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추락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룹이길”

“사실 계속 뭔가를 하고 있긴 했었는데, 국내에서는 우리가 없었던 것.” 지난 9월 26일, 새 앨범 < Catch Me >를 발표한 동방신기에게 1년 8개월만의 컴백에 대한 유노윤호의 소감이다.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만큼 긴 공백기였고, 그 전후로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담담할뿐만 아니라 여유로워 보였고, 대답은 간결하고도 단단했다. 이제 “이러다 갑자기 추락할 수도 있”지만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해진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무대 위에 오를까. 지금, 그리고 지금보다는 앞으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그들과 나눈 이야기.

어느덧 올해로 데뷔 9년차다.
유노윤호: 한 4년간은 정신없이 산 것 같고, 과도기도 지났고 둘이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웠다. 그래서 ‘Thanks to’에 그렇게 적었다. “10년 동안 서로 다투기도 하고 울고 웃고 하는 동안 어느새 이렇게 됐다”고. 사실 남자가 남자 눈 보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런 거 잘 안되지 않나. (창민에게) 넌 돼? 난 안 돼. (웃음) 표현하는 걸 무지 쑥스러워 하는데 우린 굳이 말로 안 해도 되는 사이인 것 같다. 없으면 괜히 뭔가 허전하다.

“한 무대에 오른 두 솔로의 느낌을 내고 싶다”
동방신기 “추락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룹이길”
1년 8개월만의 컴백이니, 그 10년 중 2년 가까이의 공백을 가진 셈이다.
유노윤호: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갈 줄 몰랐다. 공백이 길어진 만큼 좀 더 곡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나가고 싶었다.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이다 보니 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국내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해외 활동 많이 하다보면 외로워지거든… (웃음) 부담도 있지만, 좀 설렌다.

11월에는 월드투어 < TVXQ! LIVE WORLD TOUR ‘Catch Me’ >의 첫 무대로 서울공연을 계획했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유노윤호: 우리나라 단독 무대에 정말 서고 싶었다. 워낙 원했던 일이고 거의 3년간 못 섰던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한이 있는 것 같다. (웃음) 많이 즐길 수 있고, 편안한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막 “으아! 보여줘야 돼. 우리 멋있는 거 알아줘!”하는 공연이었다면, 이젠 그냥 그런 것 보다는 다 같이 즐기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 물론 멋있기도 해야 하지만. (웃음)

편안하게 다가가려는 마음인 듯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타이틀곡의 사운드는 강하다.
유노윤호: 맞다. 여전히 세다. 사운드는 강렬한데, 들어보면 멜로디는 쉽다. 요즘 덥스텝(2000년대 초반 영국에서 발생해 캐나다, 미국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장르 중 하나) 음악이 유행하는데, 우리는 “덥스텝에 멜로디를 넣고 한 번 노래를 불러보자”며 도전했다.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렵더라. 어쨌든 여전히 전체적인 사운드는 강하지만, 후렴구를 비롯한 멜로디를 굉장히 쉽게 가져가려 한 부분이 있다.

쉽게 가려했던 이유가 있었나?
최강창민: ‘왜’라는 곡으로는 강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런데 비슷한 곡을 하면 그냥 ‘아, 쟤네는 저런 강한 걸 하는 애들’이라고만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방신기만의 이미지를 굳힐 수도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갇혀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최대한 쉽게 들을 수 있는 쪽으로 많이 생각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심플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궁리를 많이 했다.

그래도 동방신기에게는 ‘Rising Sun’처럼 강렬한 SMP(SM특유의 뮤직 퍼포먼스를 일컫는 말)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
유노윤호: 강렬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SMP적인 것들이 ‘동방신기스러운’것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쪽으로 하지 않을 생각은 없다. 계속 할 거다. 다만 이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음악, 둘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구현해내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 무대에 오른 두 솔로의 느낌 같은 것. 한 순간엔 창민이만의 매력을 내세우고, 그 다음엔 나의 매력을 보이는 것이다. 둘이기에 할 수 있는 여러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가사의 내용을 디테일하게 담은 안무, 연기 많이 해야 한다”
동방신기 “추락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룹이길” 10년 가까이 앨범을 꾸준히 내다보니 한 장, 한 장 만들어질 때마다 가지게 되는 애착도 남다를 것 같다.
유노윤호: 그래서 이번엔 앨범 만드는 과정에 세세하게 참여했다. 사실 예전에는 회사 스태프 분들이 회의하시고 결정하시는 것들이 거의 전부였는데, 이번 앨범부터는 우리들의 앨범 참여도가 높아졌다. 의견을 정말 많이 물어보셨고, 한 트랙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앨범을 만들었다. 곡의 비트에 있어서 “이것보다 이게 더 낫지 않겠냐”고 물어보시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피아노를 넣어보려고 한다. 어떠니?” 물으셨다. 그렇게 같이 만들어 나가다 보니, 우리 스스로 좀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되더라.

수록곡 ‘I Swear’의 작사를 창민이 했는데 작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최강창민: ‘I Swear’는 팬들을 생각하면서 썼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들을 많이 못 해줬다. 나의 애정을 갈구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써 봤다. (웃음) 고마워하는 마음은 늘 있는데, 자주 말하면 그 말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을 것 같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정말 간간이, 적재적소에 하려고 한다. (웃음)

트랙리스트 구성이나 믹싱 과정에도 의견 피력을 좀 했나보다.
유노윤호: 맞다. 트랙 구성의 경우, 처음엔 받은 곡들을 A&R팀에서 추려주지만, 모인 곡들을 가지고 의견을 많이 나눴다. 또 보컬의 하이와 로우를 조절하는 것이라던지… 예전엔 이런 이야기를 잘 안했었다. 이제는 곡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믹싱에 대해서도 우리의 생각을 어필하게 되더라. 그렇게 앨범 속 한 곡, 한 곡을 좀 더 신경 쓰려고 했고 들으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How are you’라는 곡을 좋아한다. 90년대 그룹 마로니에 같은 느낌이 드는 곡이다. ‘칵테일 사랑’에 나오는 화성도 좀 있고, 90년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이거 너무 좋다고 꼭 싣자고 이야기했던 곡이었다.

왜 90년대 감성을 자극하고 싶었나.
유노윤호: 90년대에 활동하셨던 노이즈 형님들도 좋아했고 마로니에나 인공위성…도 매우 좋아했다. (웃음) 아, 진짜 좋아했다. 게다가 동방신기가 내년이면 딱 10주년이 되는데 우리 데뷔 때 했던 패턴이 요즘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10년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말이 진짜구나’ 생각한다. 한때 가요계가 복고풍에 주목했고, 그러다 전자사운드가 대두됐다가, 전자 사운드에 복고풍을 입혀서 나오기도 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Hug’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웃음) 그 때처럼 좀 편안한 멜로디가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퍼포먼스에도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이런 퍼포먼스를 또 무대 위에서 라이브 하면서 재현하는 게 쉽지 않겠다.
유노윤호: 힘들다. (웃음) 수명이 깎이는 느낌이다. ‘왜’ 때도 거의 뭐 환골탈태했던 것이었는데… (웃음)
최강창민: 곡을 처음에 받았을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 안무가가 안무를 작업해 보여주는 순간 ‘라이브로는 이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막상 닥치면 하게 된다. 해야 하는 거니까. (웃음)

안무의 짜임이 굉장히 촘촘하더라.
유노윤호: 토니 테스타라는 안무가가 작업한 것인데, 스토리가 있게 작업을 해줬다. 처음엔 를 보고 와서 그 중 ‘헐크’ 캐릭터만 살려서 안무를 짜려고 했단다. 토니가 이 한 곡을 가지고 네 개의 안무를 작업해서 지금의 버전은 그 네 개 중 좋은 부분을 합쳤다. 우리 입장에선 일단 답이 없으니까 그냥 다 배웠다. 그런데 ‘Catch Me’가 비트는 강하지만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려는 듯 보이면서 사실 보내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사운드와 가사가 불일치하는 부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무를 변주시키며 짜는 쪽으로 바꾼 것 같다. 처음에는 상냥한 남자가 후에 점점 강해지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러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식의 구성이다. 그리고 처음에 창민이랑 내가 서 있는 모습은 한 몸이다. 창민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나는 창민이의 내면이 되어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내가 부르고 있을 때는 창민이가 나의 내면이 되고. 이 밖의 감정선은 백댄서들이 그려준다. 가사의 내용을 세밀하게 담으려 디테일하게 안무를 구성했고, 아마 가사와 함께 보면 색다르게 와 닿을 것 같다.

“우리 둘은 애증관계인 것 같다”
동방신기 “추락한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룹이길”
처음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고 했었다. 서로 합을 맞춰가는 중에 부딪히는 부분이 생기곤 하나?
유노윤호: 아무래도 ‘왜’ 때는, 둘이서는 처음 활동하는 것이다 보니까… 좀 이견이 생길 때가 종종 있었다. 방송에서도 몇 번 말했는데. 우린 애증관계인 것 같다. 이를테면 사랑과 전쟁…? (웃음) 일단 둘 다 욕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뭔가 완성하고 난 뒤에도 그날의 감정 상태나 기분에 따라 그 상한선이 바뀌게 마련이더라. 그런 과정에서 서로 갖게 되는 이견이 있다. 그게 좀 수월하려면 일단 무대에 서기 전에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연습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이견이 있을 때, 조율하고 연습하고 완성하는 것 자체가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인 건데 그러면서 하나, 둘 깨쳐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전달할 수 있는 임팩트가 다섯일 때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안했나.
유노윤호: 다섯 명이었을 때는 다섯 명의 매력이 있었던 거고, 두 명일 땐 두 명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두 명이 하니까 실력이 확 늘더라. (웃음) 늘 수밖에 없지. 다섯 명이 있을 때는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명이서 하면, 한 명이 죽어라 노래 부르고 있을 때 한 명은 무조건 춤을 춰야하는 거다. (웃음) 쉴 수 있는 타이밍 전혀 없다. 특히 콘서트의 경우, 서른 몇 곡정도 준비해서 끝까지 해내고 난 뒤에 보면 공부도 많이 되고, 확 늘어있더라.

둘이기에 느껴지는 부담은 여전한가.
유노윤호: 둘이 하게 되면서 빈 공간을 메우려 치열해졌던 부분이 있고, 오히려 좀 여유로워진 부분도 있다. 반반이다. 1년 8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나. 공백은 길어졌고 추세는 워낙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도 많이 지워졌다는 걸 분명히 안다. 그렇지만 그걸 억지로 끌어올리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지금의 우리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거다. 둘이기 때문에, 안 좋은 부분도 더 많이 느낀다. 받게 되는 압력도 두 배 아니겠나. 그렇다고 좋게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

치열함과 여유가 반반이 된 것도 변화한 동방신기의 모습인 것인데, 각자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유노윤호: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둘이 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성인의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아이돌 좋아한다. (웃음) 할 수 있는 나이대에 속해 있는 한 나는 아이돌 음악 하고 싶다. 아이돌 음악이라고 해서 어떠하다는 것 없이 모두 똑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예전보다 남성미가 강해진 느낌이 있고 그 부분이 좋다.
최강창민: 예전보다 한 명, 한 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보는 입장에서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하는 입장에서도 역시 그렇다. 좀 더 한 명, 한 명 집중해서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는 점, 그게 제일 큰 변화다.

두 사람이 된 동방신기가 가수로서 내고 싶은 색깔은 결국 어떤 건가?
유노윤호: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그룹이고 싶다. 서로 각자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 이런 둘이 함께 하면서 때론 창민이가 메인이 되고, 때론 내가 메인이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멜레온 같은 그룹”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최강창민: 음. 윤호 형 말도 맞지만, 나는 사실 좀 다르게 생각한다. 난 “이런 색깔의 무언가를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조금은 오만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카멜레온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웃음) 말하자면, “우리의 색깔은 무엇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여전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겪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음악,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는 단계인 것 같다.

현재 국내 아이돌 시장은 동방신기의 데뷔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속에서 동방신기는 어떤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나.
유노윤호: 항상 새로운 동방신기이고 싶다. 나름 이제까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걸 조금씩 보여줘 왔던 것 같다. ‘Hug’ 때는 아기자기한 노래를 불렀다면, ‘Rising Sun’에서는 변화를 시도했고, ‘주문’ 때 그나마 우리 나이대에 맞는 섹시함을 보여줬던 것 같고, 5집, ‘왜’라는 곡에서부터는 당시에 닥친 변화 때문에 자연스럽게 변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 다음이 이번 앨범인데. 좀 더 노련미가 생긴 것도 같고 그러기에 또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더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말 예상이 안 되는 그룹이고 싶다. 사실 이러다 말도 안 되게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난 예측을 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싶고, 그런 동방신기가 되면 좋겠다.

두 사람이 이번 활동을 통해 꾸는 “꿈”이 있다면.
최강창민: 여유가 예전보다는 많이 생긴 것 같아서,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런 모습들이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 정말 본인들이 즐기면서 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주면 좋겠다.
유노윤호: 그냥 있는 그대로 봐 주었으면 한다. 질책도 좋고, 다 좋다. 그 와중에 뭔가 변화를 추구하려고 했구나 싶은 것이 느껴진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 우리의 틀을 좀 깨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던 것이 있었으니까.

사진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