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한 살, 두봉 씨는 연애중>, 이 시대의 추석 특집

<아흔 한 살, 두봉 씨는 연애중>, 이 시대의 추석 특집 KBS1 월 오전 7시 50분
1922년생 동갑내기 이두봉, 권영선 부부는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산다. 올해로 결혼 71주년을 맞은 이들은 이미 오창의 “찰떡궁합 부부”로 유명하다. 방송은 “두봉 씨”, “영선 씨” 하며 서로의 이름을 정답게 불러주고, 손을 꼭 잡은 채 동네를 거니는 이들의 일상을, 감성적인 내레이션 하나 없이 조용히 따라간다. 대신 아흔 한 살 생이 압축된 부부의 간결한 언어가 그 여백을 넉넉하게 채운다. “보름달이 그렇게 밝”은 날에 결혼을 하니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밝은갑요”하며 웃는 영선 씨의 회상이나,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내가 뒤따라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형편으론 먼저 보내야 해요” 라는 두봉 씨, 그런 남편에게 “내가 먼저 가야지요. 나를 얼마나 위해주는데요” 답하는 영선 씨의 말에는 생의 모든 통과의례와 희로애락을 지나 온 어른들 특유의 웅숭깊은 시선이 담담하게 묻어나온다.

그리고 이들 부부 사랑의 일상을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함께 환기되는 것은 노인들과 지역 공동체의 삶이다. ‘다음 대통령은 소외된 노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두봉 씨의 바람은, 이른 아침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고 재활용을 분리하는 매일의 일상에서 나오기에 공감이 더해진다. 다큐의 결말 부분에서 펼쳐진 ‘결혼 71주년 전통 혼례식’의 풍경 또한 이들 부부의 일상과 그들이 서로 인사를 건네고 받는 동네 이웃들, 그리고 매일 거니는 지역의 공간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의식에 그쳤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시대의 노인과 지역의 삶이란, 추석과 같은 명절 때만 그 존재감이 드러나는 ‘특집 프로그램’ 같았다. 역시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아흔 한 살 부부의 멜로드라마 같은 다큐에서, ‘남은 생을 환하게 살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이 단지 개인 삶의 차원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의 긴급한 소원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