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시간’ 서현 “뭔가 닥쳐왔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서현/사진제공=㈜한신엔터테인먼트

“‘앓아 누웠어요! 긴장하고 있다가 몇 달만에 풀렸는지 몸살에 걸렸어요. 일주일 정도 누워있었고, 지현이를 떠나보낸지는 한 3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MBC 드라마 ‘시간’ 종영 이후 어떻게 지냈냐고 하자 가수 겸 배우 서현이 씩씩한 웃음과 함께 내놓은 답이다. 서현은 ‘시간’ 촬영을 끝낸 다음 날 행사 차 내려간 제주도에서 오랜 만에 긴 잠을 잤다고 했다.

서현은 지난달 20일 종영한 ‘시간’에서 모든 것을 잃고 분투하는 설지현 역을 맡았다. 극 초반, 평범한 캔디형 여주인공이었던 설지현은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했다. 동생이 죽은 이유를 밝히려는 노력은 점차 언론과 재벌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갔고, 마지막 회에서 설지현은 거리로 나갔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적폐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극 중 설지현의 분투는 곧 서현의 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MBC ‘도둑놈, 도둑님’으로 첫 주연을 맡아 지현우, 김지훈 등과 함께 50부작 주말드라마를 이끌었던 서현은 1년 후 ‘시간’을 통해 첫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기대와 함께 시작했지만 상대배우 김정현이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했다. 제작발표회 때 있었던 태도 논란도 이의 연장선이었을까. 연기에 흔들림이 있었을 법도 한데 서현은 남은 32부작 드라마를 훌륭하게 완성했다.

서현/사진제공=㈜한신엔터테인먼트

“김정현 씨의 하차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어요. 건강상의 문제잖아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멜로드라마가 장르가 바뀌었다는 거예요. 준비 많이 했는데, 멜로에 대한 목마름이 남아있습니다, 하하. 다음에는 밝은 걸 해야겠어요.”

서현은 김정현의 하차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의 결말이 바뀌어 혼자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말이 바뀌었는데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이제 주인공이 나 혼자니까, 내가 혼자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못하면 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이 무거워서 모든 걸 걸고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안에서만 보더라도 설지현은 감정을 크게 소모하는 역할이었다. 이에 대해 서현은 “일부러 뺀 건 아닌데 극 후반에는 체중이 3kg 정도 빠졌다.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까 밥도 잘 안 먹게 돼서 그런 것 같다”며 “워낙 감정소모가 많고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얼마나 심도 깊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가장 초점을 맞췄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 부탁을 드렸어요.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저 혼자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리프레시는 어떻게 했을까. 서현은 ‘시간’의 최종 촬영을 마친 다음날 행사차 제주도를 향했다. 서현은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해 ‘카트도 타고 말도 타고 뭐도 하고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몸살에 걸려 앓아누웠다”고 했다.  아이돌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몸에 배었지만, 이번에는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단다.

“소녀 시대 활동을 하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10년 동안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인원도 많고 스케줄도 많아서 빨리 일어나서 씻어야 한다는 거죠, 하하. 안 바쁜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번에 제주도에서는 아파서 그런지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습니다.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떠난다는 생각보다는 천천히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큰 힐링은 저의 반려견이었습니다. 함께 산책을 하고, 내가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는 대상이 저에게 위로가 됐어요”

솔로 가수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SM을 떠나 홀로서기에 도전한 서현. 거기에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아니라 울고, 술 마시고, 달려나가는 멜로 스릴러 장르의 주인공까지. 드라마 ‘시간’은 서현을 ‘소녀시대 막내’가 아니라 ‘배우 서현’으로 보이게 하는 결정적인 순간으로 남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서현은 “여전히 ‘소녀시대 막내’로 보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때로는 ‘아휴, 답답하시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서현/사진제공=㈜한신엔터테인먼트

“11년 동안 소녀시대로 활동을 오래 해서, 아무리 제가 드라마에 나와도 서현으로밖에 안 보일 것 같아요. 이걸 깨는 게 모든 아이돌들에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설지현을 ‘인생캐’라고 말씀해주시니 놀랍고, 감개무량합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많이 내려놓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더 편하고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홀로서기와 함께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에 도전했던 2017년을 서현은 ‘터닝포인트’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 출연과 평양 합동 공연에 참여한 2018년도 굵직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서현에게 2018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이에 대해 그는 ‘성장’이라는 단어를 내밀었다.

“2018년은 성장하는 해인 것 같아요.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동안의 연기와는 차별화될 정도로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하게 됐고, 그 과정을 통해 제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난해는 새로운 것을 눈에 앞둔 설렘과 긴장, 두려움을 함께 갖고 있었다면 올해는 그런 걸 좀 더 실천하고 경험하면서, 한 단계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무너져볼 수도 있고 뭔가가 닥쳐왔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