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장│파.괘.한.다

파.괘.한.다
1. 처……ㄹ썩, 처……ㄹ썩,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2. 센 척 하는 게 아니라 난 세!

cf. 중2병

오타가 아니다. 맞춤법을 틀렸지만 틀리지 않았다. 때려 부수거나 헐어 무너뜨린다는 의미의 동사 ‘파괴하다’에 획 두 개를 추가해 강조하는 표현 ‘파.괘.한.다’에는 크게 두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첫째,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하찮은 법칙 따위를 내게, 이 나에게 강요하다니. 둘째, 이 계(界)의 룰에 있어 틀린 것은 내가 아니라 너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쓰이기 시작한 ‘파.괘.한.다’는 게임 외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누군가(무언가)를 공격하고 훼손시키고 소멸시키는 행위를 통틀어 과장된 위엄과 분노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클램프의 < X > 를 비롯한 지구 파괴 & 인류 멸망 만화 및 영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평범한 인간의 일상이란 대개 ‘파괴’와는 거리가 멀기에,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생명체를 파.괘.한.다”(모기 잡을 때) 혹은 “나의 수행을 방해하는 건 모조리 파.괘.한.다”(다이어트 포기하고 치킨 먹을 때) 등의 작은 허세를 통한 카타르시스는 충분히 익스큐즈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때 한 음절마다 마침표를 찍는 스타카토체는 진지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상대에겐 한심해보일 지언정 나는 정색하고 있음을 어필하거나(예: OO 오빠는 그.러.실.분.이.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문장이라도 괜히 엄숙해 보이게 하는(예: 먹.지.마.세.요.피.부.에.양.보.하.세.요) 효과를 갖는다. 그러므로 이렇듯 맞춤법을 파괴함으로써 탄생한 ‘파.괘.한.다’에 대해 “파괘(X), 파괴(O)” 혹은 “파괘가 아니라 파괴겠죠;;” 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의미할뿐더러 다소 눈치 없는 반응에 불과한 것이다.

용례 [用例] * 셋 이상 눈에 띄기만 하면 모조리 파.괘.한.다.
하다 보니 애니팡 하트가 다 떨어졌네?

* 여자들의 나약한 근성을 파.괘.한.다.
“여성들이 육아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데 저는 애 젖먹이면서 만든 진생(인삼) 쿠키를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전 세계에서 주문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 맞춤법을 파.괘.한.다.
오빠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 하지만 문안한 권색 ?난방 패션과 습기 없는 성격 때문에 모든 것은 숲으로 돌아갔어. 이제 우린 절 때로 다시 만날 일 없을 거야. Naver…(주: 틀린 부분을 모두 고쳐 봅시다.)

글. 최지은 f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