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뮤직] 박원이 부르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이야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박원 쇼케이스

가수 박원이 1일 오후 열린 새 미니음반 ‘r’의 쇼케이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노래를 쓰고 작업할 때는 홀가분하고 시원해요. 그런데 지금, 발표 직전에는 무서워요. ‘너무 세게 말했나, 안 좋은 이야기를 만들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방금 전 노래를 부르면서도 무서웠어요.”

가수 박원이 새 미니음반 ‘알(r)’의 발매를 앞두고 마련한 쇼케이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1일 오후 6시 각종 음악사이트에 자신의 변화를 녹인 음반을 공개했다. 수록된 6곡 모두 부제목을 달았다. 타이틀곡은 ‘나’이며 ‘어쩔 줄 모르는’이라는 뜻의 ‘러덜리스(rudderless)’가 부제목이다.

쇼케이스의 시작과 동시에 ‘나(rudderless)’를 부른 박원은 “이번 음반은 일부러 변화를 주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사랑 노래를 넣지 않았다.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갖고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내놓은 ‘노력’ ‘올 오브 마이 라이프(all of my life)’ 등에는 사랑하는 순간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을 녹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남녀의 사랑 얘기를 넘어서 사람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풀어낸 것. 발표 직전 “무섭다”고 털어놓은 이유다.

‘나’ ‘우리’ ‘너’ 등 인칭 대명사를 활용해 제목을 지었으며, 일부 곡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아주 솔직한 감정이 녹아있다. 예를 들면 ‘나(rudderless)’에는 ‘네가 겪은 불행은 사실 큰 위로가 됐고’라는 가사가 나온다.

박원은 이곡을 두고 “우연히 극장에서 ‘러덜리스’라는 영화를 봤다.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항상 내가 피해를 입었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누군가에게는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러덜리스’라는 단어를 적어 놨고, 노래로 만들었다. 들으면 씁쓸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우리’에는 ‘다시’라는 의미의 ‘리(re)’를 붙였다. 그는 “지난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강요하는데,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 말자는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뎀, 루머(Them, rumor)’에는 쉽게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는 이들에 관해 썼다. ‘키스 미 인 더 나이트, 루즈(Kiss me in the night, rouge)’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가사를 쓰려고 했다. ‘눈을 감아(리얼/real)’는 좋아하는 팝 음향을 재현하려고 했고, ‘너(리디킬러스/ridiculous)’에는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녹였다.

박원 쇼케이스

가수 박원. /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원은 “우리 모두 나와 너, 그들이 될 수 있다. ‘나만 잘했다’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나 역시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악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노래도 자극적이고 음향도 비정상적으로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은 의도적으로 평균 볼륨보다 낮춰서 작업했다. 음악 자체를 들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에도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음반에 담아낸 그는 “곡을 쓰고 만들고 노래까지 해내려면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렇게 노력했어요’라는 설명 없이, 노래를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음악에 녹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가장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박원은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꼽으며 “영역은 다르지만 음악과 요리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놓친 부분을 알게 됐다. 처음 시작하면서 고민하고,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요리하는 과정을 보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박원은 “신곡 녹음을 할 때부터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발매 당일 음원차트 순위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노래의 수명이 끝나는 게 아니다. 당장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