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그녀말’ 조현재 “스스로 한계 두지 않을래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 표리부동한 캐릭터의 스타 앵커 강찬기로 열연한 조현재.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조현재는 최근 ‘기분 좋은 욕’을 먹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헬스장에서 한 중년 여성이 그에게 “선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런 눈을 하면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꾸짖은 것. 조현재는 “기분이 묘했다. 칭찬이지 않겠냐”며 미소 지었다.

조현재가 ‘비난 같은 칭찬’을 들은 건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하 ‘그녀말’)에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3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조현재가 연기한 강찬기는 인기에 실력까지 갖춘 ‘국민 앵커’.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집에서는 아내 은한(남상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가정폭력범이다. 유년 시절 재벌가의 엄격한 교육에 잘못된 우월 의식을 갖게 됐고, 그것을 폭력으로 표출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종영 후 최근 서울 장충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조현재를 만났다.

그 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조현재는 이번 드라마로 ‘악한 얼굴’을 제대로 보여줬다./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조현재는 “이전에 했던 역할과 다른 역할을 찾으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생겼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하려는 이유는 좀 더 연기관을 넓히고 싶기 때문”고 설명했다. 큰 눈망울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그는 그 동안 드라마 ‘러브레터’ ‘첫사랑’ ‘서동요’ ‘49일’ 등에서 선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그는 이번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부터 대중들에게 자신을 더 각인할 수 있는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조현재는 “드라마가 끝나니 공허하기도 하고 아직까지 강찬기의 여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은 좀 부담스러운 역할이었죠. 초반에는 이해가 잘 안 돼서 작가님께 많이 여쭤보고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이 캐릭터를 소설 속 인물처럼 받아들이려고 하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가 아니라 폭력성과 자기 우월 의식을 가진 인격장애 캐릭터여서 감정을 더 섬세하게 표현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강찬기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 캐릭터가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조현재는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그리고 끝난 후에는 더 강찬기라는 캐릭터에 빠져 있었음을 실감했다. 그는 “드라마가 중반에 들어섰을 때 문득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이 너무 사납고 야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현재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웰스엔터테인먼트

‘그녀말’에서는 강찬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을 이야기했다. 조현재는 “그 동안 공중파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기 힘들었을 소재였다”며 “그런 사회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드라마의 메시지를 짚었다.

조현재는 ‘그녀말’을 위해 체중을 줄여 인상을 더 날카롭게 만들고,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건물 난간에 올라 투신하려는 연기도 직접 소화했다. 그는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로 투신 장면을 꼽았다.

“옥상에서 투신하려다 포기하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어요. 강찬기는 결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원망했던) 어머니를 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어요. 왠지 좀 짠하더라고요. 또 완벽했던 강찬기가 무너지는 모습을 부모와 딸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애잔했습니다.”

조현재의 노력이 빛을 발한 ‘인생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말’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조현재는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스스로 이번 연기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조현재는 “맛있는 요리는 손님들이 선택해주는 것처럼 이번 캐릭터에 대한 평가도 시청자들의 몫인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시청자들이 많이 칭찬해주셔서 뿌듯했고 자신감도 더 생겼습니다. 더 치졸하고 파렴치한 역할도 과감하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20대에는 악역 제안도 없었지만 스스로도 한계를 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제약 없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운명 같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 그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또 준비하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