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를 그리는 사람들(24)] 정연준 “당신의 인생곡은 무엇인가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정연준,인터뷰

가수 겸 작곡가 정연준. / 이승현 기자 lsh87@

가수 겸 작곡가 정연준이 스타들의 ‘인생곡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17일 방송을 시작한 MBC 음악 예능프로그램 ‘내 인생의 노래 송 원(SONG ONE)’을 통해서다.  ‘인생곡’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숨은 명곡과 음악인들을 조명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정연준은 음악 감독으로서 스타의 ‘인생곡’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지금까지 가수 겸 배우 양동근과 배우 임태경, 가수 알리, 그룹 슈퍼주니어 예성 등이 거쳐갔다. 단순히 인생곡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희와 아픔의 순간을 털어놓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무엇보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인생곡을 부르면서 마침표를 찍으니 더더욱 의미 있다.

25년 이상 음악을 해온 정연준. 그가 만든 곡을 ‘인생곡’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990년 그룹 모래시계와 1993년 솔로 음반을 발표하면서 본격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97년 데뷔한 그룹 업타운에 이르기까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업타운의 데뷔곡 ‘다시 만나줘’는 당시 국내에는 드물었던 힙합과 리듬앤블루스(R&B) 장르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음악방송 1위도 거머쥐었다. 타샤니의 ‘하루하루’, 투샤이의 ‘러브 레터’, 서인영의 ‘너를 원해’ 등을 만들었고 가수 문명진과 앤(Annn)도 찾아내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한 우물을 판지 어느덧 30년이 다 돼가지만, 노래 이야기에 여전히 눈을 반짝이는 정연준은 지금도 음악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10. ‘내 인생의 노래 송 원’의 섭외를 받고 흔쾌히 나가겠다고 했습니까?
정연준 : 제가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예요. 3년 전부터 ‘이런 방송을 한 번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 제작에 착수한 건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출연자들이 자신의 ‘인생곡’을 불렀을 때 뿌듯하고 기뻤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려면 음악도 잘 만들어야 하고 원곡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해서 여러 고민을 했죠. 기획 이후 콘셉트를 잘 다듬는 과정이 꽤 걸렸습니다.

10. 제작 단계부터 음악 감독으로 참여할 생각이었나요?
정연준 : 처음에는 실력 있는 연주자, 음악가들을 붙이려고 했어요. 이 시대의 연주자들이 조명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죠. 저는 가수이자 제작자로서 그들의 마음을 다 아니까요. 그동안 국내 가요계는 너무 가수에게만 조명을 비췄어요. 골고루 조명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한 거죠. 그 친구들이 조명 받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싶었습니다.

10. 음악을 하면서 그 점이 늘 아쉬웠습니까?
정연준 : 가수와 작곡가로 음악을 하면서 노래가 만들어질 때 가장 귀한 사람이 누구인가 들여다 봤어요. 고생은 다 같이 하는데 영광은 가수가 다 받는 것 같더군요. 그건 공평하지 않죠. 뒤에서 아주 고생한 친구들도 다 드러나게 해줘야겠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입니다.

10. ‘인생곡’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았나요?
정연준 : 저는 노래에 책 다섯 권 정도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 노래를 들을 때 여러 생각이 떠오르면서, 좋았던 감정부터 슬픔까지 그 안에 다 들어있다고 말이죠. 출연자의 인생곡이 무엇이며 어째서 인생곡이 됐고, 무슨 사연이 녹아있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이 지금은 스타여도 인생곡을 들을 당시에는 아닐 확률이 높고요.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알려주고,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면 누군가는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어요. ‘저 사람도 과정을 겪었구나, 저런 사연이 있구나’ 하면서 노래 하나로 동질감을 갖고 공감대가 형성되죠. 더불어 나에게는 어떤 노래가 있나, 스스로 생각해볼 것 같았어요.

10. 3년 전에 기획했다면,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불안하지 않았습니까?
정연준 : 보안을 상당히 오랫 동안 유지했어요. 저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고 싶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행이라고 하면 절대 그렇게 안 해요. 아닌 게 뭔가를 찾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건 아무도 생각 안 해, 그러면서 천천히 뭔가를 하는 거죠. ‘내 인생의 노래 송 원’도 빠르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요. 음악 만드는 것도 깊게 보여주고요. 음악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의 노래와 사연에 집중하죠. 그리고 곡이 어떻게 재탄생될까에 초점을 두는 거예요.

10. 누군가의 인생곡을 편곡하는 게 쉽지는 않죠?
정연준 : 음악인들과 편곡 회의를 오랫동안 해요. 실제 곡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방향을 잡는 게 오래 걸립니다. 무엇보다 출연자의 음색과 장점을 고려하면서 만드는 게 우선이죠.

10. 출연자가 미리 공개됐는데, 배우 김승수는 의외입니다.
정연준 : 가수야 타고나게 노래를 잘하죠. 그런데 연기자도 속에 다양한 표정이 있어야 역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노래로 꺼내보고 싶었어요. 저는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들도 잘 이끌어내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그게 저의 장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배우들이 걱정하지 말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정연준,인터뷰

가수 겸 작곡가 정연준. / 이승현 기자 lsh87@

10. 음악을 아주 오랫동안 했는데, 여전히 음악 얘기에 눈이 반짝입니다.
정연준 :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어요. 음악을 아주 좋아했죠. 물론 직업으로 삼으면서 살짝 애정이 줄어든 시기도 있었어요. 음악을 하면서 제작자로서 매니지먼트 사업도 하고,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에 가창, 엔지니어까지…. 밖에 나갈 시간도 없었어요.(웃음) 하지만 지금도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재미있고 즐거워요. 저에게 유일한 거죠. 과거 가장 바빴을 때는 하루에 16시간씩 노래를 만들었어요. 하하.

10.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나요?
정연준 : 자꾸 만들면 어느 정도 기간은 안 만들어야 돼요. 새로운 음악도 듣고, 한동안 만들지 않아야 또 채워지죠. 6년 정도 음악을 부르지도, 듣지도 않은 시기가 있었어요.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죠. 그때는 사업에 집중했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 다시 음악을 하게 됐습니다.

10. 결국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군요.
정연준 :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어요. 겉으로 봤을 땐 업타운으로 데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이른 나이에 녹음실에 다니면서 음악을 접했어요. 지금은 고인이 된 이호준 작곡가가 저를 가수로 만들어주겠다고 하셨죠. 가수 조용필의 ‘친구여’ 작곡가인데, 지금 생각하면 저를 캐스팅하신 거죠. 고3 때부터 녹음실에서 배웠습니다. 그때부터 음악과는 뗄 수 없는 삶을 산 거예요.

10.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가창력이 뛰어난 문명진과 앤을 찾아냈습니다. 
정연준 : 감사하게도 재능이 있고, 잘 될 수 있는 친구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음악을 오래 했으니까 전문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죠. 현재 가요계의 음악 수준이 높아졌고, 실력도 출중한 친구들이 많아진 건 확실한데 그중에서 유독 잘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는 건 과거와 똑같습니다.

10. 과거와 현재, 음악의 변화를 느끼나요?
정연준 : 우리나라의 위상이 올라갔잖아요. 그만큼 음악도 수준과 실력이 좋아졌죠. 옛날엔 일본, 미국 음악을 따라 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잘하는 이들도 무척 많고요.

10. 업타운은 한국 음악 시장이 다양하지 않을 때 등장해 더 주목받았어요.
정연준 : 좋은 곡은 지금 들어도 멜로디가 좋아요. 업타운으로 활동할 때 곡들은 당시 미국에서는 대중음악이었어요.(웃음) 한국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마니아층 음악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특히 1집 타이틀곡인 ‘다시 만나줘’를 실험적인 음악이라고 하는데, 미국에는 많았어요.

10. 자신의 인생곡은 무엇입니까?
정연준 : 우선 가수 유재하의 1집은 저의 인생곡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혼자 기차여행을 갔다가, 기차역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한참 동안 서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흘렀던 노래가 남궁옥분의 ‘재회’였어요. 서서 한참을 들었죠. 돌이켜보면 제 인생곡 같습니다. 곡을 만들면서 기억이 나는 건 타샤니의 ‘하루하루’예요. 만들었던 과정이 다 생각나죠.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