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2│곽부성 “양가휘 눈빛에 죽을 만큼 떨렸다”

BIFF 2012│곽부성 “양가휘 눈빛에 죽을 만큼 떨렸다”
낯설지만 위화감은 없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개막작 에서 라우 부처장 역을 맡은 곽부성은 완연한 중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은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드러내고 빳빳하게 각이 선 정장 차림의 그를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섯 명의 경찰이 타고 있던 차가 통째로 납치된 상황, 상급 간부로서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는 라우 부처장은 극 중 라이벌인 리 부처장(양가휘)에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말하자면 는 곽부성의 트레이드 마크인 장난스럽거나 강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필모그래피다. 지난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가휘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작품은 배우인 우리 두 사람에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원래 이미지대로라면 곽부성 씨가 와일드한 느낌이 있는 리 부처장을 맡고, 제가 논리적이며 냉철한 라우 부처장을 맡아야 했을 거예요. 그것을 바꿔서 연기한 역할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곽부성은 “콘서트 준비로 분주”하고 “치아가 아파서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기에 를 촬영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 내내 양가휘와 써니 럭·렁록만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다른 이들을 향한 찬사 속에는 뻣뻣한 분위기를 풀어줄 위트마저 살짝 곁들여져 있었다. “촬영 중 양가휘 씨의 눈빛에 죽을 만큼 떨렸지만 죽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그와 제가 같은 계급의 캐릭터를 맡지 않았더라면, 그의 연기에 놀라서 많이 긴장하고 주눅이 들었을 거예요.” 실제 나이 마흔여덟, 곽부성은 자신보다 높은 연령대의 캐릭터였던 라우 부처장으로 변신하는 게 녹록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처음 대면한 중년의 곽부성이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월이 비껴간 얼굴과 차곡차곡 쌓인 내면. 이런 배우를 만날 수 있다니, 흐르는 시간도 야속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글. 부산=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