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물괴’, 실록에서 놈을 길어 올리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물괴’ 포스터

조선 중종 22년, 인왕산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로 인해 민심이 흉흉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마주치면 즉사하거나 설사 살아남아도 역병에 옮아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종(박희순)은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을 축출하고자 허상에 불과한 물괴를 이용하여 민심을 흔든다고 여긴다.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서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은 내금위 수하였던 성한(김인권), 딸 명(이혜리)과 함께 살고 있다. 주린 배를 채울 한 끼를 걱정하는 평범한 백성의 모습으로. 그러던 어느 날, 중종이 허 선전관(최우식)과 함께 찾아와서 물괴의 진실을 쫓을 수색대를 맡아달라고 간곡하게 권한다. 윤겸은 성한, 명 그리고 허 선전관과 함께 한양으로 향한다. 해묵은 악연인, 심운의 사병 격인 착호갑사의 수장 진용(박성웅)과 본격적인 인왕산 수색에 나선다. 그리고 물괴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숨겨진 진실과 맞닥트리게 된다.

영화 ‘물괴’ 스틸컷

‘추석엔 사극’이라는 흥행 공식이 있다. 올 추석에는 ‘사극 대전’이라는 말처럼 무려 세 편의 사극 영화가 상영된다. 그중 가장 먼저 출발하는 ‘물괴’는 실존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무비(Creature Movie)로 차별화된다. 제작진이 한껏 공을 들인 물괴는 스크린의 배우들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면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밑거름이 될 듯싶다.

허종호 감독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흉악하고 괴이한 존재 ‘물괴’를 길어 올려서 한 편의 영화로 채워 나갔다. 그런데 각본을 겸했던 전작 ‘카운트다운’ ‘성난 변호사’에서처럼 솔깃한 구석이 없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그래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로 끝나는 전래동화로 읽힌다. 권선징악으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칭칭 감아냈다.

‘물괴’는 글자의 배열만 바꾸면 제목이 되는 영화 ‘괴물’과 태생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럴싸하게 느껴지려면, 그 존재와 겨루며 나아갈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해야 한다. ‘물괴’ 수색대의 번듯한 무술보다 ‘괴물’ 가족의 엎치락뒤치락 분투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바로 그러한 까닭이다. 매력적인 실록의 설정을 가져와서 제대로 끝장을 보지 못한 대목이 아쉽다.

9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