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홍대 앞│우쥬 라이크 섬씽 투 리슨?

10cm는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라는 노래를 불렀다. MBC 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 곳은 10cm가 음악을 만들고, 연인을 만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다. 물론 처럼 뮤지션들이 아무 때나 노래를 부르고 즉석에서 합주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홍대는 클럽이 아닌 카페에서도 공연을 하기 시작했고, 볕 잘 드는 곳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인디 뮤지션의 모습은 홍대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미지가 됐다. 인디 또는 홍대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왜 카페로 가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 뮤지션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지금도 홍대에서 음악을 들으며 사는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가 이 변화에 대해 짚었고, 카페 공연의 흐름을 주도한 카페 벨로주의 박정용 사장이 지금도 변화 중인 홍대 공연 문화와 인디 신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언제나, 어디서든 공연 중인 뮤지션들의 모습도 함께 담았다.

최근 몇 개월 동안 홍대 앞에서 관람한 공연은 대부분 작은 카페의 라이브였다. 상상마당 라이브홀이나 롤링홀 같은 라이브 클럽 공연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한잔의 룰루랄라, 제비다방, 앤트러사이트, 아메노히, 무대륙 등과 같은 카페에서 진행된 것들이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공연들이 ‘늘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적어도 카페 때문에 홍대 앞의 음악적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속단하는 것 보다는 이런 궁금증을 가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늘어난 싱어송라이터, 함께 성장한 카페 어쿠스틱 라이브
2012년의 홍대 앞│우쥬 라이크 섬씽 투 리슨?
홍대 앞에서 카페 라이브가 늘어난 것은 우선 정책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인디 음악’의 메카인 홍대 앞을 문화특구로 지정,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라이브 클럽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서울시의 식품위생관리법에 의거, 불법공간으로 규정됐다. 라이브, 댄스 클럽들이 상주한 서교동 일대가 주거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음식점만 등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생과에서는 클럽을 단속하고, 문화과에서는 클럽을 지원하겠다는 모순이 벌어졌다. 클럽 NB의 사장은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클럽 주인들과 밴드들은 이 정책을 풀기 위해 연합체를 결성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조례를 수정해 2002년 이후부터는 라이브 클럽에 대한 단속이 사라졌다.

정책의 변화와 함께 정서적인 변화도 함께 찾아왔다. 1990년대 내내 홍대 앞은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 같은 펑크 밴드였고, 주류 미디어에서는 황신혜 밴드를 다루며 키치주의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즈음 홍대 앞은 패션지에서 ‘걷고 싶은 골목길’이나 ‘데이트 하기 좋은 곳’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부터 홍대 앞은 ‘산책 하기 좋은 공간’이나 ‘예쁜 카페가 많은 공간’으로 여겨졌고, 홍대 앞에서는 주말마다 댄스 클럽이나 라이브 클럽 앞에 상주하는 사람들보다 DSLR 카메라로 홍대 곳곳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인 블로그에 작은 카페들과 그 메뉴들을 인터넷에 소개하는 행위 자체가 문화적인 행위로 인식되는 시대가 왔다면, 거기엔 홍대 앞과 그 향유자들이 있었던 셈이다.

정책과 정서 변화와 맞물려 카페가 늘어나면서 홍대 앞의 음악은 상당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대략 2005년 이후부터 밴드보다는 혼자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늘어났고, 그들이 어쿠스틱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라이브 클럽보다는 카페가 더 어울리는 공간이 됐다. 홍대 앞이 문화공간으로서 대중적인 상징성을 획득하며 다수의 사람들, 홍대 앞에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대부분 클럽보다는 카페에 익숙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클럽이나 콘서트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유입된 것이다. 이런 배경과 함께 카페의 어쿠스틱 라이브는 이런 뮤지션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던 2007년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후 GMF) 이후 대거 늘어났다. 홍대 카페들의 음악 공연에 일종의 트렌드를 주도한 벨로주 시즌 1이 오픈한 것도 2008년이었다. 그 이후 카페 공연은 으레 당연한 듯 여겨지거나, 나름의 기획 공연으로 준비되어 클럽과는 다른 흐름을 형성했다. 홍대 앞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어떤 사람들 눈에는 카페가 늘어난 변화가 곧 위협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밴드 중심으로 특화된 클럽에 설 기회가 적거나, 클럽보다 카페에서 공연하는 것이 더 큰 기회비용이 되는 음악가들에게는 대안적인 변화였다.

지금 홍대 앞이 대중에게 소비되는 방식
2012년의 홍대 앞│우쥬 라이크 섬씽 투 리슨?
그래서 2012년의 카페 공연들은 나름의 역사 안에서 변화하거나 진화하고 있다. 한 잔의 룰루랄라, 무대륙, 제비다방, 아메노히, 앤트러사이트 같은 카페들은 대부분 기획공연이었다. 또한 카페의 사장 뿐 아니라 음악가들이 직접 기획하는 공연도 늘었고, 아예 공연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들도 생겼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각 공연들은 ‘공간의 질감’을 부각시키거나 재해석하는 콘셉트 공연으로도 발전했다. 이를테면 2007년 GMF를 기점으로 2012년 현재 홍대 앞의 카페 공연은 양의 증가와 함께 내용적으로도 심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또한 이런 공연은 동영상으로 제작, 유튜브를 통해 퍼진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음악 공연이 거리 공연이나 카페 공연의 형태로 일상화된 지역에서 관객들과 일체화되거나 호흡하는 공연의 질감은, 무대와 객석으로 엄격하게 구분된 공연만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최근 2, 3년 간 라비아 쇼, 네이버 온스테이지, 렉 앤 플레이, 오프비트, 팔도 어쿠스틱과 같이 공연 기획과 동영상 촬영을 함께 진행하는 집단이나 서비스가 연달아 생겨난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홍대 앞의 카페 공연이 늘어난 것은 단지 카페가 늘어서, 혹은 홍대 앞의 주류 음악이 변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2000년 이후에 홍대 앞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맥락과 방식의 변화에 기인한다. 그래서 이런 변화는 단지 ‘공간의 상업화’나 ‘음악의 연성화’로 쉽게 정리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변화 속에서 인디 신의 산업적인 변화들이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이 모든 변화에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개입하고, 홍대 앞에서 벌어진 이 같은 발전 과정이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할 것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어난 공연을 최대한 잘 즐기거나, 그 흐름에 직접 뛰어들거나 할 것이다. 하지만 조그만 관심만 기울여도 이 공간의 여러 변화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험 자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믿는다.

글.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