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빌보드200’ 연이은 1위…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부순 벽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2일 방탄소년단이 신곡 ‘아이돌(IDOL)’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자 SNS에서는 ‘얼쑤’ ‘지화자’ ‘덩기덕’ 등의 의미를 묻는 해외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의 문의가 쇄도했다.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정보를 영어로 번역해주던 누리꾼은 이를 “한국 전통 음악에 나오는 ‘추임새’”라고 설명하며 “고수나 관객들이 흥을 돋우기 위해 공연 중간에 내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해외 아미들은 “‘얼쑤’는 ‘가자(Let’s Go)’는 뜻” “조선 시대에 쓰던 ‘쩐다’라는 말”이라는 나름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이 같은 추임새가 우연히 노래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추임새가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에 장난처럼 ‘얼쑤 좋다’라고 불렀다”면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화자’ ‘덩기덕 쿵더러러’도 이어졌다”고 했다. 어린 시절 배운 판소리도 여기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덕분에 ‘아이돌’은 팬들 사이에서 ‘조선 EDM’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국적인 색채는 안무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그 ‘얼쑤’나 ‘덩기덕 쿵더러러’와 같은 추임새가 등장하는 구간에서 방탄소년단은 탈춤을 연상시키는 춤을 춘다. 해외 팬들은 이를 힙합의 ‘댑’ 댄스에 비유하며 흥미로워하고 있다. RM은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음악이 탄생한 것 같다”며 “아프리카 댄스, 한국 무용 등이 섞여 있다. 사물놀이와 탈춤이 결합하면서 따라 추기 쉬운 춤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K팝은 흔히 ‘하이브리드 장르’라고 불린다. 서양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팝 음악에 한국적인 정서를 입혔다는 의미에서다. 힙합이나 EDM, 뭄바톤과 같은 장르를 흡수해온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하이브리드’의 선봉에 서 있었다. 그런데 ‘아이돌’은 서로 다른 음악을 융합하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띈다. 남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곰(Gqom) 장르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는 아직 미국에서도 주류로 평가받지 못하는 장르다. 유행을 선도하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추임새를 활용한 방식도 흥미롭다. 방탄소년단은 ‘얼쑤’ ‘지화자 좋다’와 같은 말들을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형태 그대로 따오는 대신 일종의 구호처럼 외친다. 덕분에 이 추임새들은 ‘전통’이 주는 무게나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신선함을 입는다. 한국적인 것은 해외에서 완전히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추임새나 탈춤 등 한국적인 요소를 넣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을 꿰뚫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되 전통주의의 맥락에 갇히지 않고 해외 팬들에게 새로움을 제시한 것이다.

‘아이돌’이 수록된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발매 첫 주 판매량으로 3일 발표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같은 해에 외국어(비영어)로 녹음된 음반 두 장을 빌보드 200 정상에 올린 유일한 아티스트가 됐다. 이들의 기록은 찬찬히 뜯어보면 더욱 눈부시다. 과거 외국어 음반으로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한 경우를 보면, 조쉬 그로반의 ‘노엘(Noel)’은 타이틀곡을 포함한 대부분의 노래가 영어 가사로 돼 있다. 방탄소년단 직전에 1위를 했던 일디보의 ‘앙코라(Ancora)’는 팝페라의 특성상 이탈리아어가 쓰였을 뿐 미국인 제작자와 미국 유통사에 의해 만들어진 음반이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한국 자본과 한국 시스템에 의해 제작된 음반으로 미국 팝 시장을 제패했다. 그리고 오는 11일에는 그래미 뮤지엄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다. 그래미 뮤지엄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전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가 설립한 자선 단체로, 이번 행사는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을 중요한 가수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신기록’이라는 말로 그들을 표현하는 것은 무색하다. 전에 없던 음악으로 전에 지나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 나아가 팝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 지금 방탄소년단이 하고 있는 일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