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물괴’ 이혜리 “연기 쓴소리 신경 쓰이지만 바꾸는 것도 내 몫”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물괴’에서 물괴를 추적하는 윤겸(김명민)의 딸 명 역을 맡은 이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걸스데이 혜리가 아니라 영화 ‘물괴’의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이름은 이혜리다.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 애교로 조교를 무장 해제시켰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언니에 눌리고 동생에 치이는 설움 많은 둘째 소녀를 연기했던 그다. ‘물괴’는 이혜리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김명민의 씩씩한 딸 명으로 등장한다. 그는 명처럼 쾌활했고 웃음이 넘쳤다. 활을 드는 자세를 취하더니 “왼쪽 팔을 이렇게 두면 활을 쏜 후에도 반동하는 시위에 맞지 않아요.” 카랑카랑하고 생기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는 ‘물괴’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했다. 관객들의 쓴 소리가 두렵기도 하단다. 하지만 그런 평가도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한 게 저라면, 바꿀 수 있는 것도 저라고 생각해요.” 두 눈이 반짝였다. ‘물괴’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이혜리를 만났다.

10. 스크린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 소감이 어떤가?
이혜리: 설렘 반, 떨림 반이었다.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처음 TV에 나왔을 때 보는 기분과 비슷했다. ‘앗! 못 보겠어!’ 이랬다.

10. 드라마만 하다가 영화는 처음이다. 게다가 첫 사극이다. 어렵지 않았나?
이혜리: 어떻게 나한테 사극이 들어왔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TV나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미지의 세계’였다. 크리처물(괴수영화)이라는 것보다 사극이라는 것에 부담감이 컸다.

10. 물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된 것인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촬영했나?
이혜리: 촬영 때는 물괴의 대역이 계셨다. 초록색 타이즈를 입고 있었는데 처음 그 모습을 보고 “메뚜기 아니야?”라고 했다.(웃음) 몰입이 안 돼서 어려웠는데 그 분이 물괴처럼 ‘쿠웨엑’하는 소리를 내주셨다. 선배님들과 같이 찍다보니 ‘동지애’도 생겨서 점점 몰입됐다.

영화 ‘물괴’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혜리.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10. 극 중 아버지 김명민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혜리: 사극도 많이 하시고 근엄하고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해서 무게감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호탕하고 유머러스하셨다. ‘전에 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선배님이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많이 챙겨주셨다. 앉아 있으면 옆에 오셔서 무심한 듯 툭툭 해주시는 조언들이 심각하게 하는 말보다 더 많이 생각났다. 정말 감사했다. 처음 ‘물괴’를 읽고 윤겸이 김명민 선배님이라고 들어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팬이었지만 촬영하면서 팬심이 더 커졌다.

10. 밝고 쾌활한 이미지가 명과 잘 어울린다. 명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이혜리: 원래 이런 대사가 있었다. ‘책도 다 봤고 의술 공부도 다 했고 이제 할 게 없다. 놀 것도 친구도 없고 답답하다. 한양에 가고 싶다.’ 명의 그런 생각들이 멋있었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 수도 있지만 더 배우려고 하고 더 큰 곳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 나도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한 가지는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 점에서 명과 동질감을 느꼈다. ‘의술을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아이가 물괴를 잡는데 남자들 못지않은 용감함으로 도움을 주지 않나. 그런 점들을 ‘리스펙’했다.

10. ‘도전’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이혜리: 전작을 끝내고 이 작품을 시작하기까지 8개월 정도 휴식기가 있었다.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스스로 계속 물어볼 만큼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도 있을 텐데 그런 거엔 눈이 안 갔다.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게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10. 쉬는 동안은 뭘 하며 지냈나?
이혜리: 사실 쉬면 큰일 날 줄 알았다.(웃음) 전에는 하루 이틀만 쉬어도 뭔가 해야할 거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런 강박이 있어서 못 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한 달 쉬니 두 달 쉬고 싶고 그렇더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꽉 차 있었다면 조금씩 비워지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다 도움이 되더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이렇게 말하니 휴식 예찬론자가 된 것 같다.(웃음)

이혜리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명’의 모습에 끌렸다고 했다.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10. 영화를 위해 활 연습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이혜리: 예전에 MBC 예능 ‘아육대’에서 양궁을 했다. 그 때만 해도 내가 아이돌인데 양궁도 배워야 되나, 뭐하는 건가 하고 넋두리를 했다.(웃음)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처음에 그렸던 캐릭터 이미지는 ‘활을 쏘는 명’이었다. 너무 멋있지 않나? 활시위를 당긴 채로 대사를 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일도 많았다. 조금만 시위를 당겨도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클로즈업하면 손도 더 잘 보이니까 그런 모습을 줄이려고 손에 힘을 기르고 활을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했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해서 힘들지 않았다. 액션 스쿨에서 선생님들과 대결도 했다. 일한다는 느낌보다 논다는 기분으로 연습했다.

10. 까만 칠과 누더기 옷이 잘 어울렸다고 하면 실례일까? 예쁜 모습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나?
이혜리: 잘 어울렸다면 ‘성공적’이다.(웃음) 대중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줄이고 명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때 외적인 변화를 줘서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너무 포기한 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대중들에게 나는 예능인,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다. 여러 분야를 하다 보니 (연기하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데로 관객들의 시선이) 분산될까봐 걱정했다.

10. 반대로 생각하면 한 사람이 드라마, 예능, 가요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아 대단한 일이다. 영화로도 대박 난다면 더 좋은 것 아니겠나?
이혜리: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다. 나는 미래를 계획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성과를 얻기 때문에 후회도 크게 한 적은 없다. 어떤 것을 선택해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다 내가 만들어간 것이다. 난 항상 내가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능에서도 예쁘게 봐주시고 가수로서 노래도 좋아해주시고 드라마도, 영화도 사랑해주신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연기에 대한 평가의 순간이 두렵기도 하다는 이혜리. 하지만 대중들의 ‘재밌다’는 한 마디가 또 다시 연기에 도전하는 이유라고 했다.  /사진제공=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10. 어려운 역할을 맡게 되면 대중들의 날선 평가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텐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은 없나?
이혜리: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욕을 안 먹지’라는 생각보다 ‘잘해야지’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열정’뿐이다.(웃음) 그래서 평가를 듣는 순간이 올 때 떨리기도, 무섭기도 하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관객들이 직접 돈을 주고 선택해서 보지 않나. ‘혜리, 사극 괜찮은데? 몸 잘 쓰는데?’ 하고 조금의 생각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10. 안 좋은 소리에 많이 신경 쓰는가?
이혜리: 되게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웃음) 하지만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게 나라면 바꿀 수 있는 것도 나다. 첫 영화여서 보기에 미흡한 점이 많을 수 있다.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고, 바꿔 나가야하는 것도 내 몫이다. 마음도 아프고 상처도 받지만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10. 쓴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기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이혜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웃음) 연기한다는 직업이 정말 어려운데,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성취감이 크다. 내가 표현한 것들을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재밌었다’ ‘좋았다’ ‘많이 울었다’ 같은 말씀을 해주셨을 때 기분을 잊지 못한다. 영화에서 명도 어딘가 자기가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는가. 나도 연기할 때 이 작품에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어쩌면 나만 해낼 수 있는 역할도 있지 않을까? 나로 인해 감동과 재미를 느끼실 분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 분들이 많아질 수 있게 더 노력할 것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