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아동학대 다룬 ‘미쓰백’…분노 너머의 희망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영화사배

백상아(한지민)는 어린 시절, 남편과 사별 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린 엄마 명숙(장영남)에게 여러 차례 손찌검을 당했다. 결국 엄마가 이성을 잃은 날, 피투성이가 돼 응급실에 실려 갔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엄마는 상아를 버리고 떠난다. 여고 시절, 백상아는 성폭행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러 전과자가 된다. 출소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외롭게 살아가던 상아는 어느 날 학대를 당하다 집에서 도망쳐 나온 어린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게 된다.

지은의 아버지 일곤(백수장)은 게임 중독자다. 20살 때 실수로 아빠가 된 그는 딸 지은에게 1%의 애정도 없다. 오히려 아이가 죽길 바란다며 방치한다. 그의 동거녀 미경(권소현)은 밖에선 잘 나가는 보험설계사지만 집에만 오면 게임에 빠진 남자와 팍팍한 현실에 답답해하며 지은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지은은 부모에게 감금 당하고,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다.

어둡고 습한 화장실에 갇혀 있던 지은은 좁은 창문을 통해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경찰 아저씨들도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출소에 찾아가면 부모를 불러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이유로 또 맞았다.

영화 ‘미쓰백’ 포스터/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영화사배

영화 ‘미쓰백’은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상아가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을 만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다. 이지원 감독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학대를 당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를 만났지만 외면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그 일을 계기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에선 아이가 학대 당하는 모습이 적나라하다.  분노가 치민다. 영화에 담긴 상황과 장면들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자행되는 사실임을 알게 되면서 분노를 넘어 죄책감마저 든다. 전과자를 향한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학대 아동들에 무관심한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한지민은 기존의 청순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노란색 단발머리, 잡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피부, 딱 붙는 치마 등 외모부터 담배를 피워대고 욕설을 퍼붓는 등 행동 하나까지 백상아 자체가 됐다. 공사판에서 머리채를 잡고 뒹굴며 맨몸 액션도 펼쳤다. 15년 내공으로 다져진 내면 연기를 통해 상아의 복잡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은 역할을 맡은 김시아는 처음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등장할 때마다 울컥할 정도로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지은을 학대한 부모를 연기한 백수장과 권소현은 실제로 만나면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악독하고 미운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백상아를 지켜주고 있는 형사 장섭을 연기한 이희준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미쓰백’ 한지민-김시아/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영화사배

보는 내내 화가 나고 먹먹하다. 분투하는 백상아의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충격적인 실상이 드러나지만 극단적이진 않다. 형사 장섭과 그의 누나 후남(김선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외면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그 희망의 끈을 우리 모두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건네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