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들’ 종영] 순정한 ‘인문학X여행 예능’의 탄생…시즌2를 기대해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선을 넘는 녀석들’/사진제공=MBC

“즐거웠습니다!”

지난 14일 종영한 MBC 여행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 마지막 회에서 유라는 멤버들과 맥주잔을 부딪치며 이렇게 외쳤다. 슬로베니아 전통 문화 탐사를 마무리하며 도착한 마을의 한 식당에서였다.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같이한 김구라도 “즐거웠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를 마시는 유라와 김구라, 유병재와 설민석 뒤로는 현지의 전통 음악이 흘렀다. 아이들과 어른들, 가족 단위의 손님들은 춤을 췄다.

유라와 김구라의 ‘즐거웠다’는 이 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한 ‘선을 넘는 녀석들’은 ‘발로 터는 세계 여행’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을 표어로 내걸었다.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국경 ‘선’을 넘으며 역사, 문화, 예술 그리고 세계 이슈를 ‘탈탈 털어보겠다’는 각오였다. 출연자들의 설명과 함께 제작진의 공들인 주석과 영상 자료, 각지에서 만난 현지 관련 패널들의 이야기가 돋보였다. 별도의 설정 없이도 여행지 자체의 특색과 풍경, 그리고 출연진들의 설렘이 더해져 지식을 알게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사진제공=MBC

지난 14일 방송된 마지막 회(20회)에서는 이시영 대신 합류한 유라와 게스트 유병재가 설민석, 김구라와 함께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선을 넘었다. 이에 앞서 멤버들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 있는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의 1호점 카페를 방문했다. 에스프레소의 매력에 빠진 멤버들은 추가 주문을 하며 연거푸 음료를 들이켰다.

이후 ‘카페인 과다 섭취’로 흥이 오른 멤버들은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선을 넘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라는 “신기하다. 오른발은 슬로베니아, 왼발은 이탈리아에 있다”며 자유롭게 선을 넘어다녔다. 설민석은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의 역사를 얘기했고 다함께 발칸의 보석 블레드 호수로 향했다. 에머랄드 색의 호수에 감탄했고 블레드 성에도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슬로베니아의 연회장에서 멤버들은 아쉬움과 함께 각자의 소감을 말했다. 특히 김구라는 “해마다 올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한다”며 “다작 속에서도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해야 나한테도 의미가 있다. 올해는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만난 게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 나는 원래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나한테 도전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춤을 추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뒤로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인문학과 여행 예능, 그 어딘가의 성취

MBC ‘선을 넘는 녀석들’/사진제공=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좋게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인문학 예능’과 ‘여행 예능’의 조화를 노린 프로그램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트렌드가 되는 코드를 한데 모은 뻔한 예능이자 각각의 문제점을 뒤섞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일부 인문학 예능에서 스타강사의 정확하지 않은 지식 전달이 문제를 낳았던 것처럼, 방송 초 ‘한국사’ 수능 강사인 설민석이 세계사의 지식을 뽐낸다는 점은 문제가 될 법도 했다. 하지만 강사 자신의 예습과 함께 제작진의 공들인 준비, 현지 패널들의 설명이 맞물리며 부족함을 채웠다. 주로 남성 정보 전달자들로 구성되는 여타 인문학 예능과 달리 이시영의 예습과 담백한 코멘트가 프로그램의 특별함을 더했다.

출연진의 경비를 일부러 제한하거나 퀘스트 혹은 게임 등의 설정을 집어넣어 재미를 만드는 다른 여행 예능과도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정한 ‘인문학 여행 예능’을 밀고 나간 점은 오히려 특별함이 됐다. 출연진에게 무리를 주는 설정 없이도 여행지 자체의 매력과 게스트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휴식같은 프로그램을 선물했다. 3.3%로 시작한 시청률은 점차 상승세를 탔다.

선을 ‘더’ 넘었더라면

다만, 아쉬움이 남는 건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자신의 이름에 충실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마지막 여정이었던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와 더불어 멕시코와 미국, 프랑스와 독일, 요르단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또 스페인과 영국, 모로코, 포르투칼 등 20회 시간 동안 ‘선을 넘는 녀석들’은 여러 나라들의 ‘선을 넘었다’. 하지만 ‘선을 넘는’이라는 표현에서 중의적으로 느껴지는 도발적인 어감이 전달됐는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말과 발이 앞서는 겁 없는 녀석들과 함께 ‘선’을 넘어 보시겠습니까?”라는 프로그램의 당찬 소개와는 달리 후반으로 갈 수록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얻고, 아름다운 풍경에 힐링하는 모습으로 그친 것은 아닐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어느 쪽으로든, 더 많은 나라들의 ‘선 넘기’와 함께 시즌2를 기대할 이유가 생겼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