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가 제시한 눈을 위한 감상법

<아그대>가 제시한 눈을 위한 감상법 마지막 회 SBS 목 밤 9시 55분
마지막까지 눈이 즐거웠던 였다. 분수대 앞 재희(설리)와 태준(민호)의 키스 신은 화려했고, 태준은 아름다운 ‘등배지기’로 전국체전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까지 개연성 없이 흘러갔다. 태준을 위협할 것이라는 새로운 라이벌은 등장하지도 않았고, 탄로 난 재희의 비밀은 모두가 금세 수긍할 수 있는 해프닝 정도로 취급되었다. 사각관계를 이루던 한나(김지원)는 승리(서준영)의 썰렁한 유머를 맞장구 쳐주는 인물로 전락하여 나머지 러닝타임을 채웠다. 는 끝까지 재희와 태준의 아름다운 모습 그 이상을 담아내지 못했다.

가 뮤직비디오 혹은 화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오직 영상에만 주력한 연출 때문이다. 서사는 재희와 태준을 연기하는 아이돌 설리와 민호의 피사체를 포착하기 위한 것으로 소비됐고, 이들을 제외한 주변 캐릭터는 아이돌 화보의 배경화면으로 설정되었다. “1m 안에 가까이 오지 말라는” 욕망은 간단하고 건전하게 달리기로 해소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태준과 재희는 이별했지만, 이후 행복한 재회가 예상되게 만든 예상된 극적 전개 때문에 그리 가슴이 먹먹해지지도 않았다. 결국 박제된 러브스토리와 진부한 소등극, 한물간 콩트는 서로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겉돌았다. 결국 는 설리와 민호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장면만 보기 위해 나머지 장면은 스킵 해야 하는 감상법을 제시한 채 종영되었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배우들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한 번쯤은 눈이 아닌 가슴도 설레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글. 김기민(TV평론가)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