이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싹튼다. 무려 206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선뜻 극장 안으로 들어서기가 저어할 수 있지만, 극장으로 들어서면 남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경이로운 순간을 맛보기를 조심스레 권해 본다.

10월 1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