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대중과 마니아, 둘 다 잡고 싶다” – 1

싸이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여전히 2위고, 지드래곤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있다. 어제는 에픽하이가 컴백했다. 지난 몇 개월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 사이 YG의 주가 총액은 한 때 1조 원 가까이 올랐고, 10월 22일 현재에도 7800억 원 이상이다. 그러나 YG의 경영자 양현석은 여전히 소속 가수들의 앨범에 들어갈 사운드 믹싱을 위해 밤을 샌다. 그는 YG의 경영자이기 이전에 아티스트들과 함께 대화하는 프로듀서이길 원하고, 회사의 모든 일을 포기해도 믹싱 엔지니어로서 사운드를 만드는 것만큼은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회사의 모든 일은 결국 좋은 결과물을 위한 것이고, 그 결과물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그의 모습은 코스닥 시가총액 18위의 기업인보다 완고한 장인에 가까웠다. 기준은 뚜렷하지만 고집쟁이는 되지 않으려는 제작자.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기어이 대중에게 설득하고 말겠다는 아티스트의 마음을 가진 사업가. 양현석이 자신의 기준과 철학에 대해 말했다.

Q.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성공했다.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양현석: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하니까. 싸이처럼 누군가 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다만 누군가 다음에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YG의 누군가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한다. 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YG 소속 뮤지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10분의 1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빅뱅은 이번 월드투어에서 70만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과 유럽을 못 잡았을 뿐 아시아에서는 이미 충분한 힘을 가졌다. 빅뱅과 2NE1 모두 이번에 월드투어를 처음 해봤는데, 이번 일을 경험 삼아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Q. 상장을 기점으로 회사가 커지면서 월드투어처럼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다. 싸이도 YG에서 드물게 외부 영입을 했는데 잘 됐고. 외부 영입을 한 뮤지션과 일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거 같다.
양현석: 싸이는 너무 많이 놀아봐서 나랑 잘 맞는다. 나도 중학교 때부터 나이트클럽 돌아다녔으니까. (웃음) 딴따라의 기질이 있는 사람은 잘 놀아보는 게 중요하다. 다만 싸이와 에픽하이는 또 다르다. 싸이는 친구 같고, 에픽하이는 좀 양부모 같은 느낌? (웃음) 예를 들어 타블로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파고드는 사람인데, 너무 파고들면 약간은 끄집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싸이나 에픽하이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었기 때문에 날 선배로서 인정한다. 그리고 무리해서 내 생각대로 끌고 가지 않는 걸 좋아하고.

“어떤 가수도 구체적으로 터치하지 않는다”
양현석 “대중과 마니아, 둘 다 잡고 싶다” - 1 Q. 싸이와 에픽하이는 YG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낀 걸까.
양현석: 나나 그들이나 서로 굉장히 원했다. 싸이나 에픽하이나 아티스트로서 인기도 많이 얻었고, 동시에 창작 외적인 일들이 복잡하게 얽혔을 때 그걸 막지 못해서 아프기도 많이 아파봤다. 내가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든 아티스트들은 일반인과 다르게 세상과 교류하거나 합일점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아티스트일 수 있는 거고.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과는 괴리가 너무 크다. 자칫하면 아티스트가 너무 먼 세계로 갈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들이 가야할 때와 서야할 때를 잘 이야기할 수 있다.

Q.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건가.
양현석: 어떤 가수도 구체적으로 터치하지 않는다. 싸이나 에픽하이는 그들의 음악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영입했다. 그들이 내 지시로 인해 음악이 변질되거나 하면 안 된다. 반대로 그들은 YG에 오면서 YG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사운드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에픽하이만의 색깔이 YG의 작곡가와 스태프들과 함께 했을 때 더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YG에 와서 간섭을 받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과 사운드의 노하우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거다. 그것도 무슨 방향을 정해놓는 게 아니라 YG의 작곡가들과 친구가 돼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고.

Q. 그런 작업 방식이라면 서로가 음악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겠다.
양현석: 어떤 아티스트든 크루가 없고 동떨어져 있다 보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 나도 빅뱅과 2NE1과 만날 때 그들에게 새로운 걸 배운다. 이런 친구들은 노는 게 어디 술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사무실 나오는 게 노는 거다. 한 달 중에 20일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야기하고 음악 이야기하는 거고.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Q. 그러려면 회사 전체가 소속 뮤지션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양현석: 예를 들어 비즈니스 파트는 아침에 일찍 와서 정시 퇴근한다. 반대로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늦게 나와서 밤에 일한다. 나도 밤에 일하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그들끼리 음악 이야기를 하고 좋다 나쁘다, 옳고 그르다하는 기준을 따진다. 그런 사람들이 잘 뭉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내 일이다.

Q. YG가 스태프들을 전부 전속 개념으로 일하게 하는 건 그 때문인가. 프로듀서는 물론 앨범 재킷 제작이나 영상 편집까지 모두 아웃 소싱 없이 YG 안에서 일한다.
양현석: YG는 다른 회사와 교류가 거의 없다는 게 독특한 점이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게 아니다. 다만 긴 설명을 해서 못 알아듣는 것 보다 사람들이 뭉쳐 있는 게 낫고, 그런 사람들이 YG스태프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들도 따로 전속 계약을 하지는 않지만 YG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패밀리가 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Q. 하지만 무조건 내부 인력으로 일을 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볼 때는 위험부담이 큰일이다. 지누션을 제작할 때부터 YG의 곡만 쓰는 프로듀서를 두는 제작 시스템을 유지했는데, 사업적인 면에서 고민은 안 됐나.
양현석: 짧게 보면 잘 나가는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면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수의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음악인데, 그 음악을 만들려면 좋은 프로듀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회사 안에 프로듀서 팀이 열다섯인데, 모두 돈을 주고 영입한 게 아니라 키워낸 거다. 각자 스튜디오가 있으니까 거기서 작업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에픽하이의 앨범에 들어간 최필강이나 choice37도 그런 시간을 거쳐 빛을 보고 있는 거고. 운이 좋아서 몇 번 잘 될 수는 있지만 매번 잘 될 수는 없고, 성공하려면 그들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부끄럽지는 않은 크리에이티브를 가졌다는 자부심이 있다”
양현석 “대중과 마니아, 둘 다 잡고 싶다” - 1
Q. 최근 YG의 사업들은 특유의 제작방식의 연장 같다. 현대카드나 네이버 뮤직처럼 특정 사업 파트너와 콜라보레이션처럼 일을 한다. 그만큼 서로의 브랜드에 강한 영향을 주고.
양현석: 우리보다 잘하는 게 있는 파트너와 일하는 거다. 현대카드는 금융사업을 하지만 끼가 있는 곳이고, 네이버는 포털에서 선두주자고. 서로의 크리에이티브를 인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일할 수 없다. 서로가 원하는 파트너를 만들어야 한다. 제일모직과 시작하는 패션 사업도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 스타일대로 남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패션사업은 10년을 고민한 일이다.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가수들이 모두 패션에 관심이 있고, 무대 바깥에서도 표출하고 싶으니까 그 방법을 찾았다. 전국 500-600개 매장을 열어 돈을 벌거나 할 생각은 없다. 극단적으로는 한두 개의 매장만 열 수 있다. 그게 경쟁력이다. 세계를 보고 하는 거니까.

Q. 세계를 내다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양현석: 예전에는 한국 시장에서 1등 하느냐로 고민했지만, 요즘은 한국시장의 비중은 30%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콘텐츠는 굉장히 강해졌는데 부가적인 사업은 너무 약하다. 해외에서 내세울만한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 63빌딩처럼 하나 크게 내세울 건 있다. 하지만 해외는 50층짜리 건물이 수없이 많은 식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는 브랜드도 필요하지 않을까. YG가 그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서구보다 잘한다고 할 수는 없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크리에이티브를 가졌다는 자부심이 있다.

Q. 하지만 음악 프로그램을 1주일에 SBS 하나만 출연하거나, 네이버 뮤직을 통해 방송활동을 한다거나 하는 건 굉장히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 않나.
양현석: 요즘 트렌드는 뮤직비디오를 잘 찍고 방송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첫 번째다. 방송을 많이 출연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음악이 안 좋으면 안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방송을 나가는 게 오해 받기 좋은 일이다. 팬들도 아쉬워 한다는 걸 알고. 하지만 싸이도 사실 일주일에 한 번 방송했다. 일주일에 음악프로그램 네 개에 다 출연하고, 버라이어티까지 나가면서 이미지 소비를 많이 하는 건 장기적으로 아닌 것 같다. 방송에 허비하는 것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서 볼 더 좋은 콘텐츠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Q. 어떻게 보면 소속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들듯 사업을 아티스트 마인드로 하는 것 같다.
양현석: 맞다. 다만 앤디 워홀이든 모차르트든 모두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대중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대중이 인정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 점에서 스티브 잡스도 위대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훌륭한 걸 만들어줬으면 그걸 대중이 누리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다보면 그 길을 잃기 쉽다.
양현석: 시장의 흐름을 반 발자국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걸 얼마 안 지나 대중들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 스스로 아이돌에 지쳤을 때 빅마마와 휘성을 했고, 대중들도 좋아했다.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어느 한 쪽을 너무 소비하면 다른 것을 찾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인생이 그렇다. 패턴이 돌고 돈다. 그래서 대중적이면서도 조금 앞서야 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대중적인 음악을 하면 대중만 잡고, 아티스트들은 마니아를 주로 잡는다. 하지만 YG는 그 가운데다.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둘 다 잡으면서 가고 싶다. 그러려면 대중 속에서도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대중, 문화를 이끌어가는 대중들과 같이 갈 수 있어야 하고.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