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장│행쇼

행쇼
1. 행복하쇼
2. 행복하십쇼

여고생 딸에게 “넌 호트(H.O.T)에서 누구 좋아하냐?”고 묻는 아버지부터 부하 직원들 앞에서 굳이 셔플댄스나 ‘말춤’을 선보이는 임원들까지, 신세대와의 원활한 소통을 갈구한 나머지 무리하는 기성세대는 오래 전부터 어디에나 있어 왔다. MBC ‘무한상사’ 편의 유재석 부장 또한 기회 닿는 대로 ‘헐’, ‘쩔어’ 등의 은어 구사를 통해 최신 트렌드로부터 뒤처지지 않은 자신을 어필하려 애써 온 인물로, 최근 스물다섯 살 신입 권지용 사원의 등장에 한층 더 흥분한 나머지 “제가 신세대 유머 하더라도 여러분 이해하삼?”과 같은 철 지난 통신체를 입 밖에 내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애들 알고 있는 말”을 궁금해 하는 유 부장에게 권 사원은 “응원을 북돋을 수 있는 말”로 ‘행쇼’를 소개했는데, “행운의 쇼잔치”(노홍철 사원), “행님 쇼하네”(정형돈 대리) 등의 추측과 달리 “행복하십쇼”라는 의미를 맞춘 것은 공채 시험 수석 합격에 빛나는 정준하 과장이었다.

이에 최근 YTN 뉴스에서도 청소년들의 은어 및 비속어 사용 실태를 지적하며 ‘행쇼’에 대해 ‘행복하십쇼’의 처음과 끝 글자를 딴 줄임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으나, 본래 ‘행쇼’는 ‘행복하십쇼’가 아닌 ‘행복하쇼’의 줄임말에서 시작된 표현이다. ‘행쇼’는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각종 연애 염장 및 자랑, 내 사람은 아니지만 남 주자니 억울한 스타의 결혼 소식 등을 보며 위산이 솟구칠 때, 그러나 인간된 도리로 괜한 악담을 퍼부을 수 없어 쿨하게 던지는 ‘행복하쇼’를 한층 더 간결하게 줄여 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쇼’는 진정 그의 행복을 기원함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행복하냐? 행복하겠지! 그럼 행복하시던가. 니가 행복하건 말건 난 상관없어. 부럽지 않아. 울지 않아. 왜? 울면 지는 거니까…’의 떨떠름한 심경을 꾹꾹 눌러 담아 투척함으로써 복잡한 감정을 해소하고 털어내는 의미를 갖는다. 즉, ‘행쇼’의 사용에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내가 담고자 하는 의미와 상대가 받아들이는 뉘앙스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무리한 신세대 따라잡기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다.

용례 [用例] [적절한 예] * 새벽에 애니팡 하트 보낸 지난 봄 소개팅남, 프로필 사진 보니 여자친구가 ?!
행쇼!

* 성수기 지난지가 언젠데 청첩장이 끊이질 않는 엄마 친구 아들딸들…
행쇼 ㅡㅡ

[불안한 예] *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나는 상무님께 보내는 카드 및 플래카드 문구로
행쇼♡

글. 최지은 f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