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로맨스’ 종영] 이시영∙지현우의 하드 캐리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사진=MBC ‘사생결단 로맨스’ 화면 캡처

‘사생결단’ ‘로맨스’를 원했는데, 마지막은 한승주(지현우)의 ‘사생결단’만 부각된 셈이다. 지난 17일 종영한 MBC ‘사생결단 로맨스’의 마지막 4회 분량(29~32회) 얘기다. 낮은 시청률 속에서도 이시영과 지현우의 ‘로코 호흡’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설득력을 잃은 일부 캐릭터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묘사된 캐릭터들의 성장도 문제였다.

‘사랑하면 죽는 남자’. 이날 방송된 ‘사생결단 로맨스’는 ‘호르몬 핑퐁 로맨스’를 표방하던 방송 초반과는 달리 사랑하면 죽게 되는 상황의 한승주의 이야기를 그린 듯했다. 한승주는 목숨을 건 ‘사생결단’의 뇌 수술을 받고 건강과 함께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방송 말미에는 한승주와 주인아(이시영)를 포함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연을 찾으며 ‘로맨스’를 이뤘다. 이로써 제목이 암시한 모든 미션을 수행했지만 급한 마무리와 불필요한 사건들로 인해 통쾌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승주는 인아를 사랑할수록 머릿 속의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사랑을 하면 호르몬이 폭발해서 통증이 심해진다’는 인아의 가설을 의심하면서도 그에 대한 실험을 하던 승주. 그는 곧 그 가설이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됐다. 이어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앓던 태국 청년 팟이 결혼을 앞두고 급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를 확신하게 됐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인아에게 내 죽음으로 또 한 번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며 인아를 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승주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거짓말로 인아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사진=MBC ‘사생결단 로맨스’ 화면 캡처

이에 앞서 한승주의 아버지에게 벌어진 화재 사건의 전말도 밝혀졌다. 자신의 아버지인 병원장 차정태(전노민)가 사건의 배후임을 알고 죄책감과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던 차재환(김진엽). 그는 사건 당시의 CCTV 파일 원본을 찾게됐다. 화재 사건 현장에 부원장 박일원(손종범)이 있었고 그가 사실을 은폐한 주된 배후임이 밝혀졌다. 승주와 재환은 화해했다. 승주의 아버지는 차정태를 용서한 듯했다.

주세라(윤주희)는 자신의 양언니인 인아에 대한 미움으로, 인아의 개인병원 ‘호르마오’에 가짜 기자를 보내 왜곡된 기사를 퍼뜨렸다. 이를 승주에게 들키게 된 뒤 경찰서에서 인아와 마주한 세라. 그는 부모님의 죽음이 인아 때문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이를 받아들이질 못했다. 인아 또한 그동안 받은 상처로 세라와의 관계를 포기하게 됐다. 이후 어린 시절 묻어두었던 타임캡슐 속 엄마의 영상을 인아에게서 전해받은 세라는 눈물을 흘렸다.

아울러 승주는 차재환에게 자신의 수술 집도를 부탁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수술이라 재환은 거절했지만, 승주를 구할 더 이상의 방법이 없자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1년 후 건강해진 승주가 병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비춰지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이 드러났다. 체육대회에서 아나운서로 참여한 주세라의 모습에서 세라와 인아가 화했음도 암시됐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활짝 웃는 인아에게 달려가는 승주의 모습으로 ‘사생결단 로맨스’는 막을 내렸다.

사진=MBC ‘사생결단 로맨스’ 1~2회 캡처

지난 7월 방송을 시작한 ‘사생결단 로맨스’는 트라우마를 가진 성인들이 ‘로맨스’와 ‘관계 맺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방송 초에는 여성 내분비과 의사 주인아가 남성 의사 한승주를 ‘호르몬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면서 펼치는 집착적인 연구가 흥미를 끌었다. 이 가운데 소위 남성 호르몬이라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과다 증상을 보이는 한승주의 폭력적인 성향이 불편함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점차 예전의 다정했던 한승주의 모습으로 나아지는 과정과 인아와의 케미가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청률은 저조했다. 극 중반 호르몬 연구를 하던 주인아 캐릭터는 계속된 한승주의 괴롭힘에 ‘불륜 의사’로 몰려 병원을 나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인아는 개인 병원을 열고 평소 꿈이었던 ‘열린 병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었고 자신을 둘러싼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불륜 의사’란 오명은 결국 세라가 주도한 거짓 기사의 먹잇감이 되며 문제를 만들었다.

극 전체의 중심 사건으로 기능했던 ‘꽃뱀 서사’는 불편함을 떠나 설정 상의 위태로움을 줬다. 한승주는 자신의 절친 최한성(김흥수)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 뒤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하자 트라우마를 갖게된 인물. 이와 동시에 자신도 머리에 파편이 박히는 큰 사고를 당한다. 최한성을 배신한 전 여자친구는 주세라였지만, 이를 주인아라고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전쟁들이 ‘사생결단 로맨스’의 동력이었다. ‘저 여자 때문에 내 친구가 죽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은 전 여친의 배신이 아니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남성의 음주운전이었다. 그러나 ‘사생결단 로맨스’의 세계에서는 이 같은 해석이 통용되지 않았다. 실제로 남성에게 돈을 뜯어내고 언니의 남자친구를 뺏은 악역 캐릭터인 주세라의 입에서만 ‘자기가 음주운전을 한 거지, 왜 나 때문이야’라는 말로 변명처럼 묘사될 뿐이었다. 

사진=MBC ‘사생결단 로맨스’ 화면 캡처

마지막 회를 포함한 29~32회에서는 이렇게 문제 많은 캐릭터들이 각자 성장하는 모습을 담으려 노력한 듯하다. 하지만 주세라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켰고, 그가 진실을 알게 된 뒤 각성하는 모습은 분량상의 문제인지 설명되지 않았다. 차재환과 한승주,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의 트라우마 해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승주의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 그와 비슷한 케이스의 태국 청년의 죽음을 사용한 것도 게으른 선택 같았다.

이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는 단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빛이 났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양자매 세라와 인아가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녀 미운(인아)과 함께 동거하는 모습도 극의 특별함과 재미를 줬다. 신예 인아의 연기와 함께 신원호(최재승 역), 배슬기(이진경 역) 등 조연 캐릭터들의 시원한 연기와 달달한 영상미도 ‘사생결단 로맨스’를 기분 좋은 로코로 만들었다. 이시영과 지현우의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시청률 2%대의 드라마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