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송중기: 2008년에 데뷔했다. 4년 동안 열일곱 작품에 출연했다. 열일곱 작품을 하는 동안 호위 무사, 동생밖에 모르는 오빠, 바람둥이 선비, 돈 없는 백수, 젊은 왕을 했다. 그리고 착한 남자와 늑대 같은 남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남자, 대체 뭐가 되려고.

송중기
신영일: MC. 송중기는 그가 진행하던 KBS 에서 준우승을 했다. 당시 송중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던 중으로, 은 지인의 연락으로 급하게 대타로 출연한 것이었다고. 대전에서 서울로 와서 대학생활 중이던 송중기는 3개월치 월세로 연기학원에 다녔고, 그 전에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서울로 와서 몰래 가져온 어머니 카드로 재수학원을 끊고 공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연기자가 되고 싶었음에도 연극영화과가 아닌 경영학과를 지원한 것 역시 연기를 반대하던 부모님에게 뭔가 보여드리면 승낙하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연기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고, 소심한 성격을 바꾸고 싶어 일부러 전교회장 선거에도 나가본 청년이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셈.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여유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말간 얼굴에 똑똑하고, 동시에 고집과 승부욕을 가진 신인의 데뷔.

남지현: SBS 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가 그의 오빠로 출연했다. 잘 생기고 공부 잘하고, 동생을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송중기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아련한 꽃미남. 를 통해 송중기는 자신의 외모와 학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송중기는 불과 몇 개월 전 똑같은 얼굴로 MBC 에서 능글맞을 만큼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대쉬하고, 여성을 들어 올린 채 키스를 하는 남자였다. 해사하게 웃으면 순수한 오빠의 얼굴이 되고, 조금만 장난스러워지면 능글맞은 남자가 된다. 실제로도 공부 잘하던 모범생의 얼굴에 쇼트트랙 대표로 전국체전에도 참가하던 몸. 괜히 착한 남자이자 나쁜 남자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듯.

장서희: 연기자. 송중기가 SBS 에 함께 출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언급하곤 한다. 장서희는 송중기에게 “이 작품으로 뜰까? 한류스타가 될까? 이런 생각 말고 다 해봐”라는 말을 했고, 송중기는 “연기 외에도 책을 쓰거나 예능을 하거나 MC, 영화, 드라마 뭐든 다” 해보기로 생각한다. 실제로 송중기는 KBS MC, SBS 의 ‘런닝맨’ 고정 출연, 피부 관리에 관한 책을 내는 등 연기 활동 이외의 분야에서 쉬지 않고 활동한다. 막 뜨기 시작한 배우의 이미지 소비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에서 어리바리한 레지던트의 캐릭터는 송중기가 에서 MC를 보던 캐릭터를 생각하며 연기, 송중기 스스로 “내가 맘대로 바꿔버렸다”고 할 정도로 배역을 새롭게 해석했다. 어찌보면 참 겁 없는 신인 연기자. 하지만 그만큼 배역마다 성과를 보여줬으니, ‘난 놈’이라고 해야할 지도.

구용하: KBS 에서 송중기가 연기한 배역. “나 구용하야!”라는 한마디가 캐릭터를 압축한다고 할 만큼 외모, 두뇌, 재력을 모두 갖춘 자신만만한 바람둥이였다. 하지만 설렁설렁한 바람둥이가 아니라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는 치밀한 성격을 감춰두고 있었고, 홀로 있을 때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상처 입은 내면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표현의 폭이 정말 넓어야 했던 캐릭터. 송중기는 느릿하고 크고 부드러운 행동으로 구용하의 느낌을 살려내는 한편, 한 회에도 의중을 감춘 냉정한 표정과 눈물 연기를 동시에 해낸다. 전작들에서 조금씩 드러나던 송중기의 ‘포텐’이 폭발하던 순간. 의 인기와 함께 송중기는 연기 잘하는 신인 배우이자 아이돌 같은 열광적인 팬을 가진 스타로 올라선다.

조인성: 영화 의 주연. 이 영화에 출연한 송중기에게 “악한 캐릭터를 맡았으면 24시간 계속 머릿속에 나쁜 생각만 갖고 살아야 해. 어쩔 수 없어. 그게 배우야”라고도 말했다. 송중기는 조인성의 를 매우 좋아하고, 이후에는 조인성과 종종 만날 만큼 친해졌다. 대표적인 꽃미남에서 로 남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조인성은 송중기에게 일종의 롤모델 역할을 한 것. 이 때문인지 송중기도 한동안은 나 처럼 남성적인 느낌의 영화에 출연해 변신하는 것을 원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너는 눈이 깊어 마음에 드는데 너무 FM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건 배우에게 좋지 않다”고 했던 의 감독 유하가 했던 말처럼,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살아온 배우의 도전 과제 같은 것이었을지도. 송중기는 한 시상식 MC를 하며 노래를 부르다 관객에게 반말을 섞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에서 예상 외의 시도를 하기도 했다. 외모는 모범생 같은데 돌아보면 예상을 깨온 선택. 물론, 가끔은 민망한 순간도 연출하지만.

한석규: SBS 에서 송중기와 함께 출연한 배우. 송중기가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왜 지금 아역을 맡냐”고 말렸다고. 하지만 송중기는 “태종이란 감옥에 갇혀 있다 그걸 깨는 과정”을 흥미로워했다. 그는 허허실실 같던 작품 속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작품을 끌고 간다. 연약한 소년 같던 왕세자가 자신의 아버지와 과감하게 부딪치면서 약한 내면을 딛고 일어나고,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는 냉정한 정치가의 모습까지 짓는 과정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 같은 느낌을 줬다. 대중에게는 송중기를 꽃미남이나 아이돌 같은 단어보다 배우 쪽에 가까운 인상을 받게 했고, 송중기 자신에게는 배역에 필요한 테크닉과 해석을 더 깊게 한 작품. 또한 한예슬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에서는 구차하게 사는 백수이자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하고 귀여운 남자이며, 여자에게만큼은 능글맞은 남자를 모순 없이 표현한다. 겉으로도, 연기의 디테일로도 조금 더 과감하게 변하던 시절.

이광수: ‘런닝맨’에 함께 출연하며 친해졌고, KBS (이하 )에 함께 출연 중인 친구. 송중기는 이광수나 조인성과 종종 이야기하며 속을 털어놓곤 하는데,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처럼 자신만의 “베이스”를 만들어 놓는 것이 힘들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연예인이 될 수밖에 없는 외모였지만, 일찍 데뷔하지 않고 대학과 사회 생활을 해보며 나름의 사는 방식을 정립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인 듯. 송중기는 주관이 뚜렷한 만큼 인터뷰에서도 솔직한 발언들을 하곤 하는데, 여자친구를 사귄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거나 군 입대에 대해서도 “길어야 1년 10~11개월인데 가서 나쁜 경험하면 하는 거고 좋은 경험하면 하는 거고.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무슨 문제든 당당하고 솔직하고, 그만큼 자신의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연기를 분리하는 데는 편하다. 동시에 이광수가 “너무 솔직한 게 탈”이라고 할 만큼 스타로서는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뽑히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박보영: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송중기는 인간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자란 늑대 소년을 연기한다. 교과서적이라고 할 만큼 정석적이고 예상 가능한 연출을 보여주는 을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 채 박보영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송중기의 모습은 영화 초반에는 커다란 애완견 같고, 중반에는 순정적인 남자친구이며, 후반에는 첫사랑의 상징 그 자체가 된다. 세상물정 모르는 얼굴 속에서, 송중기는 눈빛과 표정의 변화로 박보영에 대한 감정을 납득시키고, 이를 통해 관객이 첫사랑에 대해 가진 기억들을 불러오는 힘을 갖는다. 에서 송중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격렬하게 바꾸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의 그 순수한 이미지로 돌아가, 대사가 없는 배역 안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세밀한 테크닉을 보여준다. 과 마찬가지로 역시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송중기는 에서 문자 그대로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를 오가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은 변신 그 자체보다 관객을 설득하는 방법을 익힌다. 특히 은 송중기가 자신의 외모가 가진 이미지를 연기로 완성할 때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스크린 밖에서는 약간은 차태현처럼 능글맞게 굴기도 하고, 작품 안에서는 약간은 이병헌처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는 배우. 30대의 송중기는 과연 무엇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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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송중기와 출연한 천호진과 영화 에서 함께 연기한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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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