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명당’, 연기의 맥을 짚는 배우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명당’ 포스터

조선 후기, 순조는 요절한 효명세자의 묏자리를 살핀다. 영의정 김좌근(백윤식)을 비롯한 신하들이 명당이라며 입을 맞출 때, 지관 박재상(조승우)만이 흉당이라며 거듭 만류한다.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김성균)는 어둠을 틈타 박재상의 집을 불태운다. 박재상은 눈앞에서 처자식을 잃는, 사무치는 아픔을 겪는다. 13년 후, 그는 친구 구용식(유재명)과 풍수를 보는 일로 돈을 벌고는 있지만, 늘 복수를 꿈꾸고 있다. 그런데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찾아와서 김좌근 일파를 몰아낼 계획에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 ‘명당’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 사극이다.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부친인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기록이 ‘명당’의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명당이란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이다. 문제는 부와 명예가 지속될 땅, 즉 ‘천하명당’을 찾는 인간의 욕망이다. 대립의 날을 세우던 흥선마저도 결국 욕망에 이끌려 김좌근의 데칼코마니가 되고 마는 것처럼.

‘명당’은 과거를 담고 있지만 ‘부동산공화국’이라는 현재의 모습이 수 차례 겹쳐진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람을 살릴 땅을 찾고 싶다는 박재상의 말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영화 ‘명당’ 스틸컷

풍수지리를 다룬 영화인 만큼, 땅이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명당’이 담아낸 수려한 풍광은 영화가 끝나도 가슴에 일렁거린다. 또한 ‘한복빨’이 느껴질 만큼, 캐릭터에 맞는 남성들의 한복도 시선을 뺏는다.

천재지관 박재상은 극을 열고 닫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무게감이 작아진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한없이 바른 성품의 캐릭터를 살린 것은 역시 조승우의 연기력이다. 올곧은 감정의 속살까지 느껴진다. 욕망에 차츰 물들어가는 흥선을 연기한 지성은 클라이맥스를 한껏 살린다. 박물관에 걸린 인물화처럼, 사극으로 들어가면 완벽하게 스며드는 백윤식은 왕을 발아래 둔 무소불위의 권력을 서늘하게 그려낸다. 김성균은 섬뜩한 눈빛으로, 박충선은 교활한 눈빛으로 극의 긴장감을 돋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극의 흐름은 유재명의 넉살이 이완시킨다.

‘명당’은 준수한 사극이지만, 수려한 사극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서사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책임진다. 풍수지리의 맥처럼,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의 맥을 짚어낸다. 그들이 빚어내는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작품이다.

9월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