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 스스로 놓치고 만 초반의 가능성

<아랑사또전>, 스스로 놓치고 만 초반의 가능성 마지막 회 MBC 목 밤 9시 55분
의 초반은 이 이야기가 품고 있던 흥미로운 가능성을 큰 그림으로 한눈에 보여주었다. 탐욕스러운 권력자가 백성들을 수탈하고 원귀들이 그 백성들과 똑같이 비참한 모습으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밀양이란 공간은 우리의 현실을 환기시키며 그 그림에 인상적인 배경을 제공했다. 그 안에서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아랑(신민아)의 사연이 밀양의 수많은 의문사와 겹쳐지면서 사회적 타살과 해원의 드라마로 확대되는 이야기 역시 ‘아랑 전설’에 숨겨진 사회적 의미를 드러내며 흥미를 자아냈다. 그리고 원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은오(이준기)가 밀양 사또가 되어 매장당한 처녀들의 유골을 집단으로 발굴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아랑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모습 또한 이 드라마가 억울한 무명의 죽음들에 대한 추적과 애도의 서사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다였다. 그 큰 그림을 채색해가는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붓질은 서툴고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스스로의 죽음의 비밀을 밝히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인간이 된 아랑은 몇 번이고 다시 죽임당하며 무력하기만 했고, 사또 은오는 의문사와 권력자 비리를 수사하기보다 엄마 찾기와 아랑 구하기에 더 급급했다. 미스터리의 실마리는 옥황상제(유승호)와 염라대왕(박준규)의 만담 같은 대사들을 통해 허무하게 제시됐으며, 위기의 고비 때마다 초현실적 존재들의 전능함이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해결의 열쇠가 되었다. 마지막 회는 그 모든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요괴 홍련(강문영)은 옥황상제가 내준 비녀와 저승사자 무영(한정수)의 칼에 의해 최후를 맞고, 아랑과 은오의 얽히고설킨 비극적 운명 또한 절대자의 힘으로 단숨에 해결된다. 미스터리 플롯의 구멍과 인물의 심리는 내레이션, 독백, 대화 등 해설에 가까운 온갖 형태의 대사들이 친절하게 채워나갔고, 신분제의 모순과 밀양의 부조리는 돌쇠(권오중)의 사또 등극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원혼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돌사또”가 여전히 원귀들이 떠돌고, 권력에 기생하던 삼방도 그대로인 밀양의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결국 이 보여주고자 한 그림은 꽃밭에 환생한 아랑과 은오의 뽀뽀신 엔딩처럼 그저 예쁘기만 한 얄팍한 풍경화에 그치고 말았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