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
안영미가 등장하는 매 순간마다 놀라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최근으로 따지면 tvN ‘내겐 너무 벅찬 그녀’에서 자신의 몸집보다 2배나 큰 빨간 점퍼를 입고 한 손에는 담배처럼 보이는 막대사탕을 든 채 “할리라예!!!!”를 외치고 등장한 김꽃두레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KBS ‘분장실의 강 선생님’에서도 안영미는 참 얄미운 어린 선배 역으로, 선후배 개그맨들이 탐낼만한 분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단순한 비주얼 쇼크에서 오는 놀라움은 아니었다. 객석의 반응과 상관없이 무대 위 안영미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고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늘 남을 웃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나부터 즐거우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묻어났다. 그래서 놀라웠다.

“무대에 올리기 직전까지 이 코너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두려움이 많았는데 생각지 못했던 큰 환호성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분장실의 강 선생님’ 첫 녹화날이 가장 행복했다”던 안영미는 ‘분장실의 강 선생님’을 함께 했던 개그우먼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와 함께 코믹컬 를 공연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코너를 함께 했던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기쁨, 방송에서 미처 발산하지 못했던 개그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기쁨 모두 크지만 무엇보다 넷이 오랜만에 뭉쳤다는 게 가장 기쁜 것 같아요. ‘분장실의 강 선생님’을 하면서 호흡이 정말 잘 맞았거든요. 마치… 걸 그룹 같은 느낌? 하하하.”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순간에도 객석을 향해 ‘섹드립’을 던지며 박장대소하는 안영미를 보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웃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도 “최대한 자유분방하게” 지내면서 개그의 영감을 얻는 안영미가 ‘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을 추천했다. 특히 에서 배우 이영애가 맡은 캐릭터를 언젠가 무대에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1. (Cyborg Girl)
2008년 | 곽재용
“곽재용 감독님의 를 감명 깊게 봤어요. 전지현 씨가 맡았던 여자 주인공과 제 모습이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는 일본판 같아요. SF 장르와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니까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나더라고요. 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다 좋아하실 영화에요.”

는 와 에 이은 곽재용 감독의 ‘여친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이다. 생일턱을 내겠다더니 음식 값도 내지 않고 도망가고 심지어 도망가는 길에 들어간 공연장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던 왈가닥 그녀(아야세 하루카)가 1년 뒤 싸이보그로 나타났다. 지로(코이데 케이스케)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 곁에서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2. (Black)
2005년 | 산제이 릴라 반살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사실 제가 개그를 시작할 때는 지금의 공연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어요. 막연히 꿈을 꾸긴 했지만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 개그를 보고 웃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때 용기를 많이 얻었는데, 의 주인공을 통해서도 많은 힘을 얻었어요.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아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앞을 보지 못하는 8살 소녀 미셀(라니 무케르지)은 사하이 선생(아미타브 밧찬)의 사랑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고, 이후 사하이 선생은 알츠하이머로 미셀을 기억하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그의 곁에는 미셀이 있으니 말이다. 은 불가능은 없으며 사랑이 기적을 만든다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는 메시지를 눈앞에 펼쳐 보인 작품이다.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3. (Slumdog Millionaire)
2008년 | 대니 보일
“첫 장면과 엔딩 장면이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빈민가 골목을 뛰어다니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배우들이 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엔딩장면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를 유쾌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퀴즈 정답과 관련된 사연을 보여주는 구성도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는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의 2009년 작. 인도 뭄바이 빈민가 청년들이 퀴즈쇼에 출연해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을 비롯해 8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모두 성공한 영화다.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4. (The War Of Flower)
2006년 | 최동훈
“캐릭터가 유독 돋보였던 작품이었어요. 고니 역의 조승우, 정 마담 역의 김혜수, 전설의 타짜 평경장 역의 백윤식, 아귀 역을 맡은 김윤석까지 누구 하나 강렬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었거든요. 화투의 대변신도 정말 흥미로웠고요.”

“원래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고니(조승우)와 헤어지는 기차에서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이 해 준 마지막 조언이다. 극 중에서는 ‘화투판’을 염두에 둔 대사였겠지만,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다는 말은 지금 이 사회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를 기억하고 다시 꺼내보는 이유다.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5. (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년 | 박찬욱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는 음울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이 인상적이어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이영애 씨의 캐릭터가 탐나더라고요. 나중에 꼭 무대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하하.”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와 함께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작품이자 , 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완성한 영화.

안영미│캐릭터가 돋보인 영화들에서 ‘섹드립’을 담당한 안영미는 방송에서보다 한층 강하고 센 개그를 선보였다. 객석이 가장 시원하고 호탕하게 터지는 순간도 바로 안영미의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알 수 없는 멘트가 나왔을 때다. 개그를 짜는 사람으로서 자유로운 동시에 그만큼의 압박감도 있을 터. 안영미는 어떤 점을 가장 고민하면서 개그를 짜고 무대에 서고 있을까. “웃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임하면 관객들도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웃길 수 있는 ‘섹드립’을 던지고 싶은데 그런 걸 찾기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관객들 중에 어린 친구들이 있으면 더 눈치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그저 모든 관객들과 함께 즐겁게 논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길을 향해 안영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천천히, 그러나 매 순간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

글. 이가온 thir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