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강남미인’ 김은수 “요즘 정말 ‘막’ 살고 있어요”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은수,인터뷰

지난 15일 종영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김성운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은수. / 이승현 기자 lsh87@

18세 소년은 ‘욜로(YOLO)족’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담임선생님과의 진로 상담 시간, 소년은 어떤 이유에선지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수소문한 끝에 배우로 일하고 있는 제자를 찾아내 소년의 연기 선생님으로 붙여줬다. 배우 김은수가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다.

김은수는 연기 선생님을 처음 만나던 날 자신의 태도가 불량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선생님은 ‘사람이 먼저 되라’며 그를 꾸짖었다. 자존심이 상했던 김은수는 선생님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다이어트였다. 6개월 만에 56kg을 뺐다. 자신의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성적도 높였단다. 달라진 그의 모습에 선생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은수도 마음을 열고 선생님을 따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운영하는 연기학원에서 처음 대사를 읊어본 순간부터 그는 연기에 푹 빠졌다. “제 이야기를 마음껏 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얘기가 관객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어요.” 28세의 김은수는 “지금까지도 그런 설렘과 즐거움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수의 고향은 부산이다. 찜닭집에서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들고 2015년 3월 상경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배우 데뷔를 준비하던 형과 신림동에서 동고동락하며 프로필을 뿌리고 다녔다. 기회는 6개월 만에 왔다. 단편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업계 관계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지난 15일 종영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그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이 작품에서 김은수는 한국대학교 화학과 새내기 김성운을 연기했다. 연애를 글로 배운 ‘허당’ 연애 박사다. 김은수는 “나도 연애를 글로 배운 유형”이라며 웃었다.

감초 역할로 재미를 높인 김은수(왼쪽)와 김도연.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방송화면

“대학교에 가본 건 4년 만인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생동감이랄까, 활력이 넘치더라고요.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말투도 많이 배웠어요. 흥분한 상태에서도 담백하게 말하는 게 포인트라더군요. ‘어 감사’ ‘아 대박’ ‘오 존맛탱(매우 맛있다)’처럼요.”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에게 드라마 촬영장은 낯선 곳이었다. 드라마 방영 전 1~4회를 찍을 땐 긴장도 많이 했단다. “제 연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실지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김은수는 빠르게 제 호흡을 찾아갔다. 배우는 늘 평가받는 직업이고 자신의 연기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다. 김은수는 “걱정은 됐지만 자신도 있었다”며 “지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어떤 얘기든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는 밝고 쾌활한 배역을 연기했지만 스무 살 때의 김은수는 애늙은이에 가까웠다. 재수생 신분 때문이었다. 빨리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이 그를 눌렀다. 열등감도 있었다. 근사한 외모를 가졌거나 끼가 넘치는 배우 지망생들과 달리 자신은 어느 쪽도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그땐 ‘배우가 되겠다’가 아니라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편협함이 저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김은수를 도운 건 연기 선생님의 조언이었다. 선생님은 그에게 ‘앞으로도 이런 박탈감에서 벗어나긴 힘들 거다. 하지만 배우로서 너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력이다. 이걸 무기 삼아 나아간다면 너는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김은수는 남들의 열 배가 넘는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 스무 살의 김은수는 그렇게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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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는 “평생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이승현 기자 lsh87@

요즘 그는 다시 ‘욜로족’이 됐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살고 있어요. 물론 사회적인 규범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요. 하하.” 한때 규칙적인 삶의 표본이었지만 요즘엔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때론 동료 배우들과 약속한 연기 연습 모임에 빠지기도 한단다. 세상은 생각보다 너그럽게 그의 일탈을 받아줬다. 김은수는 “일상이 즐거워지니 얼굴을 찌푸릴 일도 없고 누군가와 갈등할 일도 줄어들었다”며 “다들 자신만의 일탈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고 했다.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오늘에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스무 살 땐 애늙은이라고 불렸는데 요즘엔 오히려 ‘애 같다. 철 좀 들어라’는 말을 더 많이 듣죠. (웃음) 앞으로 오디션과 기다림이 계속될 거고 괴로움도 따를 테지만, 이제 즐기려고요. 내년, 내후년, 나아가 힘이 닿는 날까지 연기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연기로써 소통하고 공감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