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
최근 종영한 KBS (이하 )은 참 고마운 주말극이었다. 어머니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주말극을 이십대 딸부터 여든에 가까운 할머니까지, 말 그대로 가족들이 다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였으니 말이다. 그런 풍경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히 고부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거나 신분 차이 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자식을 끝까지 반대하는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온 가족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 은 고마운 동시에 건강한 가족드라마였다. 박지은 작가는 주말극이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 가장 좋은 시간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며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집필했다. “제가 주말극을 쓴다고 했을 때 한 방송관계자분이 “주말극은 다른 드라마랑 붙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 가장 좋은 시간대니까 시청률 1~2% 더 나오게 하려고 이야기를 쓰기보다 약간의 책임감을 가지고 훨씬 더 재밌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 기다렸다가 보고 나면 기분이 좋고 여운이 남는다’는 얘길 들으면 ‘오늘의 어떤 장면에서 그러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대본을 들춰봤어요. (웃음)”

30대 작가의 첫 주말극이라는 점에서는 놀랍지만, MBC 과 을 통해 결혼한 여자의 인생을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낸 박지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전혀 놀랍지 않다. 자기주장이 뚜렷하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하지 않는 며느리이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아내 차윤희(김남주)는 천지애, 황태희에 이어 요즘 30대 여자들의 공감대를 반영한 인물이었다. 물론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주말극에서 차윤희는 자칫 얄미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였지만 박지은 작가는 “밉게 풀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 “차윤희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착해지거나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춰 달라지는 순간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든요. 불안하긴 했지만 밉게 풀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그게 꼭 나쁘고 못된 여자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캐릭터고, 김남주를 생각하고 차윤희를 썼기 때문에 그 배우가 밉지 않게 연기할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1년 가까이 “할머니부터 장군이까지 한 명 한 명 깊게 개입해서 매주 그들의 인생을 함께 고민했던” 박지은 작가가 을 집필하면서 들었던 ‘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을 꺼내놓았다.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1. 버스커 버스커의
박지은 작가의 첫 번째 추천곡은 Mnet 출신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여수 밤바다’다. 이 곡을 들은 많은 사람이 여수 밤바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꿈꿨던 것처럼 박지은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봄에 나온 앨범이라 쓰면서 정말 많이 들었어요. 어떤 노래에 한 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계속 돌려듣는 편인데 버스커 버스커 앨범은 전곡 모두 좋아서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틀어놓아도 귀에 거슬리지 않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장범준 씨 보컬도 괜찮고 말하는 것도 귀엽고. (웃음) 앨범 수록곡을 모두 좋아했지만 그 중에 한 곡을 고르라면 ‘여수 밤바다’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노래 들으면 정말 밤바다가 보고 싶더라고요.”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2. 하림의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 전곡을 좋아한다는 박지은 작가는 하림의 노래를 추천할 때도 여러 곡들을 술술 나열했다. “‘위로’도 좋고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도 좋고 ‘고해성사’도 많이 들었어요. 이런 풍의 노래를 참 좋아해요.” 박지은 작가는 인터뷰 도중 1년 가까이 을 쓰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작업실에서 글을 쓰다 보면 전화기도 꺼놓으니까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그때 듣는 노래와 함께 대화를 하죠.” 슬쩍 ‘요즘은 하림의 ‘출국(出國)’을 들어야 할 타이밍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거 들으면 정신이 들썩들썩해져서 안 돼요. (웃음)”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3. 싸이(Psy)의
올해는 그야말로 싸이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은 작가 역시 “작년에 콘서트까지 다녀왔을 만큼” 싸이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단순히 ‘강남스타일’ 열풍 때문만은 아니다. “싸이의 신나는 곡도 좋지만 신나는 리듬에 나름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가사가 얹힌 노래를 들으면 정말 힘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올해는 드라마를 쓰느라 못 갔는데 작년에 콘서트를 다녀왔거든요. 무대에서 소주 원샷 하시니까 다들 미쳐서 정말 재밌게 놀았어요. 그때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이젠 너무 국제가수가 되셔서 콘서트 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박정현 씨와 같이 부른 ‘어땠을까 (Feat. 박정현)’도 좋지만, ‘비오니까’나 ‘나의 WANNA BE’도 참 좋아하는 곡이에요.”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4. 박정현의
“계속 가요를 추천하네요. (웃음) 제가 가요를 좋아하는 편이라 쓸 때는 가요를 많이 들었거든요. 영화를 보다가 OST가 좋으면 찾아 듣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좋은 음악을 들을 때도 많은데 주로 가요를 많이 들어요.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옛날부터 박정현 씨를 좋아했는데 너무 유명해지셔서 섭섭해요. (웃음) 많은 곡들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미아(迷兒)’를 추천하고 싶어요.”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5. 줄라이(July)의
박지은 작가는 마지막 추천 곡 ‘My Soul’을 직접 들려주면서 설명을 곁들였다. “연주곡인데 제 휴대폰 컬러링이기도 해요.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한 건, 그때 듣고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인터넷 검색을 했다는 거죠. 이번에 한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통화 후 기자분이 다시 전화를 하신 거예요. 자기도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노래 제목을 찾아보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곡목이 뭐냐고 물어보셨어요. 제목 가르쳐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박지은│나를 위로해 준 노래들은 젊은 주말극이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의 의미, 가족의 행복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고들었고, 그것이 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었던 힘이었다. “한 번은 ‘효도를 하지 말고 사랑을 해라. 한 명의 희생으로 모두가 편하고 행복하려 하지 말고 다 같이 배려하라’는 내용의 시청 소감을 봤는데 공감했어요.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만나면 행복하고 가족이기에 모든 걸 용서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가족도 인간관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노력과 배려가 필요해요. 부모-자식 관계니까, 남편-아내 관계니까 무조건 양보하고 참아야 되는 건 불합리하죠.” 참 고마운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