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알쓸신잡3’] 인간의 빛나는 지성으로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알쓸신잡3’의 김영하(왼쪽부터), 김상욱, 김진애, 유시민, 유희열. / 사진제공=tvN

“유시민 선생님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이 알고 싶다면 ‘알쓸신잡’을 보실 필요가 없어요. 구글에서 찾아보면 되죠.”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3’(알쓸신잡3)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하지만 유시민 선생님은 사실을 종합해서 지금 이 시대의 현실과 맞는 언어로 바꿔서 설명을 해 주세요. 거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고요.”

‘알쓸신잡3’가 지난 21일 방송을 시작했다. 이날의 여행지는 그리스 아테네, 그 중에서도 파르테논 신전이었다. 새로 합류한 건축가 김진애는 신전의 구조에 경탄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완벽한 건물이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뛰어나다기보다는 당시의 모든 건축적인 지혜가 하나로 모인 건축물”이라고 했다.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잡학박사들은 오이와 양파, 올리브가 재료의 전부인 그리스식 샐러드 한 접시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유시민은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했고, 김영하는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벌어진 각종 연극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테네를 대표하는 철학가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제로 떠오르자 신이 나서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전공 분야가 아닌 탓에 긴 시간 침묵을 지키던 물리학자 김상욱도 아리스토텔레스를 과학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tvN ‘알쓸신잡3’ 1회 방송화면.

하지만 이들의 지성이 진정 빛을 발한 순간은 단순히 방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나 PD가 말한 대로 사실을 종합해 이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할 때였다. 역사와 현재를 꿰뚫는 통찰력에서 잡학박사들의 진가가 빛났다.

가령 김영하는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사람이 중년의 보수층이 아니라 젊은이들이었다면서 “불안이 한 사회를 엄습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맥락에서) 소크라테스를 옛날 사람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혐오와 갈등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도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근대 과학에 대한 김상욱의 말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었으나 유시민이 설명한 페리클레스의 일화와 연결하면 의미심장하다. 김상욱은 근대 과학은 물질적인 증거에만 기반해서 답을 찾는다면서 “물증이 쌓일수록 절대적 진리에 가까워질 뿐”이라고 했다. 근대 과학자들의 이런 자세는 민주주의를 절대 진리로 여겨 이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들을 침략했다는 아테네의 역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아테네의 국가적인 나르시시즘을 반면교사 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근대 과학에서 귀감을 얻으라는 무형의 메시지로 날아든다.

첫 여성 출연자인 김진애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언급하면서 “내가 어릴 적에는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지적하거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성차별적인 발언을 짚어냈다. 여성이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유희열은 시청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몰입을 이끌어냈다. 인천 공항에서 아울렛 쇼핑 타령을 해대던 그가 잡학박사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빠지는 과정과 닮았다.

‘알쓸신잡3’의 2회는 아테네 여행 2일차로 채워진다. 아테네 여행 뒤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와 독일 프라이부르크 방문기가 이어질 예정이며 국내 숨은 도시들도 찾아간다.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