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안시성’, 액션으로 활활 달궈진 88일 간의 전투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안시성’ 포스터

주필산 전투에서 패한 후 태학도의 수장 사물(남주혁)은 연개소문(유오성)의 밀명으로 안시성에 잠입한다. 안시성은 성주 양만춘(조인성)을 중심으로 추수지(배성우), 파소(엄태구), 풍(박병은), 활보(오대환)와 같은 장수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당나라의 수십 만 대군과 맞설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온 마음으로 양만춘을 따르는 성민들도 똘똘 뭉쳐서 전투에 필요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동아시아를 쥐락펴락하는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은 고구려를 야금야금 삼키려다 고작 5000명의 안시성 군사들 때문에 발목이 묶이고 만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 간의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제작진은 주필산 전투와 두 번의 공성전, 토산 전투까지 막대한 세트로 담아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는 토산 세트는 2개월에 걸쳐 완성됐다고 하니 영화 속 시간이 실제로도 걸린 셈이다. 충차, 공성탑, 투석기, 운제(사다리) 등의 무기도 인상적이다. 때때로 제3의 군사처럼 자신만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더불어 최첨단 촬영 장비인 스카이워커부터 로봇암까지 동원하여 스펙터클한 전투를 짜릿하게 그려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300’을 보면서 맛보았던 액션 쾌감을 ‘안시성’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관객에게는 액션 사극보다 액션 블록버스터로 각인될 듯싶다.

영화 ‘안시성’ 스틸컷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에겐 목소리부터 이미 장군인 박성웅, 유오성이 가진 묵직한 저음이 없다. 익숙한 사극 톤이 아니라고 해서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전투를 호령하는 순간 양만춘의 끓어오르는 기개에는 채 다다르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부관인 추수지 역을 맡은 배성우가 호령을 반복하면서 힘을 실어준다.

스크린에 첫 데뷔하는 남주혁은 유독 눈물이 많은 사물의 감수성을 잘 담아냈다. 배성우는 특유의 툭툭 던지는 한마디로 영화의 감칠맛을 보탰다. 전작 ‘어른도감’을 잇는 엄태구의 닭살 연기는 의외의 즐거움이다. 반면, 양만춘의 동생 백하(김설현)나 신녀 시미(정은채)와 같은 여성들의 역할이 전형적이다. 극의 활력도, 긴장도 채우지 못했다.

전투에 공력을 들인 ‘안시성’은 사실 캐릭터 대부분이 전형적이다. 특히 양만춘은 위인전의 한 페이지처럼, 장면마다 의로운 모습으로 점철된다. 사료가 거의 없어서 잘 다뤄지지 않는 고구려를 이왕 가져온 김에 ‘양만춘’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 데도 좀 더 공력을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의 역사에서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는 존재만으로도 묵직하다. 액션으로 활활 달궈진 88일 간의 안시성 전투는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9월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