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래요’ 종영] 막장 없이 그린 가족애, 주말극 모범답안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같이 살래요’의 유동근(왼쪽), 장미희/ 사진=방송화면 캡처

아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36년 전 만났던 첫사랑이라고 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20여 년. 아빠도 사람이고 남자라지만 이제 와 갑자기 여자친구라니… 설상가상 여자친구를 집에 들이겠단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더 남으셨다고, 그냥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아빠로 남으실 순 없나?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는 이렇게 시작했다.

‘같이 살래요’는 아내를 여의고 홀로 네 남매를 키워오던 박효섭(유동근)이 첫 사랑 이미연(장미희)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지난 3월 방송을 시작해 지난 9일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방영 동안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이 열려 경기 중계로 결방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시청자의 성원은 변함없었다. 30%대의 시청률을 지키다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36.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를 돌파했다. 전작 ‘황금빛 내 인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상파 3사의 주말드라마 가운데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기록이다.

‘같이 살래요’의 김유석(위), 김권.

◆ ‘막장’ 없는 청정 드라마

‘같이 살래요’는 주말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흥행 원동력으로 꼽히던 ‘막장’ 요소 없이 50회를 이어왔다. 지난 3월 제작발표회에서 “갈등을 위한 무리한 설정은 안 하려고 한다. 계절에 맞게 밝고 건강한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고자 한다. 각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던 윤창범 감독의 약속대로였다. 낡고 자극적인 설정 대신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과 성장 안에서 작품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작품의 유이한 악역이던 채성운(황성주)과 최동진(김유석)은 각각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잘못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다. 시험관 시술로 딸을 얻는 과정에서 정은태(이상우)의 정자를 빼돌렸던 성운은 자신의 과오를 뼈저리게 후회했다. 최동진은 미연이 치매를 앓는다는 사실을 알자 그를 속여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 하지만 계약 현장에서 경찰을 맞닥뜨렸고 결국 구치소에 신세를 지게 됐다. 동진은 면회 온 미연 앞에서 “문식(김권)에게는 죄수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문식은 “아버지가 어떤 모습이든 난 괜찮으니까 기다리겠다”고 해 먹먹하게 했다.

행복하게 막을 내린 ‘같이 살래요’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제 오래된 이야기

‘같이 살래요’는 가족의 가치를 지키되 혈연을 신봉하지는 않았다. 대신 효섭의 가족과 미연의 가족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진짜’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문식은 동진이 외도해 낳아온 아들로, 혈연으로 따지자면 미연과는 남남이다. 하지만 미연은 문식을 잘 길러줘서 고맙다는 동진에게 “내 아들을 내가 키운 거야. 인사 받을 생각 없어”라고 말한다. 우아미(박준금)는 며느리 박선하(박선영)가 치매에 걸린 미연의 후견인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더니 선하에게 “경수(차경수) 위하는 만큼 너한테 잘할 자신 없어. 하지만 너와 계속 정 붙이면 그땐 자식처럼 보일 거 같아. 우리 그걸로 시작해보자”라고 손을 내민다. 미연은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효섭과 효섭의 가족에게 숨기려 했다. 하지만 효섭네는 진심으로 미연을 보듬었고 미연도 그들에게 ‘치매가족지침서’를 나눠주며 자신의 허물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을 지탱하는 힘, 그건 바로 상대의 아픔을 보듬고 나의 약점도 기꺼이 내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피를 나눈 형제’나 ‘내 배 아파 낳은 자식’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피보다 진한 것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같이 살래요’는 역설했다. 막장 없이 그린 가족애로 안방극장에 따뜻함을 안겼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